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황의 시대, 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
김동원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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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 '헬조선'과 'N포 세대' 가 익숙하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는 물론, 기성 언론이 다루는 대한민국 사회상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는 정치, 사회의 불공정, 부조리를 내포하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 한국 경제의 현실도 주된 이유 중 하나다. <대불황의 시대, 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는 '헬조선', 'N포 세대' 단어가 만연하는 '한국 경제가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를 분석한 진단서이다.


저자 김동원 교수는 대학 강단과 매일경제 논설위원, 국민은행 부행장, 금융감독원 본부장 등 학계, 언론, 금융, 관계 등 경제 분야의 다양한 커리어를 쌓은 경제 전문가다, 이 책은 저자의 국가미래연구소 강의를 바탕으로 경제 현황을 업데이트하여 출간하였다. 당시 강의 동영상은 3만 8000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출판사에서 먼저 제의가 들어왔다.


책은 한국 경제의 현황을 경제 신조어, 통계로 분석한다. 1930년대 세계 경제가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이었다면 현재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대불황(The Great Recession)'으로 불리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 국면이다. 저명한 경제학자 고든 교수는 미국의 경제를 '느리게 움직이는 거북이'로 표현할 만큼 성장동력이 저하되었고, 특히 한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은 제조업 중심의 고성장 경제에서 상대적으로 중저성장 경제로 이행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가 말한 '신창타이(新常態)',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경제의 주력인 수출산업 전망은 적신호다. 경제 위기 이후 세계 총생산은 회복세를 보이지만, 세계 수출 증가율은 둔화세가 심화되었다. 글로벌 경제는 내수 중심으로 재편되고, 한국은 더 이상 수출주도전략으로 일관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러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기존에도 많이 거론되었지만, 책은 최신 통계와 이슈로 더욱 손에 잡히게 설명한다. 단순히 거시적인 담론이 아니라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위기감을 일깨운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가계부채나 좀비기업 등 부채 주도의 성장은 댓가를 치룰 수 밖에 없으며, 저성장 국면과 고령화로 인해 잠재성장률이 하방 위험에 직면했다. 경제의 역동성을 살릴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절실하지만, 최근 박근혜 정부가 천명한 4대 개혁, 구체적으로 노동, 공공, 교육, 금융 분야의 개혁은 새로울 것이 없다는 평가다.


'무엇을 할 것인가.'(p.160) 책은 해법을 제시하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독일의 슈레더와 메르켈, 영국의 고든 정부 등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경제의 구조적인 역동성 증진, 개혁에 대해서 말한다. 무엇보다 현실 경제의 문제를 풀려면 선진화된 정치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시사한다. 물론 획기적인 방안이나 기득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바란다면 실망이다. 그러나 책이 말하는 경제 현황과 진단은 귀 기울이기에 충분하다.


<신동아>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이 싫다고 답변한 여론이 51%에 육박했고, 절반 가량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책은 '헬조선'의 현실을 경제로 풀어보았다. 세계 경제의 저성장 국면과 정보 혁신이 불러온 승자독식의 사회구조, 구조 개혁의 문제 등을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무엇을 할 것인가?', '한국경제의 희망 만들기'라는 네 가지 주제로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막연한 경제담론을 최신 자료와 통계로 이해시키고, 문제의식과 맥을 짚어주는 것이 장점이다. 경제 현안과 기사를 보는 안목이 한결 트이겠지만, 그만큼 커지는 한국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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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얻는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임정재 옮김 / 타커스(끌레마)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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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사람은 이러한 처세술을 적절히 구사할 줄 안다. 품위를 유지하면서 사악한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때로는 뱀처럼 교활하게, 때로는 비둘기처럼 정직하게 행동할 줄 알아야 한다."(p.211)

 
자기계발, 인간관계 처세서가 서점가 가판대에 넘친다. 개중에는 실제 유용한 책들이 있는 반면에, 속 빈 강정같은 책들도 상당하다. 왜 알맹이가 없는가 보면, 인간의 다양한 본성에 대한 성찰 없이 단순히 미사여구와 선행만을 강조한다. 그러나 현실은 물에서 건져줬더니 보따리를 내놓으라거나, 염치불구한 행동도 마다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관계중심의 문화가 뿌리 깊고, 한국 특유의 '화병'이 정신의학계에 등재될 만큼 인간관계가 고민거리다. 직장인들이 업무보다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더 크다는 많은 연구결과가 있지 않은가.


반면에, 라 로슈푸코의 <잠언과 성찰>,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시대를 넘어 고전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인간의 다면적인 본성을 잘 간파한 덕분이다. 명예와 덕행을 존숭하면서도, 시기와 질투, 잇속을 우선하는 속물근성을 잘 표현한다.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촌철살인으로 다가온다.


<사람을 얻는 지혜>도 마찬가지다. 저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17세기 성직자와 철학자로, 스페인 국왕의 고문자격으로 궁정에서 철학 강론을 맡았다. 당시에 계급 사회에 회의했던 그는 대중들이 스스로 삶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주고자 했고, 고담준론이 아닌 성공과 행복론, 생활철학과 처세술을 다뤘다. 쇼펜하우어는 "유럽 최고 지혜의 대가"라고 극찬했고, 니체 등 유수의 철학자들이 그라시안에 찬사를 보냈다.

"상대방이 당신에게 고마워하기보다 기대하고 의지하게 만들어라. 기대는 오랫동안 기억되지만 감사의 마음은 이내 사라지기 때문이다."(p.15)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해서 두려워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지레 겁먹고 위축되지 마라."(p.37)

"원하는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손쉽게 움직일 수 있다."(p.38)

"상대의 의견에 반박하는 것은 상대를 탐색하는 매우 효과적인 기술이다."(p.41)

"자신의 한계를 보여주지 마라."(p.51) "사람들이 당신을 버리기 전에 당신이 먼저 그들을 떠나라."(p.95)

​"부러진 손가락을 보여주지 마라."(p.114). "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이 한 일의 결과가 타고난 재능 때문인 것처럼 보이도록 그 속에 담긴 노력을 숨긴다. 사람들은 인위적인 것보다 타고난 것을 더 높이 평가한다."(p.199)


이러한 가르침들은 성직자보다 노회한 정치인의 아포리즘을 연상케 한다. 특히 "사자의 털가죽을 걸칠 수 없다면, 여우의 털가죽이라도 뒤집어써라. 자기의 뜻을 관철시키는 사람은 결코 명성을 잃지 않는다."(p.223)거나, 부당한 일에 화내지 않는 것은 선행이 아니라 어리석은 일이다. 어리석은 사람이 어리석은 줄 모르고 그에게 휘말리는 것이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다. 자신을 미주알고주알 드러내지 마라는 조언들은 얼마나 실용적인가. 명예를 소중히하고 미덕을 가르치면서도, 인간의 속물 근성을 꿰뚫고 현실의 처세를 가르치는 그라시안의 면모가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모순이 오히려 인간의 본질에 한발 다가서게 한다.

 

인기 웹툰 미생에서 회사가 원하는 임원을 이렇게 표현한다. 땅에 발을 내딛고 구름 너머의 별을 바라볼 수 있는 존재. 사실 독자들이 원하는 인간관계론, 처세서도 마찬가지다. 땅(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별(인간의 미덕)바라기를 잊지 않는 책. <사람을 얻는 지혜>는 그런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입문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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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마더스
도리스 레싱 지음, 강수정 옮김 / 예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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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나오미 왓츠 주연의 영화 <투 마더스> 가 화제였다. 서로의 아들과 사랑에 빠진 두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탓에 막장 소재로 논란을 일으켰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기사를 읽고 많은 관객들이 또 한번 충격을 받았다. 원작 소설가 도리스 레싱은 단골 술집에서 만난 호주 청년에게 인생담을 직접 전해 들은 후 깊은 감명을 받아 영화의 원작인 <그랜드마더스>를 집필했다고 한다. 2007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로, 해당 작품이 영화화되었음에도 당시엔 마땅한 번역본이 없었다. 이번에 <그랜드마더스>를 포함한 중, 단편 4 작품이 번역 출간되었다.

 

 

 

 

 

 

<그랜드마더스>는 햇살이 아름다운 해안가가 배경이다,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하고 잔잔한 바닷물결이 일렁이는 소도시. 릴리즈(릴)과 로잔느(로즈)는 어렸을 적부터 레즈비언으로 오해를 받을만큼 영혼의 단짝이었다, 두 여성은 결혼도 비슷한 시기에 했고, 이후에도 이웃에 거주하며 릴은 이안을, 로즈는 톰, 각각 외동아들을 낳았다.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그래서 더욱 운명공동체처럼 서로의 아들까지 보살펴주며 가족처럼 살아간다. 아들들은 마치 <베니스에서의 죽음>의 비요른같은 미소년들로 성장했다. 하지만 엄마 친구라기엔 릴과 로즈는 너무나 매력적이었고, 친구 아들이라기엔 이안과 톰은 너무나 도발적이었다. 이안은 로즈에게 모정 이상의 연정을 품고 로즈와 이안은 서로 모호해진 경계 사이에서 사랑을 싹틔운다. 톰도 어느새 릴과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소설은 서로의 아들과 관계 맺는 금단의 사랑을 선정적이고 외설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절제되면서도 시적인 묘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장성한 두 소년의 아름다움, 이제 이게 순탄치 않는 문제였다.  열 여섯이나 열일곱 무렵에 잠깐 시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시기가 있긴 하다. 그럴 때는 젊은 신과 같다.....두 여자는 일어나 앉아 서로를 쳐다보며 놀라운 심정을 나눴다. "어쩜 세상에!" 로즈가 말했다. "그러게."릴이 맞장구를 쳤다. "우리가 만들었어. 우리가 저 아이들을 만들었다고." 로즈가 말했다. "우리가 아니면 누구겠어?" 릴이 말했다. (p.33)


 

 

어쩌면 넷의 사랑은 인간의 근원적인 판타지를 담고 있다. 근친 관계, 모정과 연정의 경계 속에서 사회적 금기를 넘나드는 애틋한 감정, 젊음의 혈기에 대한 동경과 만족감 등 그들의 관계는 남녀의 드러낼 순 없지만 오래 전부터 내려온 판타지 자체였다. 반면에 그 속에는 금기를 넘는 행위에 대한 죄책감, 장성하는 아들들 사이에서 문득 늙음을 꺠닫는 릴과 로즈의 안타까운 심경, 아들들이 정상적인 사회 관계를 맺길 바라는 모성이 공존했다. 사랑은 딜레마의 연속이었다. 그들의 특수한 관계를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시선과 갈등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그랜드마더스>는 에로스에 집중하기보다 매혹과 금기를 넘나드는 특이한 상황을 전제로, 인물들의 판타지와 쾌락, 내면의 갈등과 좌절을 담았다.

 

 

작품 <빅토리아와 스테이브니 가(家)>도 독특했다. 런던 도심의 하층민 흑인 소녀 이야기다. 흑인 소녀 빅토리아가 어떻게 중상층 백인가정 스테이브니가의 사생아를 가지게 되고, 그 아이가 스테이브니 가의 일원이 되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그 담담한 속에는 똑똑하고 선량한 하층민 흑인 여성이 사회 체제 속에서  겪는 편견과 고통이 담겨 있다. 그녀에게 사회란 어떤 곳이며 결국 중산층 백인 청년의 사생아를 낳게 된 과정까지, 대놓고 드러내지 않으나 하층민 흑인 여성이 사회에서 겪어야만 했던 편견과 부조리, 그리고 인한 슬픔을 조명한다. 빅토리아는 딸 메리가 백인 중상층 사회에 편입되기를 바라지만, 한편으론 걱정한다. 엄마가 소속된 흑인 사회와 아빠의 백인 중상층 사회 사이에서 딸이 겪을 정체성 갈등을 말이다.


 

 

가상의 고대 도시의 흥망성쇠를 다룬 <그것의 이유>, 또다른 찬사를 받은 <러브차일드>도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었다. 특히 <러브차일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으로 징집된 청년이 영국령 케이프타운에서 유부녀와 나눈 사흘 간의 사랑을 평생 잊지 못해서 일생 자신의 사생아를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았다. 짧은 사랑을 잊지 못하는 모습은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연상케 했다. 한편으론 그런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복잡한 감정을 묘사한다. 청년은 첫 사랑을, 청년의 아내는 첫 사랑을 잊지 못하는 남편을 바라보는 관계 설정이 애잔함을 더한다.


 

 

<그랜드마더스>.를 통해 도리스 레싱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혹자는 선정적이고 외설적으로 느껴질만큼 작품 설정과 소재가 독특했다. 실제로 영화 <투 마더스>는 국내 흥행 성적이 썩 좋지 못했다. 개봉 전부터 소재 논란이 있었고, 홍보도 논란에 편승하여 자극적이지 않았냐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원작을 읽고 나니 작가가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이유를 짐작할 것 같다. 특이한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갈등과 번민을 따라가다보면, 사랑에 대한 근원적 판타지, 현실적 금기를 넘어서는 행위에 대한 불안과 좌절감이 다가온다. 뭔가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공허감이나 갑작스레 터지는 감정선을 묘사한 장면은 여러 번 되읽게 만들 정도였다. 특이한 관계와 설정 속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과 갈등을 끌어낸다. 무엇보다 절제되고 담담한 문체가 이 신기한 스토리에 매력을 더한다. 작가의 다른 인생작인 <황금 노트>와 <다섯째 아이>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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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책쓰기 - 책쓰기의 기초부터 책 출간까지 '책쓰기 안내서'
김태광.권동희 지음 / 위닝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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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가 자기계발의 종결판이다." 일반인들에게 책쓰기는 쉽게 넘볼 수 없는 전문 작가들의 영역이다. 원고 작성에서 출판사 접촉, 출간까지 일반 독자들에겐 요원한 일인데, 책쓰기가 최고의 자기계발이라니 쉽게 와 닿지 않는다. 그러나 <생산적 글쓰기>는 "당신도 3개월 안에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당차게 공언한다.

 

먼저 공동저자인 김태광, 권동희씨는 작가이자 출판사 대표, 책쓰기와 자기계발 강사이다. 특히 김태광씨는 무려 200여 권의 책을 저술하여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더구나 한국책쓰기성공학코칭협회(한책협)를 통해 작가 지망생들의 저서 출간을 돕고 있다. 출판전문가이자, 거칠게 말하면 책쓰기에 이골이 난 사람이다.

 

저자는 책쓰기로 제 2의 인생을 준비하라고 당부한다. 고용불안의 시대에 직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깨지는 것, 둘째는 자신의 저서는 스스로가 전문가임을 입증하는 자격증이자 뛰어난 홍보 수단이며, 일단 해당 분야의 책을 쓰고 나면 조직에서의 영전 혹은 강연 등 도약의 발판이 마련되는 덕분이다. 실제로 어려운 유년시절을 겪고 병마로 고생하며 가정주부로 살던 중, 책쓰기를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 강연가로서 1인 기업인으로 거듭난 김새해 작가. 이 밖에도 자살을 꿈꾸던 대학생에서 재무설계사로 전로를 택한 후 결국 <4개의 통장>으로 유명 작가가 된 고경호씨의 이야기를 비롯해, 다양한 사례들이 나온다.  초등학교 교사에서 독서, 인문 분야의 저명한 작가로 거듭난 후 현재는 미모의 당구선수 차유람씨의 남편이 된 이지성 작가의 유명한 일화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물론 출판 전략 노하우도 소개한다. 출판사는 크게 5가지 요소로 원고를 선택하는데, 저자 프로필, 출간 방향, 분야, 시장성, 원고 가능성 등이다. 책은 출판사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한 전략으로 8가지 비결을 제시한다. 특히 자신 있고 분명한 장르와 컨셉을 정하는 것과 책의 뼈대가 되는 설계도, 제목, 목차 만들기가 책쓰기의 중요한 초석이었다. 300 페이지 안밖의 책을 만들기 위해선 원고지 약 900매 분량에 A4 용지 110장 정도가 적당하고, 출판사와 접촉하여 원고를 투고하는 방법, 계약하기 등의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한다. 막연했던 책쓰기의 대체적인 윤곽을 알 수 있어 유익했다.

 

책쓰기가 자기계발의 종결판인 이유는 책을 만들면서 배우고, 그렇게 나온 저서는 나의 커리어에 상당한 보증수표가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관련 서적 수십 권과 경쟁 서적을 집중 독서해야 하고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는 점이 인상 깊었다. 완성된 작가가 출간하는 것이 아니라, 책쓰기 과정에서 작가로 성장하는 것이었다. 특히 책은 출판사의 교정과 편집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글쓰기보다 책쓰기가 훨씬 쉽다"(p.34)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직무 혹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장르를 추천한다. 경찰, 공무원, 직장인, 교육인 등 다양한 직업군들을 분류하여 책쓰기 조언을 덧붙였다. 생각건대, 요즘 출판시장이 불황이지만 출판물의 분야는 다양해진듯 하다. 파워블로거가 포스팅 노하우를 출간하고,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저술을 한다. 특히 지금은 면접시장에서도 스펙 이상의 직무 이해도나 역량을 원하는데, 여러 직종의 이야기가 담긴 책들은 환영할 만하고 동종 종사자들에겐 이해와 공감, 업무이해도를 높이고 일석이조이다.

다만 동기부여를 위해 저자의 자랑이 여러 번 나오고 한책협 소개가 수십 번 나온다. 책에 나오는 작가들이 한책협 회원으로 제 2의 작가 인생을 영위하는 것을 읽고 협회에 관심은 가지만 과유불급이 아니었나 한다. 하지만 막연했던 책쓰기와 출판과정을 알 수 있어서 작가를 꿈꾸는 독자들에겐 좀 더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일반 독자들에겐 어떻게 작가가 되고 한 권의 책이 출판되는지 아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글쓰기를 넘어 책쓰기에 다가갈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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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만나는 몸 공부 - 노장사상으로 배우고 황제에게 듣는 몸의 원리
차경남 지음 / 글라이더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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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 공부"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게다가 "인문학으로 만나는" 이 붙어서 왠지 몸에 대한 철학적 담론이나 성찰을 담아 고리타분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노장사상', "황제"가 보인다. 표지가 말하듯 <몸 공부>는 동양학, 특히 <황제내경>과 노장사상으로 풀어본 인간의 몸 탐구이다. <황제내경>은 동양의학 고전 중의 고전으로, 우리나라의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동의보감>의 기반이 된 책일 만큼 한의학도뿐 아니라 한의학에 관심이 많은 일반 독자들에게도 유명하다. 

 

<황제내경> 중 '소문편'은 총론격으로 많이 인용된다. 무엇보다 자연과 우주, 인간의 상호작용과 인체의 장기, 근골, 정(精), 기(氣), 신(神)에 대해 논하고 있어서 단순히 의학뿐 아니라 동양학, 단전호흡 등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원전은 아니라도 한번쯤 개설서라도 짚고 넘어가야 할 책이다. <몸 공부>는 <황제내경>이 인간의 몸을 보는 사고틀, 기본 정신을 바탕으로 독자들이 유념해야 할 몸에 대한 교훈을 다뤘다. 동양학에 조예가 깊은 독자보다는 동양학에 관심을 갖게 된 독자들에게 도가적 몸 담론을, 한의학에 다가가고자 하는 일반 독자들에겐 동양의학의 관점을 쉽게 풀어쓴 입문서이다.

 

<몸 공부>에 따르면, <황제내경>은 중국 고대의 전설적인 통치자 '황제'와 신하' 기백'의 대화체로 이루어져 있지만 실제 저작은 기원 후 1세기 노장사상의 영향을 받은 한나라 시대로 본다. 황제와 노자를 묶어 '황로(黃老)학'이라 통칭할 정도이다. 노장사상의 영향을 받아 특히 기(氣)를 강조하는데, "기자 인지근본야(氣者 人之根本也), 백병생어기(百病生於氣)"(p.9), 즉 우주에 가득찬 에너지인 기가 인간의 근본이고 모든 병은 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명시하였다.

 

책은 이러한 <황제내경>을 근본부터 차근히 풀어나간다. 과연 기(氣)란 무엇이며, 과거 서양에서 물질과 에너지를 분리했던 시각에서 물질 = 에너지 공식이 성립된 현대과학으로 왜 기가 근본이 되고 인간의 물질적인 신체에 영향을 주는지를 설명하고, 동양학의 기본틀인 음양, 오행의 관점을 쉽게 이해시킨다.

 

<황제내경> 이 말하는 병의 진행 4단계는 '마음 - 기 - 혈 - 병'(파동- 기체 - 액체- 고체) 순이다. 마음의 칠정(喜怒憂思悲驚恐- 기쁨, 분노, 근심, 생각, 슬픔, 놀람, 두려움)이 과하면 기가 뭉치고 나쁜 기운이 생긴다. 이것이 어혈을 만들어 결국 신체의 병이 생긴다는 원리이다. 그래서 실제 혈맥과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기가 상하면 만병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물론 실제는 외상이나 전염 등 다양한 병의 원인이 있지만, 이러한 관점은 보다 적극적인 마음 수련과 호흡 운동 등을 통해 건강한 생활을 지향하게 한다. 이 점이 <황제내경>을 단순히 병리학서적이 아닌 우주와 유기적 관점에서의 양생(養生), 생명학서적으로 다루는 까닭이다.

 

현대인들은 스트레스, 각종 호르몬 불균형 등으로 인해 몸의 밸런스가 붕괴되고, 정신적 질환, 신경성 질병 등을 호소하기 때문에 더욱 유용하다.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불면증, 심지어 불안장애와 공황장애를 호소하기도 하고, 만성피로로 곤욕을 치룬다. 암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조기발견이라고 하지만 암세포가 직경 10mm가 되는 데는 십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황제의 말이다.

 

"가장 잘 치료하는 자는 피모(피부와 털)에서 치료하고/ 그 다음은 기육(살)에서 치료하고/ 그 다음은 근맥(근육과 혈맥)에서 치료하고/ 그 다음은 육부에서 치료하고/ 그 다음은 오장에서 치료하는데/ 오장에서 치료하면/ 반은 살고 반은 죽는다."(p.275)

 

실은 피모 이전에 기와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근본이다. 그래서 진정한 명의는 도(道)로써 치유한다고 책은 말한다. 정, 기, 신 삼보(三寶)를 보양하고, 수승화강의 원리로 자율신경계와 몸의 밸런스를 바로잡고, 저자가 말하는 "회광반조"를 통해 내면의 심연을 돌아보는 수행을 하면 어떨까 싶다. 노자의 '허정'과 장자의 '좌망', '심재'의 지혜로, 도로써 병의 근본을 치유하는 관점도 한번쯤 새겨들을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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