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지운의 숏컷
김지운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김지운 감독은 한국 영화사상 가장 훌륭하게 장르를 요리하는 감독이다 라고 하는 말에는 어딘지 모르게 과장이 섞여 있는 듯 하고 또 지독히도 상투적인 표현처럼 느껴지지만 그래,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이 말이 사실이리라.
난 김지운 감독의 열광적인 팬인데, 이상하게도 그의 영화를 때 맞춰 개봉관에서 본 기억은 '반칙왕'이 유일하다. '달콤한 인생' 같은 경우는 개봉 시기를 놓쳐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봐야만 했는데(신사역 근처의 시네마 오즈) 세상에 30석이 채 안되는 좌석에 벽면에는 집에서 쓰는 PC용 스피커가 달려 있는 극장은 난생 처음이었다. 그래도 김지운 감독의 신작을 본다는 생각에 마구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
센서티브한 사람은 외로운 사람이다.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할 얘기가 참 많은데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주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심해져 선뜻 나서지 못하는 사람이 김지운일지도 모른다. 아마 말로 했다면 다하지 못했을, 훨씬 재미가 없었을 이야기들이 '김지운의 숏컷' 이라는 책안에서 센스있는 글들로 살아난다.
김지운의 팬이라면 후회하지 않는다. 김지운의 팬이 아니라면 그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