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살인자
서미애 지음 / 노블마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40대 남자, 보통 체격, 검은 잠바를 입은 살인자. 그가 살인하기 좋아하는 날은 비 내리는 목요일.

신림동, 고척동, 신대방동, 문래동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마음대로 이름붙이기 좋아하는 신문은 ‘비 오는 목요일의 살인 사건’이라고 부른다.
딸 하린에게 생명보험금이라도 남겨주기 위해 살인자에게 목숨을 맡기려고
살인자를 찾아다니던 나를 하린은 살인자로 오해하는 것 같은데…

인터넷서점에서 미리보기로 본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무척 궁금했다.
그러다가 응? ‘반가운 살인자’ 이야기가 금방 끝나버린다.
아~참, 단편집인 걸 깜빡했다. 이런 몹쓸 기억력 같으니라궁...

‘반가운 살인자’를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13쪽에 나를 긴장하게 한 부분이 다시 보인다.

하린이 자기 방을 들어가자 비로소 조용히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다.
기사 스크랩이 끝나자 식탁위에 서울시 지도를 펼쳤다.
이미 여섯 개의 붉은 표시가 서남쪽으로 몰려 있다.
그 여섯 개의 점은 정확히 우리 집 주변에 몰려 있다.


신림동은 내가 3년 정도 살았던 동네다. 그래서 이해가 쉽다.
고척동은 잘 몰라도 신대방동이랑 문래동은 지나다니는 곳이다.
외국소설을 읽으면 등장인물 이름 외우고, 성 외우고, 사건 발생한 장소 외우느라
긴장하던 해골(?)이 모처럼 편안~~하게 글을 즐긴다. (역시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앗, 뒤에 더 재밌는 이야기가 많은데 ‘반가운 살인자’가 너무 길어져 버렸군)

담백하다. 속임수도 없고 비비꼬는 잔재주도 부리지 않는다.
지방기 없는 노루고기를 숯불에 살짝 구워먹는 느낌이다. 양념 없이 소금구이로...
범죄를 이야기하며서 “가족”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한다.
“이렇게 저렇게 바꿔야한다”고 소리 내어 주장하지는 않는데 사회문제도 생각하게 한다.

단편도 좋지만 날개(?)에 적힌 작가의 말도 참 좋다.

내가 왜 추리소설을 쓰게 되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좋아서 쓴다. 기본적으로 추리 작가들은 추리소설 마니아다. 주변의 작가들을 둘러봐도 대부분 추리소설을 즐겨 읽다가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도 어릴 때부터 셜록 홈즈나 루팡 시리즈를 시작으로 수많은 추리 작품들을 읽으면서 성장했다. 지금도 화제작이라고 하는 경우는 빼놓지 않고 챙겨보려고 노력하고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은 설레는 맘으로 기다린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고 했던가, 출발점에 엇비슷하게 서 있던 작가들 중에 지금까지 남아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을 보면 결국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이다. -〈작가의 말〉중에서

마구마구 공감이 된다. 블로그에 적인 글이었으면 공감을 꾸~~욱 눌렀을 것이다.
나도 어릴 때 셜록 홈즈랑 루팡을 참 좋아했는데...
그래 맞어, 즐기는 사람을 이기기는 힘들지...
예전에 들어본 말인데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떤 제목의 글이 제일 재밌었나 책을 다시 넘겨본다.

반가운 살인자 - 음~ 아주 좋아. 반가웠어 살인자...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 완전 재밌군
냄새 없애는 방법 - 이 정도면 괜찮아
살인 협주곡 - 제일 재밌어, 최고!!
정글에는 악마가 산다 - 윽 무서버...
숟가락 두 개 - 약간의 감동은 덤...
그녀만의 테크닉 - 살짝 감잡았~어!
비밀을 묻다 - 어, 이 녀석이 제일 재밌었나?
경계선 - 세상에는 나쁜놈이 너무 많다. 썩을...
거울 보는 남자 - 운도 지지리도 없지... 누가 더 운이 없는지는 모르겠다.

고르기 힘들다. 음 여전히 머릿속에 담백한 글맛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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