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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황의 시대, 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
김동원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2월
평점 :
신조어 '헬조선'과 'N포 세대' 가 익숙하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는 물론, 기성 언론이 다루는 대한민국 사회상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는 정치, 사회의 불공정, 부조리를 내포하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 한국 경제의 현실도 주된 이유 중 하나다. <대불황의 시대, 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는 '헬조선', 'N포 세대' 단어가 만연하는 '한국 경제가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를 분석한 진단서이다.
저자 김동원 교수는 대학 강단과 매일경제 논설위원, 국민은행 부행장, 금융감독원 본부장 등 학계, 언론, 금융, 관계 등 경제 분야의 다양한 커리어를 쌓은 경제 전문가다, 이 책은 저자의 국가미래연구소 강의를 바탕으로 경제 현황을 업데이트하여 출간하였다. 당시 강의 동영상은 3만 8000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출판사에서 먼저 제의가 들어왔다.
책은 한국 경제의 현황을 경제 신조어, 통계로 분석한다. 1930년대 세계 경제가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이었다면 현재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대불황(The Great Recession)'으로 불리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 국면이다. 저명한 경제학자 고든 교수는 미국의 경제를 '느리게 움직이는 거북이'로 표현할 만큼 성장동력이 저하되었고, 특히 한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은 제조업 중심의 고성장 경제에서 상대적으로 중저성장 경제로 이행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가 말한 '신창타이(新常態)',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경제의 주력인 수출산업 전망은 적신호다. 경제 위기 이후 세계 총생산은 회복세를 보이지만, 세계 수출 증가율은 둔화세가 심화되었다. 글로벌 경제는 내수 중심으로 재편되고, 한국은 더 이상 수출주도전략으로 일관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러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기존에도 많이 거론되었지만, 책은 최신 통계와 이슈로 더욱 손에 잡히게 설명한다. 단순히 거시적인 담론이 아니라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위기감을 일깨운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가계부채나 좀비기업 등 부채 주도의 성장은 댓가를 치룰 수 밖에 없으며, 저성장 국면과 고령화로 인해 잠재성장률이 하방 위험에 직면했다. 경제의 역동성을 살릴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절실하지만, 최근 박근혜 정부가 천명한 4대 개혁, 구체적으로 노동, 공공, 교육, 금융 분야의 개혁은 새로울 것이 없다는 평가다.
'무엇을 할 것인가.'(p.160) 책은 해법을 제시하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독일의 슈레더와 메르켈, 영국의 고든 정부 등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경제의 구조적인 역동성 증진, 개혁에 대해서 말한다. 무엇보다 현실 경제의 문제를 풀려면 선진화된 정치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시사한다. 물론 획기적인 방안이나 기득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바란다면 실망이다. 그러나 책이 말하는 경제 현황과 진단은 귀 기울이기에 충분하다.
<신동아>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이 싫다고 답변한 여론이 51%에 육박했고, 절반 가량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책은 '헬조선'의 현실을 경제로 풀어보았다. 세계 경제의 저성장 국면과 정보 혁신이 불러온 승자독식의 사회구조, 구조 개혁의 문제 등을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무엇을 할 것인가?', '한국경제의 희망 만들기'라는 네 가지 주제로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막연한 경제담론을 최신 자료와 통계로 이해시키고, 문제의식과 맥을 짚어주는 것이 장점이다. 경제 현안과 기사를 보는 안목이 한결 트이겠지만, 그만큼 커지는 한국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