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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처럼 생각하라 - 상식에만 머무는 세상을 바꾸는 천재 경제학자의 사고 혁명
스티븐 레빗 & 스티븐 더브너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허를 찌르는 사례가 폭발한다. 세상에 이런 일이! 혹은 바보들의 흑역사를 몰아보는 기분이다.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는 <괴짜 경제학>이라는 책으로 일약 스타가 되어 <슈퍼 괴짜경제학>을 내고 <괴짜처럼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저자들은 이 책들을 통해 사회적 통념과 고정관념, 편견이 우리의 의사 결정 과정에 얼마나 깊게 뿌리 내리고 있는지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들에 따르면 그런 아둔한 결정은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만 하는게 아니다. 최첨한 의학을 연구하는 의사에서부터 대기업의 마케팅 임원들까지 이른바 슈퍼 전문가들 또한 검증되지 않은 믿음을 사실로 받아들이며 그로 인해 어마어마한 판단 착오를 일으킨다. <괴짜처럼 생각하라>를 읽고 있으면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게 된다. 흐름을 거스르는 건 언제나 힘든 일이지만, 그리고 대부분 실패로 끝날 확률이 높지만 이 모든 걸 차치하고라도 충분히 해볼 가치가 있는 일이다. 역사의 물줄기가 그렇게 쉽게 바뀌면 세상에 위대해지지 못할 인간이 어디 있겠는가?
<괴짜처럼 생각하라>는 쉽다. 명쾌하다. 번역이 완벽하다. 그리고 짧다! 모든 장이 실제 사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학 도서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건 그냥 이야기다! 저자들은 인간의 머리에 데이터가 아니라 이야기가 남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다. 예컨대 우리는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가 언제적 사람인지 심지어 그들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조차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도 있는가?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의 문장엔 자신감이 넘친다. 그들은 자신의 주장을 증명할 다양한 사례를 직접 경험하고, 수집하고, 분석했기 때문에 문장 하나 하나가 명쾌하다. 에둘러 말하는 법도 없고 점잖은 척 한 발 물러서 답은 여러분 스스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따위의 허망한 결론을 내지도 않는다. 눈이 즐겁고 손이 가볍다. 물론 나는 번역본만을 봤기 때문에 원서의 뉘앙스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만약 다르다면 옮긴이 안진환은 번역의 신이다.
나는 원래 이런 류의 책들을 읽지 않는다. 이런 류의 책을 읽는다고 이런 류의 책을 쓰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뭔 말이냐면, 이런 류의 책은 고급 재료를 환상적으로 요리한 음식을 먹고 자란 사람들이 만든 인스턴트 식품이라는 것이다. 인스턴트만 줄창 먹으면 언젠가 인스턴트 음식의 대가가 될 거라 믿는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은 아직 괴짜처럼 생각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집밥 백선생 얘기를 다시 해보자. 그가 조미료 투성이의 값싼 음식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조리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재료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있었기 때문이지 결코 인스턴트를 맛있게 잘 먹었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이제야 왜 CEO들이 이런 책들을 줄기차게 추천하는 지 알 것 같다. 그들은 차분히 앉아 책을 읽을 시간도 없을 뿐더러 애초에 책과 친한 사람들도 아니다. 읽는 데 힘도 들고 읽고 나서 숙고할 시간도 없으니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이야기를 찾는 것이다. 시간이 없으면 인스턴트 도시락을 사 먹듯이! <괴짜 경제학>을 읽고 나면 어디 가서 얘기할 꺼리가 생긴다. 아는 티와 읽은 티를 낼 수 있다. 즉각 써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신입 사원의 높은 퇴사율 때문에 고통을 겪는 인사 팀장이 있다고 치자. 인사팀의 대리가 미팅에서 이런 얘기를 한다.
미국 최대의 온라인 신발 유통 회사 자포스는 신입 사원을 교육하고 나면 퇴사를 권유합니다. 퇴사를 결심하는 사람에겐 교육 기간에 대한 봉급과 보너스로 2천 달러까지 지급하죠!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이유가 정말 궁금하지 않는가? 지금 당장 당신 회사의 인사, 마케팅, 상품 기획 부서를 가보자. 그들의 책상 위엔 틀림 없이 이런 류의 책들이 세 권 이상은 있을 것이다(나는 웬지 제목까지 알 것 같다. 하지만 프라이버시를 위해 언급하진 않겠다. 말콤 글래드... 세스...). 당신이 의사 결정권자를 설득해야 할 일이 많다면, 그리고 거기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이런 책들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바로 구워 먹을 수 있는 물고기를 주니까! 하지만 이런 사례를 직접 만들어 낸 사람 혹은 현상에서 이런 사례를 스스로 발굴한 사람, 쉽게 말해 물고기를 직접 잡는 낚시꾼이 되고 싶다면 당신은 더 깊은 곳, 그러니까 더 어렵고, 짜증나고, 힘든 분야로 내려가야 한다. 평생 남의 물고기나 사 먹으며 낚시꾼들을 부자로 만들어 줄 생각이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살면서 한 번쯤은, 우리도 저자가 되봐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