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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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룰루 밀러의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 애매하게 걸쳐 있다. 다루는 소재는 모두 다 논픽션이며 허구가 가미되지 않았지만, 전반적인 서사는 소설의 그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형식이 책을 흥미진진하게 만들면서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픽션으로서의 감동 또한 더한다. 그리고 이러한 요인들이 이 책을 베스트셀러(무려 교양과학 도서 중 2위!)로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이 그리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이 책이 실패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책은 분명히 감동이 있고, 깨달음도 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명성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며 감동에 젖어 읽었다. 그러나 책을 덮고 생각해보니, 이 책은 결코 뛰어난 책이 아니다.

 이러한 괴리는 어디서 온 것일까. 이 괴리가 일어난 것은 앞에서도 말했던 형식, 즉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서 이야기를 펼치는 형식을 가진 이 책이 어떤 면에서 그 임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오직 '픽션'적으로만 볼 때 이 책의 구조는 상당히 성공했다. 픽션에서 구조란 곧 서사일 텐데, 이 책의 서사는 분명히 완성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책 뒷면에 있는 메리 로치의 '완벽하다'라는 찬사는 아마 여기서 나온 것이리라.

 그러나 '논픽션'에서 구조는 서사와 다르다. 논픽션에서 구조란 사유의 구조다. 얼마나 탄탄한 사유가 이루어지고, 그 사유가 깊이 있는가. 그것이 논픽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 책이 실패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이 책은 논픽션으로서의 깊이가 부족하다. 혼돈 속에서 길을 찾아나가는 저자의 심정은 분명히 절박하고, 현실에 대한 관념을 정면으로 깨뜨리는 질문은 분명 묵직하지만 그것을 탄탄한 사유가 받쳐주지는 못한다. 오직 저자와 조던, 그리고 병원 수용자들을 보여주기만 할 뿐이다.

 물론 보여주는 것이 때로는 사유 이상의 기능을 할 때도 많다. 예술에서는 특히 그렇지만, 논픽션에서도 많다. 그러나 그런 관점으로 보기에는 이 책은 너무 '말이 많다'. 글에서 묻어나는 깊은 엄정함이 이 책에는 없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차오르는 감동 또한 오직 소설을 읽을 때와 같은 감동에 그치고, 그 또한 뛰어난 소설들과 비교할 때 떨어진다. 물론 그렇다 해도 이 책의 감동은 분명히 있으며, 일반적인 책들 이상이다. 때문에 이 책을 추천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사람의 사고를 바꾸어 놓는 책은 아니며, 올해의 책에 들어갈 만한 책은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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