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책이다 - 시간과 연민, 사랑에 대하여 이동진과 함께 읽는 책들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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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괜찮은 책이었다. 미리보기로 보았을 때만 해도 글이 너무나 짧고 얕아 전혀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나름대로 괜찮았다.

 

 프롤로그에서도 드러나듯, 이 책은 책들에 대한 평론이나 감상문이라기보다는, 책의 특정 문단이 촉발한 사유를 부드럽게 풀은 것에 가깝다. 애초에 이동진이 문학평론가나 서평가도 아닌데 그런 책을 낼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결과적으로 이동진은 이 책을 통해 그러한 자신의 독서 방식을 설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닫힌 체계로써 책을 분석하고 완전히 이해하려하기보다는, 책이 주는 상념에 때때로 잠기고 자신의 경험을 되돌아보는 책읽기. 이것이 그가 행하는 독서법이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독서법에 강력하게 동의하는 바이다. 나는 독서가의 가장 이상적인 상태가 '책벌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책이 생활의 리듬이자 자아를 이루는 한 요소가 되고, 어느 순간 사유와 책의 경계가 구분이 되지 않는 상태가 가장 이상적인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러한 기본을 갖추고 있는 이 책의 글들은 이동진의 자아를 경유하여 상당 부분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이 글들은 본질적으로 모두 한 가지 질문으로 돌아오는데, 바로 인간의 실존에 관한 문제이다. 그는 <건지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서 삶에서 '연민'이라는 감정의 중요성을 길어올리고, 동시에 <생의 이면>을 통해 사랑의 동역학에 대해 사유를 펼치는가 하면, <시간>을 인용하며 '기다림'이 삶에서 갖는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한다. 가끔씩은 죽음의 그림자가 일렁거리기도 하지만(<혼불>, <세월>, <큰 물고기>), 결국 그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숙명적인 실존을 주장한다(<무진기행>, <새의 선물>, <신의 궤도> 등).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은 이러한 이동진의 사유의 궤적을 그려보고, 그가 인용한 작가의 사유, 그리고 자신의 사유를 비교하는 것이다. 그것은 거의 항상 다른데, 이러한 불일치를 통해 삶과 자신에 대해 다시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


물론 이 책에는 아쉬움도 많다. 일단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한 글과 같은 몇몇 글들은 신변잡기의 느낌이 너무 강하고, 뒤로 갈 수록 그러한 빈도가 조금씩 늘어나기도 한다. 또한 이동진 특유의 부드럽고 선을 지키는 수사법이 (대부분의 경우) 호감과 생각할 여지를 주지만 가끔씩 정반대로 차단시키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사유의 깊이가 그리 깊지는 않다. 이동진의 실제 사유는 어떨지 모르나, 아무래도 이 이상의 깊이로 들어가는 순간 저자의  너무 내밀한 곳까지 드러날 수 있어 이쯤에서 멈춘 듯 하다. 물론 이는 당연한 것이고 이해하는 바이지만, 그럼에도 조금 더 깊게 할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이러한 독서의 가장 높은 경지는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와 같은 명저가 다다른 깊이일 텐데, 이러한 책들에 비해 수준이 많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 이 책은 기본을 갖춘 책이다. 독서에 관해서 독자를 기만하지 않고, 지식을 얕거나 위험하게, 혹은 편협하게 다루지도 않는다. 그런 점에서 나름 괜찮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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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중력의 세 가지 길 - 리 스몰린이 들려주는 물리학 혁명의 최전선 사이언스 마스터스 13
리 스몰린 지음, 김낙우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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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으로 수학의 언어를 일상어로 풀었을 뿐이기에 이들의 성찰이 아주 와닿진 않는다. 그러나 수많은 학자들이 앙상블을 펼치며 진리에 접근하는 것을 보면 어느 순간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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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 - 격변하는 현대 사회의 다섯 가지 위기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김윤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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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의 사상을 대략적으로 훑어보긴 좋으나 너무나 압축적이어서 그의 논리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그가 직접 쓴 책들에 호기심이 생기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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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을 찾아서 - 표창원 추리여행 에세이
표창원 지음 / 신사와전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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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과 뤼팽,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 속의 기억들이 문득문득 떠올라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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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아침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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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는 자연을 향해 열려 있고, 그 통로로 어느새 고요함이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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