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철학과 학회에 끼여서 어깨 넘어로 서양철학사 강의, <논어>, <맹자> 강독을 배웠다. 당시에 교재가 바로 램프레히트의 <서양철학사>였다. 이사갈 때 책을 잃어버린 후로 그 때가 한번씩 떠올라서 그리워하다가, 오래 전에 개정판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샀다.
러셀, 힐쉬베르거를 비롯해 자주 거론되는 서양철학사 책 중의 한 권이다. 램프레히트 교수는 미국 철학자로 독자적인 철학보다 철학사 연구로 이름을 알렸다. <서양철학사>는 역작으로 꼽힌다. 고대 그리스 자연주의 철학부터 서술하는 것이야 대동소이하고, 설명을 잘 했으니 책이 인정받았을 것이다.
특징이라면 16장 미국 철학에서 존 듀이, 화이트헤드, 산타야나를 소개하는 대신에,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몇몇 실존주의 철학자나 사회, 공산주의 철학은 빠져 있다. 역자 서문에 보면 저자와 협의 하에 이러한 사조를 넣으려고 했지만 진행이 안 됐다고 한다.
깨알 같은 글씨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그러나 지금도 책이 두꺼운데, 다른 철학사 책처럼 양장에 활자 크기를 늘려서 쳔 페이지를 넘겼다면 정가가 세 배는 뛰었겠다. 15,000원이면 이른바 혜자스러운 가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