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 없애고 열 내려야 병이 없다 - 알게 모르게 쌓여 만병을 부르는 습열
쿵판시앙 지음, 정주은 옮김, 오수석 감수 / 비타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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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피로가 문제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개운하기는커녕 눅눅한 솜뭉치마냥 몸이 무겁다. 월요일은 재앙이다. 출근길은 붐비고 부랴부랴 도착하면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쉰다. 커피 카페인에 의지하여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또 반복. 규칙적인 생활, 음주를 삼가고 자연식 섭취하기, 스트레스 줄이기. 말은 쉽다. 현실은 피부 트러블이 번지고 구취가 걱정스럽다. 진료를 받지만 딱히 구체적인 병명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습열을 의심해 보면 어떨까.

우리나라 인구 중 다수가 한의학상 태음인 체질이라고 자주 방송에 소개되는데, 특성상 습하고 신진대사 적체가 일어나기 쉽다. 몸 안에 열과 습이 엉켜서 뭉치면 습열이 되어 독으로 작용하니, 특히 한국인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개인적으로 심각한 단계는 아니지만,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설태가 자주 끼어서 고민하다가 평소 습열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던 중 <습 없애고 열 내려야 병이 없다>를 찾았다. 책은 한의학 병증 중에서도 습열을 본격적으로 다루는데, 습열증의 증상에서부터 오장육부별로 습열이 정체되는 원인과 병증, 해소법을 담았다. 말미에는 사계절 건강법을 첨부하였다.

습열의 증상은 다양하다. 만성피로, "간밤에 한숨도 못잔 것처럼 온몸이 뻐근"하고, "물에 젖은 솜옷을 입은" 느낌이다. 속이 더부룩하고 묽고 끈적한 변이 나온다. 입 안에 설태가 끼고 입김이 축축하며 냄새가 심하다. 눈이 누렇고 눈꼽이 많이 낀다. 피부가 황색이고 부종이나 부스럼이 나며, 유분과 여드름이 과하다. 나아가 배뇨가 시원찮고 원할하지 않다면 습열을 의심해 봐야 한다. (p.15~36) 피로감뿐 아니라 신체의 미관을 해쳐서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오장육부 대사에 장애를 일으키는 것이다. 

현대인의 문젯거리인 비만도 빼놓을 수 없다. 습열성 비만인은 열심히 트레이닝과 식단 조절을 하고 싶지만,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서 피로감이 심하고 신체적 증상까지 겹친다. 장사가 없다. 몸이 자꾸 가라앉고 의욕이 없다. 치료자도 비장과 위장을 보하면서 습열을 없애고 지방을 제거해야 하니 무척 까다롭다고 한다. 막연히 내가 게으르다고 자책하기보다는 습열성 비만인지 의심해 보고, 병증을 제대로 알고 대처한다면 다이어트가 한결 수월하다.

습열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체적으로 비장과 위장에서 엉키기 시작하여 각종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 하초에서 발병할 때도 있기 때문에 습열을 방지하려면 비위와 신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 습도가 지나치게 눅눅하거나 건조하면 폐에 습열이 침범하기 쉽다. 방광은 비교적 나중에 영향을 받는데, 각종 습열 증상과 함께 배뇨까지 문제가 생긴다면 심각한 단계다.


책은 습열을 다스리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비용이 만만찮은 한약재나 어려운 방법보다 평상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건강법을 지향한다. 각종 차와 죽, 찜과 같은 약선 요리를 소개하고, 그 중에서 팥과 율무는 습열증에 특효약이다. 시중에서 구하기 용이한 재료를 가지고 책 레시피대로 간단히 밥이나 죽을 만들어도 좋다. 각종 경락도와 함께 장부별 건강 마사지법을 설명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지 않으면서 따라하기 좋다. 오장육부별로 유용한 다섯 가지 기공법 후, 시, 쓰, 커, 쉬자공은 아침이나 여유 시간 짬짜미 수련하기를 권한다. 장기별로 진동하는 음역대의 소리를 내면서 호흡을 조절하는 양생법이다.

중의학 내과 전문의인 저자 쿵판시앙은 임상경험으로 습열이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치고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것을 자주 접했다. 환자들은 단순히 신경성 증상으로 오인하고 습열을 방치하다 고혈압, 당뇨, 비만 등 큰 병을 초래하기도 했다. 습열이 만병의 근원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번쯤 의심해보고 예방할 만하다. <습 없애고 열 내려야 병이 없다>로 습열 진단과 건강 상식을 배우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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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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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 <오베라는 남자>의 작가 프레드릭 베크만의 신작,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가 출간되었다. 전작은 영화화되어 5월 중순에 개봉 예정이라니, 자신의 SNS에 소설을 연재하던 블로거가 일약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로 우뚝 섰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는 격언이 떠오른다. 그의 가열찬 작가 행보는 어디까지일지 독자로서도 궁금해진다.


 

<오베라는 남자>가 고전 명작의 반열을 장식할 만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특유의 유머와 감동을 독자에게 선사했던 것처럼,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도 마찬가지의 매력이 있었다. 전작의 주인공 오베는 개성을 넘어 진상끼가 느껴지던 할아버지였고, 그런 오베의 일상이 주된 스토리었다. 이번 작품은 단순히 한 주인공만이 아닌, 소설의 배경이 되는 아파트 입주민들 각각이 저마다 개성으로 똘똘 뭉쳤다.

 

특히 7살 주인공 엘사의 할머니는 단연 압권이다. 여성판 오베라고 할까. 전직 외과의사로 종군 의료봉사를 했던 "할머니는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데 별 재주가 없다. 규칙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모노폴리 게임을 할 때 속임수를 쓰고, 르노 승용차로 버스 전용 차로를 달리며, 이케아에 가면 노란색 쇼핑백을 슬쩍하고, 공항에서 수화물을 찾을 땐 안전선 밖으로 나와 서 있지 않는다. 볼일을 볼 땐 화장실 문을 닫지 않는다."(p.29) 딸의 재혼남을 '찐따"라고 부르는 객기. 뿐만 아니라 가는 곳마다 분쟁을 일으키는 싸움꾼이다.

 

하지만 7살 엘사에겐 학교 왕따인 자기를 대신에 교장에게 지구본을 던질 줄 아는 히어로였고, 미아마스, 깰락말락나라를 비롯한 여섯 왕국 판타지세계 이야기를 전해 주는 입담꾼이었다. 엘사는 엄연히 미아마스 왕국의 작위를 받은 기사였다. 그러나 갑작스레 암으로 돌아가신 할머니. 소설은 본격적으로 감동적인 시트콤 엔진의 엑셀을 밟는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엘사에게 보물찾기 유언을 남긴다. 그리고 엘사는 수수께끼를 풀어서 할머니의 편지를 이웃에게 전해주기 시작한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라고. 비로소 엘사는 깨닫는다. 수수께끼 판타지 인물들은 다름 아닌 편지를 받는 이웃들이었다. 그들은 미아마스 왕국의 울프하트였으며, 깰락말락나라의 바다천사였다. 저마다의 아픔을 간직한 채 할머니와 인연을 맺고 있었다. 과연 엘사의 여정은 어떻게 마무리되고 마지막 편지는 누구에게 전달될까. 감동은 독자들의 몫이다.

 

미아마스 기사 엘사의 무용담은 이웃 간의 이야기를 넘어, 할머니, 엄마, 엘사 모녀 3대의 화해를 담고 있다. 전쟁터에서 의료봉사를 하며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았던 할머니, 그로 인해 엄마는 성장기에 할머니의 부재를 감내해야 했고 완벽주의자로 컸다. 7살에 맞지 않게 맹랑해서 밉살스럽기까지 한 엘사. 때문에 학교에서 극심한 왕따를 당한다. 엘사의 여정 속에서 세 모녀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스웨덴뿐 아니라 한국적인 정서까지 담겨 있었다. 아마 전세계적인 공통감각일 것이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의 감동 시트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오히려 <오베라는 남자>보다 영화화되기 안성맞춤이었다. 수수께끼같은 할머니의 보물 찾기 지령, 아픔을 간직한 이웃들과의 인연으로 만들어진 판타지 왕국 이야기, 영화 <조이럭클럽>처럼 엄마와 딸 사이의 갈등과 화해까지. 무료하고 팍팍한 일상을 감동 시트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로 힐링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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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힘, 스피노자 인문학 - 처음 만나는 에티카의 감정 수업
심강현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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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를 안 들어본 사람은 드물다. 진위여부 논란은 있지만, 자주 회자되는 명언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남긴 철학자로 유명하다. 그러나 막상 그의 철학은 난해하기로 정평이 났고, '능산적 자연', '소산적 자연' 같은 개념만 학창시절 윤리 수업에서 수박 겉핧기로 짚고 넘어갔다. 대표작 <에티카>는 스피노자가 "기하학적 질서에 따라 증명된 윤리학" 이라 할만큼 수학 논증식 정리와 증명의 연속이다.

 

<욕망하는 힘, 스피노자 인문학>은 이러한 스피노자 철학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었다. 저자 심강현씨는 의사로, 의대 재학 시절 유독 정신분석학, 심리학 강의에 심취했고, 철학, 역사와 같은 인문학까지 관심을 넓혔다. 지금은 의료와 인문, 철학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책은 문학적인 문장으로 스피노자 철학을 물 흐르듯 전개한다. 철학 원전의 해설서는 외려 원작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우를 종종 범하는데, 마치 저자가 철학을 충분히 음미하고 내적으로 숙성시킨 것처럼 쉽고 아늑하다.

하룻밤에 다 읽었다. 철학이 따뜻한 힐링과 용기를 북돋을 줄 몰랐다. ​고단한 삶 속에서 후회와 자기 연민에 휩싸이기도 하고, 때로는 미움과 슬픔으로 아파한다. 스피노자는 독자들에게 말할 것이다. "내려놓으세요. 당신 어깨의 짐을. 그것으로 이제 되었습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힘들었습니다. 그때 당신은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일 뿐이니까요." (p.23)라고. 어려운 철학 속에는 다정한 위안이 들어 있었다.

스피노자는 인간의 욕망과 다양한 감정을 다룬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무의식적인 욕망에 따라 행동하는 존재다. 월요일 아침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길에 오르는 것은 쉬고 싶은 마음보다 경제적 안정에 대한 욕망이 컸기 때문이다. 모든 일은 이미 무의식적 욕망에 의해 정해져 있으며, 그의 세상에서 자유의지란 허상에 불과하다. 이러한 욕망을 충족시키는 능력이 '역량'인데, 그때 그때 사람의 욕망과 역량은 이미 정해져 있었으니, 잘못했던 당시로 돌아간들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세상은 이러한 필연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우연은 없다. 그러니 후회하고 자책한들 무엇하리!

 

스피노자는 자기연민보다 역량 기르기를 권한다. 사람의 근본적인 욕망은 '코나투스', 즉 자기보존의 욕구, 삶에 대한 욕구다. 욕망이 충족될수록 기쁨을 누리기에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역량의 기준이 무엇일까. 바로 이성이다. 스피노자에게 이성은 욕망의 우위에 있거나 그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크고 나은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조력자이다. 인간은 이성을 통해 사건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더 넓은 안목을 가질수록 욕망의 크기와 질 또한 높아진다.

 

욕망이 충족될수록 기쁨을 누리듯, 감정은 욕망의 표현이다. 스피노자는 사랑부터 시작하여 증오, 무관심까지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이야기한다. 슬픔, 자기연민, 교만 혹은 경쟁심, 질투 등 그가 설명하는 감정의 연원과 이유들이 단순히 피상적인 철학을 넘어 하나하나 납득이 되고 깨달음을 주었다. 특히, 기쁨과 사랑을 북돋아주는 관계를 '결합관계'. 슬픔을 주는 관계를 '해체관계'로 인식했는데, 전자는 코나투스를 늘리고 후자는 감소하기 때문이다. 선과 악은 정해져 있지 않고,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은 누군가에겐 착하지만 특정한 상황에서 해체관계를 맺었을 수 있다. 나 또한 누군가에겐 선하지만 더러는 슬픔을 준다. 이러한 관계의 성찰은 독자에게 반성과 관용의 메시지를 내민다.

 

스피노자는 근본적인 감정을 사랑이라고 보았다. 미움과 슬픔은 사랑의 눈금에서 멀어진 감정일 뿐이다. 철학을 '지혜에 대한 사랑'(philosphy)으로 정의하듯, 무언가를 이해하는 행위의 밑바탕에도 사랑이 깔려 있다. 그에게 이성과 사랑은 동떨어진 개념이 아니다. 단순히 세상의 편견과 수동적인 정념이 주는 '혼란된 생각'을 넘어, 필연적 인과관계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교감, 공감하는 '공통 개념'을 가능케 하는 것도 사랑이란 감정 덕분이다. 나아가 공통감각이란 단계적인 이성 인식에서 우주와 신(인격신이 아닌 능산적 자연)에 대한 지적 사랑까지 도달하는 '직관지'도 사랑과 다르지 않다.

 

스피노자 철학은 기하학적 외피 안에 사랑, 공감, 자유를 담고 있었다. 그에게 사랑, 공감, 자유는 서로 다른 이름이 아니었다. 욕망하는 힘, 스피노자 인문학>은 이렇듯 딱딱한 껍질 속에 숨겨진 따뜻한 치유의 과실을 독자에게 맛보인다. 종교적 파문을 당하고 평생 광학 렌즈를 깎으며 힘든 삶을 살다 간 철학자의 정밀하고도 긍정적인 메시지로 힐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는 자신과 같이 어려운 경에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말할 것이다. 후회와 자기연민의 시간을 넘어, 타인의 편견과 선입견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삶의 주인된 능동적인 기쁨을 누려보라고. 오히려 사랑, 관용과 용서의 마음가짐이 생기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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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글쓰기 - 파워 블로그의 첫걸음
이재범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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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는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항해일지나 항공일지를 뜻하는 '로그log'의 합성오로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칼럼, 서평, 일기, 기사 등을 올리는 웹 사이트를 말한다.(p.25)"

파워블로거가 부럽다. 관심사, 취미, 여행, 맛집 기행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포스팅하면서 인정과 관심을 받는다. 하루에 방문자수가 수 천, 수 만에 다다르는 만족감을 넘어 현실적인 보상까지 따른다. 무료 상품 체험에서부터 광고수익은 물론 포스팅 한 회당 얼마를 벌 수도 있다. sns가 발달할수록 파워블로거들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고 네티즌들의 선망을 받는다.

<블로그 글쓰기, 파워블로그의 첫걸음>의 저자 이재범씨는 실제 파워블로거다. 닉네임 핑크팬더로 네이버 블로그 '천천히 꾸준히'를 운영하고 있다. 일 년에 이백 권 정도의 책 리뷰와 함께 저자의 주된 관심사인 투자 재테크 정보를 다룬다. 책을 읽고 직접 저자의 블로그를 이웃추가했다. 하루 방문자 수가 5천여 명에 이르고, 블로그 이웃은 만팔천여 명이 넘는다. 이재범씨는 이번 신작 <블로그 글쓰기>를 비롯해 다양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어 앞으로 블로그 독자들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다음은 네이버 블로그 '천천히 꾸준히(Slow and Steady)'의 주소다. http://blog.naver.com/ljb1202
 
파워블로거가 직접 밝히는 비법인지라 일반 네티즌들이 몰랐던 그들만의 기술, 방법을 엿보고 싶었다. 제목을 수정하고 한 시간 가량 비공개로 두었다가 공개로 올리면 검색어 상위글에 뜨기 유리하다는 등의 노하우가 언급되지만, 책은 직접적으로 포스팅 로직이나 검색 상위글 만들기에 초첨을 맞추진 않는다. 상업적 블로그보다 자기 브랜드를 가진 블로그를 만드는 법을 다뤄서 의외로 기본에 충실하다. 블로그의 기본은 글이고, 동영상, 사진은 유용한 수단이지만 결국 이야기는 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글쓰기에 주목한다. '글쓰기는 재능이 아닌 노력' , '쓰기의 기본은 읽기', '소재를 미리 기록하라', 나 작문시의 주의사항처럼 일반적인 글쓰기 관련 서적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오히려 글쓰기 연습을 위해 블로거 되기를 추천한다.
실제로 저자는 서평 포스팅으로 블로그 세계에 입문했다. 블로그 매체를 이용한 글쓰기 방법도  블로그 네임처럼 '천천히 꾸준히'를 강조한다. 막연하게 파워블로거에 대한 선망으로 시작하거나 몇 번 기억날 때만 포스팅을 하는 블로거들이 있지만, 저자는 무엇보다 꾸준히 일정하게 포스팅을 올리는 것을 권한다. 스스로도 처음에 쓴 서평들은 아쉬운 점이 많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남 눈치 보지 않고 친구와 대화하듯 쓰고 싶은 것을 써야 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몇 차례 포스팅으로 많은 방문자를 유치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쓸데 없는 부담감을 버리라는 것이다. 부끄럽다면 비공개로 남겨도 된다. 꾸준한 포스팅이야말로 연습이자 단련이다. 블로그 활동 시간을 딱 정해놓고 쓰면 더욱 좋다고 한다. 무엇보다 특정 주제나 관심사 정하기는 꾸준한 블로그 운영의 첩경이다.

"사람들이 작가의 장애물에 봉착하는 이유는 글을 쓸 수 없어서가 아니다. 유려하게 쓸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기 때문이다.  - 애너 퀸틀러."(p.305) <블로그 글쓰기> 매 챕터 뒷면에 나오는 글쓰기 명언 중 하나다. 책은 포스팅 쓰기로 고민했던 블로거에겐 맞춤 교과서다. 글쓰기로 고민하는 독자들에게도 반갑다. 일곱 권의 책을 쓴 저자 스스로가 블로그 활동이 작문 훈련에 얼마나 유익한지에 대한 산증인이다. <블로그 글쓰기>를 통해 파워블로거에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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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제국 -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감각의 모든 과학
문동현.이재구.안지은 지음 / 생각의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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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각의 제국>이 떠오른다. 일본 문화 개방 흐름을 타고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는데, 실화를 모티브로 파격적인 내용과 영상 덕분에 우리나라 청소년층까지 유명세를 떨쳤다.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감각의 모든 과학'. 책 표지가 심상찮다. 은근 생기는 기대감. 야한 내용은 없다. 결코 아쉽지 않다... 하지만 인간의 감각 탐구가 얼마나 매혹적일 수 있는지 책으로 깨달았다. 과학도 섹시할 때가 있다. <감각의 제국>은 인간이 일분일초 쉴 새 없이 느끼는 영역,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감각'을 다뤘다.

 

이렇듯 중요한 감각이 고장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플 때 간혹 고통이 없었으면 한다. 그러나 정말 고통을 못 느낀다면? '선천성 무통각증 및 무한증'으로 고생하는 한별양의 사례는 섬뜩하다. 관절과 연골은 이미 닳아서 제 기능을 못하고, 열이 나도 땀이 배출되지 않아 신체 세포가 괴사할 위험을 항상 지니고 산다. 상처가 나면 제 때 치료하지 못하니 더욱 두렵다. 감각은 생존에 필수다. 반면에 극단적으로 예민하면 삶을 위협한다.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은 바람만 스쳐도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하느님. 제발 내일은 눈뜨지 않게 해 주세요 할 만큼. 점점 몸의 감각이 사라지는 슬픈 영화 같은 이야기. '어셔 증후근' 을 앓는 일러스트레이터 구경선씨의 버킷리스트는 가슴을 저미게 했다. 하루하루 맹인이 되는 절박감은 당사자만 알 것이다.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레인맨>으로 유명한 '서번트 증후군'. 자폐증으로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살지만 상상을 뛰어넘는 청각과 절대음감의 영역을 가진 준이씨의 이야기다. 더러는 없어서 절실하고, 더러는 넘쳐서 생존을 위협하며, 더러는 초월적인 영역에 다다른다는 사실이 충격이다.

 

감각은 생존뿐 아니라 지능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영아의 성장기 중에 거쳐야 하는 감각적 경험을 하지 못하면, 해당 뇌기능의 발달이 멈추거나 저하된다. 이를 '임계기'라고 한다. 특히 생후 36개월 즈음 영아의 궁금증과 신체 활동이 급격히 늘어난다. 뇌 발달이 그만큼 활발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필요한 감각을 충족시키는 행위였다. 감각의 역사를 다룬 챕터도 흥미롭다. 삼엽충의 눈이 진화한 이후 급속도로 생태계가 다양해지는 시기를 '캄브리아기의 대폭발'이라 하는데, 생후 36개월 아이의 뇌 속은 마치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현장이었다. 생명은 언제나 경이롭다.

 

그렇다면 감각은 개체의 영역일까. 아니다. <감각의 제국>은 인간의 '공감'을 다룬 것이 압권이다. 내 감각을 타인과 공유한다는 것. 공감능력은 나의 생존을 넘어 인류의 생존과 진화, 사회의 형성에 없어서는 안 될 영역이었다. 실험 결과도 놀라운데, 문명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을지언정 인류는 비슷한 공감요소를 유전자 내에 공유하고 있었다. 선천성 시각장애인마저 일반인과 웃고 우는 표정은 다르지 않았다.

 

사회성을 좌우하는 공감력에 지장이 생기면 어떨까. 공감능력을 크게 '인지적', '정서적' 두 가지로 분류한다. 인지적 능력 부족은 눈치가 없고 상황파악을 못한다. 정서적 능력이 부족하면 남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해 도덕성이 낮다. 대표적인 예가 사이코패스다. 이들은 협업과 인간관계를 잘 맺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인지 부족은 청소년기에 학교폭력 피해자가 되고, 정서 부족은 가해자가 될 확률이 월등히 높다.

 

공감력 또한 영아기에 가장 발달하는데, 누구보다 엄마의 영향을 받는다. 그 시기에 엄마와 애착관계, 엄마가 아이의 정서에 공감해주는 행위는 아이의 인생에서 바꿀 수 없는 보물이었다. 어머니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가. 아이의 후천적 지능발달과 정서발달, 사회성의 상당부분은 엄마의 품 안에서, 사랑과 희생으로 만들어졌다. 물론 훈련으로 사회성을 얼마간 교정할 수 있지만, '임계기'를 놓친 아이는 결핍 속에 힘든 세월을 보낸다.

 

영화 <감각의 제국>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감각의 제국>EBS 다큐프라임 방송을 엮었다. EBS 다큐프라임은 이미 좋은 프로그램으로 정평이 났는데, 일례로 <아이의 사생활>은 육아서적 추천 목록에 빠지지 않는 스테디셀러다. 이번에 출간된 <감각의 제국>은 마치 영상을 보는 듯한 구성 덕분에 흥미롭고, 정보를 넘어 독자에게 깨달음을 준다. 무엇보다 엄마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가. 다시금 깨닫는다. 나아가 육아정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실감했다. 뇌 과학에 관심이 많은 독자, 도덕성과 사회성 발달 등 교육, 인문 분야의 독자, 특히 육아 서적을 찾는 독자에게 꼭 추천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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