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형 교수의 <수학의 수학>을 읽고 있다. <수학의 수학>은 '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탐구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수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단순하지 않다고 역설하며 수란 '연산 가능한 것'이라는 정의를 내린다. 여기서 연산이란 '두 개의 물체를 받아서 세 번째 물체를 주는 체계적인 방식'인데, 이 연산은 교환법칙, 결합법칙 등 여러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저자는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체계를 여러 개 보여주며 수라는 것이 세상 어디에나 있다고 말하는 데, 그 예 중 눈길이 가는 것이 두 개 있었다.

 첫 번째는 위상수학적 연산이다. 위상수학은 물체를 구멍내거나 찢지 않고 유연하게 구부려서 변형시키는 수학이다.  그러므로 위상수학적으로 구멍의 개수가 같은 두 곡면은 동일한 곡면으로 간주될 수 있다. 위상수학에서 덧셈은 두 개의 곡면을 합치는 것으로 정의되는데, 여기서 합쳐져도 구멍의 개수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항등원'이 하나 있다. 바로   '구'다. 구는 구멍이 뚫려 있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즉 구가 '0'처럼 작용하는 것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나는 에디슨 이야기가 떠올랐다. 에디슨은 어렸을 때 찰흙 두 덩이를 합치면 한 덩이가 되므로 1+1=1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 논리를 덧셈은 그렇게 정의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단칼에 자를 수 있으나, 그렇다면 덧셈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남게 된다. 나는 위상수학적 연산이 에디슨의 대답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디슨의 '합치기'는 위상수학적으로 정의된 덧셈인데, 위상수학적으로 구멍이 뚫려 있지 않은 물체는 0이므로, 에디슨의 유추는 1+1=1이 아닌, 0+0=0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식이 되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입자의 연산이다. 저자는 만물을 이루는 표준모형의 기본 입자들의 상호작용이 연산의 조건을 만족하며, 따라서 입자들을 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통해 '만물은 수'라는 피타고라스의 주장이 옳다고 역설한다.

  그런데 나는 입자의 연산이 조금 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우리는 지금껏 수를 매우 직관적으로 생각해왔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엄밀한' 연산의 정의 또한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공식화 한 것이다. 보통 일상생활에서 교환, 결합법칙 등이 성립하므로 우리가 그것을 수로 정의했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미시 세계에서도 이것들이 성립한다는 것이, 이 우주가 미시와 거시가 일맥상통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 졌다. 이 구조가 그런 프랙탈과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으나, 이렇게 확인한 것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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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이 된 기념으로 2020년에 읽었던 최고의 책들을 꼽아본다.


1.노마 히데키, <한글의 탄생>, 2011














2.한스 로슬링, <팩트풀니스>, 2019















3.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부분과 전체>,2016














4.빅토르 위고, <파리의 노트르담>,2005

















5.존 크리스토퍼, <풀의 죽음>,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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