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15
사미르 오카샤 지음, 김미선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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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있지는 않더라도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최고의 입문서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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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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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책이다. 그러나 완벽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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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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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룰루 밀러의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 애매하게 걸쳐 있다. 다루는 소재는 모두 다 논픽션이며 허구가 가미되지 않았지만, 전반적인 서사는 소설의 그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형식이 책을 흥미진진하게 만들면서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픽션으로서의 감동 또한 더한다. 그리고 이러한 요인들이 이 책을 베스트셀러(무려 교양과학 도서 중 2위!)로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이 그리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이 책이 실패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책은 분명히 감동이 있고, 깨달음도 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명성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며 감동에 젖어 읽었다. 그러나 책을 덮고 생각해보니, 이 책은 결코 뛰어난 책이 아니다.

 이러한 괴리는 어디서 온 것일까. 이 괴리가 일어난 것은 앞에서도 말했던 형식, 즉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서 이야기를 펼치는 형식을 가진 이 책이 어떤 면에서 그 임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오직 '픽션'적으로만 볼 때 이 책의 구조는 상당히 성공했다. 픽션에서 구조란 곧 서사일 텐데, 이 책의 서사는 분명히 완성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책 뒷면에 있는 메리 로치의 '완벽하다'라는 찬사는 아마 여기서 나온 것이리라.

 그러나 '논픽션'에서 구조는 서사와 다르다. 논픽션에서 구조란 사유의 구조다. 얼마나 탄탄한 사유가 이루어지고, 그 사유가 깊이 있는가. 그것이 논픽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 책이 실패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이 책은 논픽션으로서의 깊이가 부족하다. 혼돈 속에서 길을 찾아나가는 저자의 심정은 분명히 절박하고, 현실에 대한 관념을 정면으로 깨뜨리는 질문은 분명 묵직하지만 그것을 탄탄한 사유가 받쳐주지는 못한다. 오직 저자와 조던, 그리고 병원 수용자들을 보여주기만 할 뿐이다.

 물론 보여주는 것이 때로는 사유 이상의 기능을 할 때도 많다. 예술에서는 특히 그렇지만, 논픽션에서도 많다. 그러나 그런 관점으로 보기에는 이 책은 너무 '말이 많다'. 글에서 묻어나는 깊은 엄정함이 이 책에는 없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차오르는 감동 또한 오직 소설을 읽을 때와 같은 감동에 그치고, 그 또한 뛰어난 소설들과 비교할 때 떨어진다. 물론 그렇다 해도 이 책의 감동은 분명히 있으며, 일반적인 책들 이상이다. 때문에 이 책을 추천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사람의 사고를 바꾸어 놓는 책은 아니며, 올해의 책에 들어갈 만한 책은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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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데생
마르크-앙투안 마티외 지음, 박보나 옮김 / 에디시옹 장물랭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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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에서 마르크 앙투안 마티외는 어둠과 빛의 마법을 보여준다. 이 만화 속에서 색은 단 한 번밖에 등장하지 않는데, 즉 대부분의 장면이 오직 흑백으로만 그려져 있다. 그러나 흑백, 특히 그 중에서도 검은색은 너무나 다채롭다. 이 만화에서 검은색은 한 번도 밝기가 변하지 않지만, 마르크 앙투안 마티외는 그 어둠을 다르게 바꾸어내는 마법을 부린다. 작가 소개에 써 있는 '걸쭉한 어둠과 날카로운 빛'이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노엘의 집>부터 <서류 가방>까지 이어지는 단편들은 이 마법을 통해서 삶의 쓸쓸한 감정들을 풀어낸 걸작들이다. <노엘의 집>에서 어둠은 작품 전체를 지탱하는 동시에 지배하는, 끈적끈적한 존재이며, <생 엘루아 골목>에서 어둠은 비밀을 간직하면서 울음을 삼키는 고독한 존재이다. <하미드 아저씨>에서 극단적 당혹감과 그림자를 드러낸 어둠은 <낭트의 항구>에서는 쓸쓸함을 뒷받침해주는 환경이 되며, <서류 가방>에서는 모더니티를 드러내며 유머를 부린다. 어둠 뿐만이 아니다. <낭트의 항구>에서 어둠과 극적인 조화를 이뤄내며 정경을 연출했던 빛은 <묘지>에서 어둠을 강렬하게 덮으며 독자를 압박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작품집 최고의 걸작이라 할 만한 <최후>는 어둠을 찢어대고 쪼아대는 빛의 날카로움이 극단적인 허무의 감정과 연결된다.

 이 작품들을 앞뒤에서 감싸는 <르 데생>과 <대성당 오르기>는  이 작품집에 의미를 부여해주고 독자를 아찔한 감동으로 이끈다. 이 둘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원저에서 따로 출간되었던 <르 데생>이 마르크 앙투안 마티외의 다른 만화들과는 다른 매우 온화한 스타일이라면, <대성당 오르기>는 그의 장기가 십분 발휘된, 메타포로 가득찬 기이한 세계이다. <르 데생>에서 에밀이 탐구했던 그림 속 작지만 거대한 세계는 <대성당 오르기>에서 정말로 거대한 세계가 되며, 예술은 세계로 확장된다. 그에 따라 반사의 모티브는 지도 그리기, 즉 삶의 궤적으로 변화하고 예술의 목적은 삶의 목적으로 변화한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우선 <르 데생>은 결국 예술의 의미에 대한 작품이다. 끝없이 줌아웃을 해도 한계에 다다르지 않는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예술, 그것은 결국 수많은 반사이고 결정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반사이다. 비로소 그것을 깨달을 때, 예술에 색은 칠해지고 예술은 완성된다. 그렇게 예술가는 죽으면서 자신의 파편을 예술로써 남긴다. 반면 <대성당 오르기>는 삶의 의미에 대한 작품이다. 이 만화는 온갖 메타포와 처음보는 그림으로 가득한 세계인데, 그러나 그러한 메타포들은 결국 마지막에 들어 자기 자신의 반영으로써, 삶의 궤적의 반영으로써 정의된다. 생에 관한 탐구는 결국 특정한 결실보다는 걸어온 궤적만을 남길 지 모른다.

 <르 데생>으로 시작하여 <대성당 오르기>로 끝나는 이 흐름은 결국 독자를 예술에 참여하게 만든 후 삶으로 이끌면서, 독자에게 거대한 감동을 준다. 어둠과 빛이 만든 마법같은 조화로 삶과 예술을 아름답게 그리면서 성찰한 이 작품은, 오직 마르크 앙투안 마티외만이 만들 수 있는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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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데생
마르크-앙투안 마티외 지음, 박보나 옮김 / 에디시옹 장물랭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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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으로 만들어낸 강렬한 마법이, 삶 속으로 저미면서 아찔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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