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 혹은 <기사단장 살인>이 올 여름 문학동네 번역판으로 나옵니다. 하루키는 노벨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동시에 대중적인 큰 인기를 얻은 작가입니다. 4년 만의 신작이라 화제가 되었고, 올해 초 일본에서 출간 당시에 우리나라 언론도 비중있게 다뤘습니다. 주말 아침에 어떻게 되었는지 문득 궁금해져서 검색을 했습니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아내와 이별한 30대 초상화가가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지오바니를 묘사한 그림 '기사단장 죽이기'에 얽혀 불가사의한 체험을 겪는 내용입니다. 하루키 특유의 개성이 잘 녹았다는 평입니다.

 

 

작품 속 인물이 난징대학살을 언급하여 일본 우익 세력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매국노"라는 비하까지 당했다고 합니다. 하루키는 2015년 한 인터뷰에서, "사죄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과거 일본의 침략 사실을 인정하고 상대국이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습니다. 소설가로서 작품을 통하여 왜곡된 역사와 맞서 싸우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만큼, 이번 신작은 작가의 역사 의식이 깃들었다고 봐야겠습니다.

 

 

http://www.ajunews.com/view/20170402185853826

 

 

무라카미 하루키는 우리나라에도 이른바 하루키스트라 불리는 고정 팬층이 두터워서 최고의 선인세를 받는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에선 1, 2권 초판만 130만 권 찍었고 베스트셀러에 오른 덕분에 한때 출판계에서 선인세에 대한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한간에선 30억을 호가하리라 예상했답니다. 20억 원 지불할 경우 최소 100만 부 이상을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출혈 경쟁을 부정적으로 보기도 합니다. 과열 금전 경쟁이 출판 생태계에 도움이 안 되고 우리나라 작가에 대한 처우와 비교하여 지나치다는 입장입니다. 선례를 보면, <1q84>의 경우 9억 가량이었고 총 200만 부 이상의 성공적인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반면에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구루...>는 16억 정도를 지불했으나 약 50만 부만 판매하였으니 적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 현지는 <기사단장 죽이기>가 50만 부 선에서 판매량이 꺾였다는 정보도 있던데,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다섯 곳의 중대형 출판사가 경쟁에 참여했고 더 큰 금액을 제시한 회사가 있었지만 <1q84>를 200만부 넘게 판매한 이력과 출판사 명망 덕분에 문학동네가 선정되었다는 후문입니다. 우리나라 번역본도 두 권 이상의 시리즈로 나올 예정입니다. 아마 <1q84>와 비슷한 양장본 형태로 제작되어 하루키스트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리라 짐작됩니다.

 

 

고액 선인세 논란은 우리나라 독자의 뜨거운 팬심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작품에 물려서 손을 안 댄 지가 꽤 되었습니다. 겉으론 무던해 보이지만 고독한 남성 주인공, 몽환적이고 때로는 비현실적인 세계와 주제의식, 작품에 드러나는 작가의 문화적 취향 등 그의 작품에 빠져들게 했던 매력 요소들에 오히려 질렸다고 해야할까요. 그런데 <기사단장 죽이기>는 4년 만에 나온 장편이라 공백기 덕분인지, 주인공이 미스테리한 사건을 겪으며 하루키식 치유를 경험한다는 소개 덕분인지요. 내심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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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4-08 1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젠 하루키도 할아버지티가 나는군요.
하루키가 우익으로부터 비난을 받을수록
해외에선 더 뜨거운 관심을 받겠죠.
암튼 대단한 작가입니다.

캐모마일 2017-04-08 13:31   좋아요 1 | URL
49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일흔에서 한 살 빠지는지라
이제는 할아버지라 해도 어쩔 수가....

그런데도 꾸준히 집필 활동하고
젊은 독자층에게 어필해서 그런지
나이가 잘 가늠이 안 되네요.

북프리쿠키 2017-04-08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망언을 내뱉는 작가 쓰쓰이와는
격이 다릅니다. 일본이 감히 품을 수 없는 작가죠~~

캐모마일 2017-04-08 15:56   좋아요 1 | URL
<시간을 달리는 소녀> 원작 작가 이름이 쓰쓰이 야스타카였군요...망언 소식을 들었을 때 진짜 어이없고 황당하더군요...ㅎㄷㄷ

akardo 2017-04-08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쓰쓰이 같은 노망나고 천박한 작가에 비하면 하루키는 사람됨됨이도 엄청 괜찮은 작가임을 깨달았습니다. 쓰쓰이 그 노인네가 쓴 트윗글 보고 그 천박함과 몰염치함에 치를 떨었죠.

캐모마일 2017-04-08 15:56   좋아요 1 | URL
댓글로 언급하기도 어려운 망언을 서슴없이 하는 작가의 손에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같은 작품이 나온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서점가에서 쓰쓰이 작가의 책이 퇴출당하고 있다고 기사에 나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