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중독 -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는 습관의 늪
최창호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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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새해가 절반 가까이 지났다. 신년 초의 다짐들을 떠올려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올해도 작심삼일로 끝나거나, 결심만 하고 실천하지 않은 계획들이 한 무더기다. 무력감이 들 지경이다. 비록 반년이 지났지만, 남은 2016년을 보람차게 보내기 위해서 <결심중독>을 읽어보았다.


<결심중독>은​ 방송 패널, 저술, 교수 등 다방면으로 활동 중인 사회심리학자 최창호의 신간이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결심을 빈번하게 하는 사람을 '중독'으로 분류하고, 과학적인 중독 탈출법을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단순히 의지박약과 노력 부족으로 폄하되던 결심중독에 관하여 각종 심리학, 과학적 분석을 하고, 독자 스스로가 어떤 결심중독의 유형인지 설문을 통해 알아본 다음, 유형별 처방전을 구체적으로 나열하였다. 막연하게 나는 왜 의지가 약할까, 우유부단할까 자책하며 자존감을 깎아내리던 독자라면, 솔깃한 내용이다.


결심이란 사전적으로 "할 일을 어떻게 하기로 마음을 굳게 정하다, 단단히 마음을 먹다."다. 결심과 실패를 자주 경험하다 보면 결심중독이 된다. 알콜, 마약 등 물질중독, 도박, 쇼핑과 같은 행위중독과 함께 결심, 애정에 대한 집착 등도 심리중독의 범주에 들어간다. 현재 자신의 상태를 개선하지 않으면 초조하고 불안하므로, 혹은 타인에 대한 모방심리, 비교심리로 결심을 반복하지만, 막상 실천은 따르지 않는다. (p.12~31)


결심중독의 원인은 무엇일까. 교육적으로 부모의 양육 환경에서 비롯된 학습 효과, 낮은 자존감을 들 수 있다. 뇌과학적으로 이성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결심을 내리지만, 감정을 느끼고 항상성을 추구하는 변연계는 방해한다. 또한 결심을 할 때는 아드레날린과 코티졸 호르몬이 분비되어 동기를 유발하지만, 대체로 3일간 효과를 발휘한다. 작심삼일이 빈번한 이유다. 뇌가 습관으로 인지하기 위해선 21일이 필요한데, 이 동안 아드레날린, 도파민, 멜라토닌, 엔도르핀, 멜라토닌, 옥시토신, 페닐에틸아민, 세로토닌 등 다양한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호르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과도한 작용을 하게 되면 결심은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책이 호르몬 별로 결심중독 유형을 분류하고, 해결책을 다룬 점은 흥미롭다.

작심삼일의 결심중독이 하나의 심리 중독이며, 뇌과학과 심리학을 통해 다양한 원인과 해결책을 살펴본 것이 흥미로웠다. 단순히 노력 부족, 의지 약으로 치부하고 나와 타인을 깎아내기만 할 일이 아니다. <결심중독>은 결심중독 수준 체크리스트, 유형 체크리스트, 좌뇌형/우뇌형 체크리스트 등 스스로 분석하고 진단할 수 있게 하여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저자 최창호 교수는 결심중독에서 벗어나 근본적으로 PQ(실천지능), SQ(성공지능)을 향상하기를 권한다. 다만 결심중독에 관하여 긍정, 행동, 사회심리학, 뇌과학, 각종 지능을 비롯한 다양한 내용을 다루다 보니, 백과사전 같은 매력을 느끼는 동시에, 자칫 독서 집중력을 잃을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면서 각종 체크리스트들을 통해 자기 분석의 시간을 꼭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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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테러리스트 - 나의 감정을 파괴하는 사람들을 감지하고 제거하기
레오 마르틴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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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는 죽기 전까지 숙제다.  사후세계가 있다면 그곳에서도 영혼관계에 골머리를 썩을 듯하다. 아들러 심리학은 인간의 모든 문제는 인간관계로 귀결된다고 하지 않었던가. 특히 인간에 대한 환멸이 느껴질 정도로 내 감정과 자존감을 갉아 먹는 부류가 있다. "알게 모르게 우리의 마음에 테러를 가하는 인간들을 어떻게 해야 좋을까?"


<감정 테러리스트>는 "특정 행동이나 말을 토해 상대방에게 테러를 가하는 인간들"을 7가지로 분류하고, 대처법을 설명한다. "얼핏 보기에는 사소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교뵤한 술수와 엄청난 폭발력이 잠재해 있"(p.008)기 때문이다. 이들  "감정 테러리스트, 구타 유발자, 고의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감정 살인자들" (p.036)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스스로 내성을 키울 수 있는 '우리가 감정 테러리스트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는 이유'와 '전투력 강화를 위한 007 대작전'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 레오 마르틴은 대학에서 범죄학을 전공하고, 10년간 독일 연방정보원 정보국에서 요원으로 근무한 베테랑이다.(저자소개 참조) 범죄학과 정보국 경험을 살려서 '감정 테러리스트'와 '먹잇감'에 대한 행태를 탐구한다.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에 자주 출연한 프로파일러 표창원 의원,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가 연상된다. 거친 이야기를 다뤄서일까. 트렌드를 살린 신조어, 약간의 비속어를 섞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더러운 인간들 많이 만나서 인생 경험 많은 친구에게 조언을 듣는 친근감을 준다.


감정 테러리스트의 7가지 유형은 다음과 같다.

- 공격적 성향의 다혈질형 감정 테러리스트

- 오만하고 도도한 자만심 과다형 감정 테러리스트

- 분위기 망치는 불평불만분자형 감정 테러리스트

- 세상만사가 괴로운 만성 스트레스 환자형 감정 테러리스트

- 잔머리 굴리는 데에 일등인 술수꾼형 감정 테러리스트

- 자기만 옳다고 우기는 척척박사형 감정 테러리스트

- 끊임없이 지껄이는 수다꾼형 감정 테러리스트

개​​인적으로 주변에 '불평불만분자형' 감정 테러리스트가 있어서 공감이 갔다. '오류 검사 프로그램'이 내장된 것마냥 남의 문제를 꼬집고, 문제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꼬집고는 득의양양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들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처럼 자기 잘못은 죽어라 시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방어로 남을 헐뜯는 유형이다. (감정테러리스트>는 예의를 차린답시고 참고 견디거나, 논리적으로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오히려 불평분만분자들의 덫에 걸리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가르친다. 차라리 불평을 털어놓을 때 자리를 피하거나 무시하고, 내 쪽에서 선제공격을 하거나임무를 부과하여 말문을 먼저 막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특히 동의하는 척을 하면서 본론을 이야기하지만, 절대 불평에 동조는 하지 않고 자기의 분명한 선을 긋는 것이 핵심이다. 감정테러리스트에게 대응한답시고 진지하게 응대해 주는 것이 그들이 바라는 것이고, 그들의 놓은 프레임의 덫에 자진해서 들어가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전투력 강화를 위한 007 대작전​'은 감정테러리스트들이 함부로 먹잇감을 삼지 못하는 인간형으로 거듭나는 방법을 가르친다. 원론적이고 결과론적인 면이 있어서, 감정테러리스트의 7가지 유형보다 재기발랄하고 신랄하지는 않지만, 방향성 형성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감정 테러리스트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를 방어하는 기술. 하루 아침에 거듭날 수는 없지만 꾸준히 배워나가야 한다. <감정 테러리스트>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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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 -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에서 찾은 자본주의 문제와 해법
김근배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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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과 양조장 주인, 그리고 빵집 주인의 자비심benevolence 때문이 아니라 그들 이기심their own interest에 대한 그들의 고려 때문이다."(p.158) 여전히 인용되는 <국부론>의 구절이다. 애덤 스미스는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개인의 이기심과 분업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화되어 사회적 부를 증진한다고 보았으며,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장려하여 국방, 치안 등의 공공재를 제외한 국가의 간섭을 배제한 야경 국가론을 주장했다고 누누이 배웠다. 21세기 현재도 교육 현장을 비롯하여 언론, 토론 방송 등에서 회자되고 있지만, 자유방임주의자, 시장만능론자의 대명사로 부각된 탓에 그의 전반적인 사상이나 주장의 정수는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다. 정작 당대를 살았던 인간 애덤 스미스에 무지한 채, 후세인들의 입맛과 자의적 해석으로 화석화된 애덤 스미스만을 만났다. <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은 제목 그대로 애덤 스미스를 다룬다. 경제학의 아버지, 자유방임주의의 맥락에서 '인용'된 사상가의 족적이 아니다.


텍스트(text)를 이해하기 위해선 컨텍스트(context)를 알아야 한다. 한 사상가를 제대로 조명하려면 그의 생애와 당대의 사회, 역사적 배경이 전제돼야 한다. 특히 애덤 스미스가 주장한 경제 원리는 18세기 중상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담겨 있다. 당시 중상주의는 국가의 부가 화폐, 금, 은 등의 귀금속의 보유량으로 인식했고, 상인, 제조업자들의 이익을 국가적으로 보호, 장려하였다. 오히려 "당시에는 대다수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동업조합법, 도제법, 거주법과 같은 악법이 경제적 약자들의 경제적 자유를 제약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미스는 이를 철폐하여 대다수 국민에게 경제적 자유를 줄 것을 주장했다." (p.22) 또한 국부란 귀금속의 총량이 아닌 노동의 연간 생산물이며, 분업 등으로 생산성이 향상되면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리라 예측하였다. 즉, 국부의 증가는 사회 생산성 향상과 후생 증가다.


특히 <도덕감정론>을 논의하지 않고는 애덤 스미스를 제대로 알 수 없다. 원래 명망 있는 도덕철학자였던 그는, 윤리의 원천은 인간이 선천적으로 가진 동감(同感)에 있고, 이것이 발전하여 내면에 '공정한 관찰자'(impartial spectator)의 개념을 설정한다. 마치 공자가 <논어>에서 말한 역지사지의 정신인 서(恕)가 연상된다. 앞서 빵집 주인은 이기심(selfishness)이 자기이익(self-interest) 추구로, "타인과 동감하면서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다. 신중하게 타인의 피해를 주지 않는 정으로운 방법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p.159) 동감 안에는 공정성, 정의감 등 다양한 도덕 판단이 내제되어 있으므로, 단순히 자기이익 추구를 현대 경제학의 합리적 인간, 즉 이윤극대화, 효용극대화를 추구하는 인간형으로 간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 말미에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은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신고전경제학파, 신자유주의자가 합리적 인간형을 전제하면서 도출한 시장의 자기조절능력, 최적화의 개념과는 다른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경제적 기득권층의 카르텔을 제약하고, 모든 계층이 누릴 수 있는 공감에 바탕을 둔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장려하며, 그 과실을 사회 전반이 누리는 사회를 바랐다.  <애덤스미스의 따뜻한 손>은 "사상을 직접적으로 읽지 않고 사회적 '통념'에 의해 피상적으로 이해"했던 그의 사상을 조명한다. '애덤 스미스에 대한 11가지 오해'(p.21)를 조목조목 밝힌다. 마치 스미스가 시장만능론자, 자유방임주의, 개인의 이기심, 기업의 이윤극대화, 자본가의 이익 우선, 금융시장 자유화의 사상적 원류로 이해했던 '통념'을 친절하게 바로잡는다. 이러한 오해는 케인지언으로 분류되는 폴 사무엘슨이나 신자유주의 대부 밀턴 프리드먼처럼 경제학의 거두들마저 학파를 가리지 않고 잘못된 인용을 하였으니, 어쩌면 일반 독자들에겐 당연하겠다. 고전 명작은 모두가 알지만 읽은 사람은 드문 작품이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국부론>, <도덕감정론>도 빼놓을 수 없다. 심각한 문제는 사상을 '통념'과 자의로 해석하고, 이를 근거로 여론과 사회적 담론을 호도하는 관행이다.


현재 그의 사상은 세계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바람직한 시장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지침서로서 <도덕감정론>, <국부론>을 언급하고, <논어> 등 유교 사상과 유사점을 흥미롭게 조명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대두되었다. 그러나 금융과두제와 재벌 카르텔은 공고화되었고, 빈부 격차는 심화되고 있으며, 약자들의 경제적 자유는 위축되고 있다. 스미스는 생산성 향상이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서 사회 복지가 증진된다고 하였지만, 현실은 1970년대 이후 생산성 상승분보다 임금 증가분은 미미하다. 저자 김근배 교수는 이 점에서 '오늘날 신자유주의는 과거 중상주의와 같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애덤 스미스에 대한 '통념' 바로잡기에 나섰다. "통념을 깨고 보면 애덤 스미스의 손이 보입니다. 경제적 약자도 포용하는 따뜻한 손 말입니다. 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은 병든 이기심의 자본주의를 구할 동감의 손입니다." (p.352) 화석화된 애덤 스미스가 아닌, 이제는 진정한 애덤 스미스를 만나야 한다. 동감에 기반을 둔 따뜻한 자본주의. 그가 바라던 세상을 이해하는 시간은 값진 경험이었다.

"통념을 깨고 보면 애덤 스미스의 손이 보입니다. 경제적 약자도 포용하는 따뜻한 손 말입니다. 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은 병든 이기심의 자본주의를 구할 동감의 손입니다."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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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덕 신부의 하나님 나라 -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가기 위하여
대천덕 지음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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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대천덕 신부의 이름은 낯익다. 성공회 사제로서 성공회대학교의 전신인 성 미가엘 신학원의 원장으로 재직하였고, 강원도 태백에 초교파적 수도원인 예수원을 설립하여 참신앙과 공동체 생활에 평생토록 노력하였다. 특히 <진보와 빈곤>을 쓴 헨리 조지의 토지공개념 제도를 성경적으로 해석하여 사회정의를 구현하고자 했던 기독교도로 유명하다. 대한민국 조지스트 중에 빼놓을 수 없는 분이다. 개인적으로 가톨릭 신자지만 풍문으로만 듣던 그의 신앙과 사회정의에 관한 사상이 궁금하였던 차에 <대천덕신부의 하나님나라>를 접하게 되었다.


책은 총 3부로, 1부.' 미성숙한 신학의 위험'은 성경이 말하는 성숙한 신앙은 무엇이며, 미성숙한 신앙의 모습과 원인에 대해서 살펴본다. 2부. '성경적 경제의 기초 원리'는 조지스트였던 신부의 경제관이 드러난다. 3부. '그리스도인은 사회문제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는 기독교도의 사회의식 환기와 이웃과 함께 하는 마음가짐, 영적 교제인 '코이노니아'의 활성화를 주장한다.


대천덕 신부의 말처럼, 그리스도 안에서 나오는 신앙, 선악을 명확히 분별하는 성숙한 사고와 어린아이와 같은 단순한 태도, 실천하는 삶에 무심했던 듯하다. 십자가를 지는 것보다 기복에 가까운 '아편 신학'(p.40~41)이 아니었나 싶다. 미성숙한 신앙의 원인으로 '성경 번역의 문제', '균형 잡히지 않는 찬송가의 영향',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는데, 번역의 문제가 인상적이었다. 'evangelia'는 '기쁜 소식'이지 복음이 아니었다. 복은 자아중심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또한 복음화, 전도를 뜻하는 'evangelize'는 가르친다는 의미가 아니라 '증거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진정한 전도는 남을 가르치지 않고 스스로 증거가 되는 삶이다. 그러니 믿음에는 실천이 따라야 한다.


기독교도의 실천은 종교적 의식뿐만 아니라 사회정의를 추구해야 한다. 신부는 헨리 조지의 토지세가 기독교적 경제 정의에 부합한다고 보았다. 레위기 25장에 나오는 희년禧年의 해는 50년마다 땅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법이다. 소유권을 분배, 위임할 수 없다면 현실적인 방안이 토지세이다. 대지주제도는 주님의 법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이웃나라 시돈의 바알법을 따른 것으로 신앙에 맞지 않는다. 또한 가난한 자를 위해 임하신 그리스도와 부자들에게 즐겨 베풀고 나누라는 말씀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한다. 그리고 희년을 지키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도시를 떠나 농촌에 정착하기, 지방 토지신탁 사단법인 운영, 혹은 키부츠 같은 공동체 활성화 등 9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대천덕 신부가 소천한 현재도 부동산이 사회적 문제다. 집값, 전세대란 등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팍팍해지고, 조물주 위의 건물주라는 우스갯소리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비록 신부의 희년 경제론을 실현하지 않더라도, 크리스천이 이러한 경제와 이웃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성경적 삶이라는 가르침은 영적인 삶의 실천이 사회정의와 밀접한 것임을 깨닫게 했다. "교회의 책임은 그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영적, 경제적 필요를 채워줄 성령의 교제인 '코이노니아'를 제공하는 것이다."(p.175~176)라는 의견도 인상 깊었다. 성숙한 신앙을 추구하며 크리스천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삶. 신부의 모든 의견에 수긍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핵심은 되새겨볼 가치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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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창의성을 찾아서 - 8일간의 창의성 수업
모기룡 지음 / 글로세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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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 부럽다. 입시를 비롯한 각종 시험은 이해력과 암기력을 주로 활용하는데, 막상 사회생활에서 업무를 하고 기안을 작성하려면 창의력이 필요하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 태반이다.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이 절실하다.<잃어버린 창의력을 찾아서>는 창의성이 무엇이며,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설정이 독특하다. 2030년 대한민국 X 연구소에서 만든 인공지능 아트만이 세계 최초로 튜링테스트를 통과한다. 이후 임상 심리 실험이 계획되고 피험자를 선발하였고, 남들보다 소심하고 우울기는 있지만 평범한 심리학 전공 대학생 윤진호가 뽑힌다. 인공지능 아트만은 윤진호에게 8일 간의 창의성 수업을 제안하고, 윤진호는 아트만에게 배우기 시작한다. 그들의 수업은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로 익숙한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차용한다. <미움받을 용기>에서 교외의 철학자는 인공지능 아트만으로, 그를 찾아온 청년은 윤진호인 셈이다. 한창 화제였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로 인공지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늘었는데, 책은 근래 최장기 베스트셀러가 차용한 스토리 전개 방식, 인공지능이라는 소재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제목마저 프로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떠오른다. 처음에는 실소가 나왔지만, 읽다 보니 빠져들었다.

책은 창의성을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한다. 창의성의 정의부터 심리학, 인문학, 종교, 뇌과학 등 여러 학문적 관점으로 살펴보고, 논의를 통합해 나간다. 나아가 주술을 사용하여 고 스티브 잡스를 만나서 그의 창의력 비법을 알아보는 여정까지, 학문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토리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마지막에는 반전까지 있다.


무엇보다 책의 가장 큰 매력은 특정 이론에 입각한 창의력과 단계, 증진방안을 이야기하지 않고 광범위한 관점을 융합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점이다. 단순히 실용적인 발명, 문제해결력을 넘어 철학적이고 전인격적인 담론을 풀어나간다. 예컨대, 인문학이 어떻게 창의성을 증진하는지 당위적 호소를 넘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자유의지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복잡계를 다루고, 뉴런의 노이즈 현상으로 뇌가 소성을 통해 결정론을 반박하는 내용을 실었다. 그리고 주인공 윤진호가 창의적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융과 아들러의 심리학, 운명과 우연, 간주관성(intersubjectivity)과 같은 개념을 통해 전인격적 성찰까지 나아간다.


<잃어버린 창의성을 찾아서>는 창의성이란 "'혁신'과도 관련이 있고, 남들이 잘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새로우면서 좋은 것)을 만들어내는" (p.38) 것이라는 단순한 개념으로 출발하여, 다양한 학문적 관점과 철학적인 담론을 전개한다. 저자는 창의성의 조건으로 유연한 사고, 열린 마음, 모순의 통합, 우연에 대한 긍정을 꼽고 있다. 의미심장하다. 자기계발, 심리학에 국한된 내용을 원하는 독자에겐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그러나 애플, 구글과 같은 세계 굴지의 선도기업이 인문학 인재를 뽑는다고 하여 국내 기업들이 형식적으로 뒤쫓는 행태. 정작 대학교 인문학 관련 전공은 취직이 어려워 통폐합, 선발 인원을 감소하고 있는 실정 속에서, 과연 진정한 창의성과 창의적 역량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해 보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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