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 없애고 열 내려야 병이 없다 - 알게 모르게 쌓여 만병을 부르는 습열
쿵판시앙 지음, 정주은 옮김, 오수석 감수 / 비타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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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피로가 문제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개운하기는커녕 눅눅한 솜뭉치마냥 몸이 무겁다. 월요일은 재앙이다. 출근길은 붐비고 부랴부랴 도착하면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쉰다. 커피 카페인에 의지하여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또 반복. 규칙적인 생활, 음주를 삼가고 자연식 섭취하기, 스트레스 줄이기. 말은 쉽다. 현실은 피부 트러블이 번지고 구취가 걱정스럽다. 진료를 받지만 딱히 구체적인 병명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습열을 의심해 보면 어떨까.

우리나라 인구 중 다수가 한의학상 태음인 체질이라고 자주 방송에 소개되는데, 특성상 습하고 신진대사 적체가 일어나기 쉽다. 몸 안에 열과 습이 엉켜서 뭉치면 습열이 되어 독으로 작용하니, 특히 한국인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개인적으로 심각한 단계는 아니지만,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설태가 자주 끼어서 고민하다가 평소 습열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던 중 <습 없애고 열 내려야 병이 없다>를 찾았다. 책은 한의학 병증 중에서도 습열을 본격적으로 다루는데, 습열증의 증상에서부터 오장육부별로 습열이 정체되는 원인과 병증, 해소법을 담았다. 말미에는 사계절 건강법을 첨부하였다.

습열의 증상은 다양하다. 만성피로, "간밤에 한숨도 못잔 것처럼 온몸이 뻐근"하고, "물에 젖은 솜옷을 입은" 느낌이다. 속이 더부룩하고 묽고 끈적한 변이 나온다. 입 안에 설태가 끼고 입김이 축축하며 냄새가 심하다. 눈이 누렇고 눈꼽이 많이 낀다. 피부가 황색이고 부종이나 부스럼이 나며, 유분과 여드름이 과하다. 나아가 배뇨가 시원찮고 원할하지 않다면 습열을 의심해 봐야 한다. (p.15~36) 피로감뿐 아니라 신체의 미관을 해쳐서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오장육부 대사에 장애를 일으키는 것이다. 

현대인의 문젯거리인 비만도 빼놓을 수 없다. 습열성 비만인은 열심히 트레이닝과 식단 조절을 하고 싶지만,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서 피로감이 심하고 신체적 증상까지 겹친다. 장사가 없다. 몸이 자꾸 가라앉고 의욕이 없다. 치료자도 비장과 위장을 보하면서 습열을 없애고 지방을 제거해야 하니 무척 까다롭다고 한다. 막연히 내가 게으르다고 자책하기보다는 습열성 비만인지 의심해 보고, 병증을 제대로 알고 대처한다면 다이어트가 한결 수월하다.

습열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체적으로 비장과 위장에서 엉키기 시작하여 각종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 하초에서 발병할 때도 있기 때문에 습열을 방지하려면 비위와 신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 습도가 지나치게 눅눅하거나 건조하면 폐에 습열이 침범하기 쉽다. 방광은 비교적 나중에 영향을 받는데, 각종 습열 증상과 함께 배뇨까지 문제가 생긴다면 심각한 단계다.


책은 습열을 다스리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비용이 만만찮은 한약재나 어려운 방법보다 평상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건강법을 지향한다. 각종 차와 죽, 찜과 같은 약선 요리를 소개하고, 그 중에서 팥과 율무는 습열증에 특효약이다. 시중에서 구하기 용이한 재료를 가지고 책 레시피대로 간단히 밥이나 죽을 만들어도 좋다. 각종 경락도와 함께 장부별 건강 마사지법을 설명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지 않으면서 따라하기 좋다. 오장육부별로 유용한 다섯 가지 기공법 후, 시, 쓰, 커, 쉬자공은 아침이나 여유 시간 짬짜미 수련하기를 권한다. 장기별로 진동하는 음역대의 소리를 내면서 호흡을 조절하는 양생법이다.

중의학 내과 전문의인 저자 쿵판시앙은 임상경험으로 습열이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치고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것을 자주 접했다. 환자들은 단순히 신경성 증상으로 오인하고 습열을 방치하다 고혈압, 당뇨, 비만 등 큰 병을 초래하기도 했다. 습열이 만병의 근원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번쯤 의심해보고 예방할 만하다. <습 없애고 열 내려야 병이 없다>로 습열 진단과 건강 상식을 배우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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