마리오네트의 덫
아카가와 지로 지음, 이용택 옮김 / 리버스맵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30여 년간 500편이 넘는 작품을 내놓으며 시대를 초월한
인기를 누리는 일본의 대표적 추리작가 아카가와 지로의 첫 장편”
이라는 말에 기대보다 호기심이 먼저 생겼습니다.
500을 30으로 나누면... 1년에 거의 16~17편을 썼다는...

우와~, 이 작가님 엄청난 분입니다.
단편이 얼마나 되는지 장편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엄청난 수의 작품을 쓰다보면
한 작품에 제대로 신경쓰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재미없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슬쩍 되더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우’였습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책을 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1/4 정도를 금방 읽었습니다.
문장이 짧고 명쾌합니다. 필요한 내용 외에는 없습니다.
책장이 아주 술~술 넘어갑니다. 맛보기로 보여드릴께요.

오전 수업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점심식사는 서재 테라스에서 했다. 바람이 불지 않아서인지
차가운 공기가 오히려 상쾌했다. 2층에서 보았던 연못과
이 저택 사이에 잔디밭이 띠처럼 길게 이어져 있었다.
잔디밭은 넓지는 않지만 산책하기에는 적당해 보였다.

그렇게 신나게 읽다가 99쪽부터 103쪽까지 읽고는 ‘응?’ 했습니다.
이야기가 앞부분과 연결이 되지 않는 것 같아서요.
순간 ‘이 책이 단편집이었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ㅠㅠ‘첫 장편’이라니까!!)
조금 더 읽다보니 연결이 되더군요.

사망자(?)가 많은 데도 불구하고 참 마음 편하게 본 책입니다.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누가 범인일까,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거나, 작가가 사용했을 것 같은 트릭을 찾느라 마음 졸이기 쉬운데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을 죽인 범인이 누군지 작가가 다 알려주니까요.

그래서 그냥 작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300쪽을 읽고 나니 어렴풋이 걱정이 되더군요.
“그냥 이대로 끝나버리면 안 되는데, 그럼 서평에
‘편하게 읽다보니 끝났습니다’라고 적어야하나 하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기우였습니다. 곧 뒤통수를 제대로 한 방 맞았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있다가 얻어맞고 보니 충격이 꽤 크더군요.
아카가와 지로, 이 작가님 대충 쓰는 분이 아니었습니다.
작가의 다른 책이 출판되면 몇 권 더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리오네트(marionette, 프랑스어) 
인형의 마디마디를 실로 묶어 사람이 위에서 조정하여 연출하는 인형극. 또는 그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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