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철학하기 - 낯익은 세상을 낯설게 바꾸는 101가지 철학 체험
로제 폴 드르와 지음, 박언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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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가 오로지 하나의 모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건 착각이다. 그건 새누리당 지지자나 기독교도들의 생각에 지나지 않아. 농담이에요.


집에 가는 길을 일부러 돌아가본 사람은 안다. 내려야할 정류장을 일부러 지나쳐 본 사람은 안다. 기어가는 개미의 눈높이로 그 길을 봐본 사람은 안다.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세상이, 이 익숙한 세계가, 얼마나 낯선지를. 농담이 아니다. 지금 당장 집 밖으로 나가 쭈그려 앉아 문을 올려다 보라. 그리고 느껴보라 당신이 발로 차 닫았던 그 낡고 녹슨 철문이 얼마나 위압적으로 다가오는 지를.


사람들은 상황이나 사건을 다양한 시점으로 바라보는 것에는 익숙하다. 그러나 사물들에 대해서는, 그것들을 빡빡한 질서 속에서 엄격히 불변을 고수하는 수도승 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가 사물의 다양성을 알아채지 못하는건 우리가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그들에게 집중해 보라.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뽐내고 싶어하는 사물들의 환호성이 들리지 않는가?


왜 낯선 곳에서 철학은 나오는가? 철학은 지식에 대한 사랑이다(Philosophy는 지혜를 사랑하다 라는 뜻). 지식은 단연코 의문에서 나온다. 의문은 호기심을 연료로 한다. 호기심은 새로운 것을 발견했을 때 샘솟는다. 


우리는 생각없이 소리를 지르며 방안을 뛰어다니는, 마냥 즐거워만 보이는 어린아이들의 삶을 부러워 한다. 나도 저 아이들처럼 생각없이 살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어린이야 말로 진정한 사색가다. 


'아빠 나는 왜 태어났나요? 그건 엄마가 너를 임신했기 때문이야. 왜요? 아빠가 엄마를 사랑했기 때문이지. 왜요? 엄마가 예뻤거든. 왜요? 얘야 시간이 너무 늦었구나 이제 잘 시간이야'


어린이는 세상의 모든 것을 강박적으로 탐구한다. 왜? 이 모든 세상이 낯설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따분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세계는 알고 싶은 것으로 가득한 바다다. 아이들은 매일같이 그 바다로 나가 호기심을 충족시킬 만큼 가득가득 지식을 낚아 올린다. 


불행하게도 아이는, 자신이 많은 것을 안다고 느꼈을 때 어른이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세계에 대한 질문을 멈춘다. 우리가 철학을 포기한 이유? 그건 우리가 이 세게에 대해 더 이상 궁금한게 없기 때문이다. 맑고 푸르던 호기심의 바다는 검고 끈적끈적한 일상이 되어 작은 배를 집어 삼킨다. 배는 심해로 침전하고, 우리에게 남은건 전동차의 빈 자리를 향해 질주하는 탐욕과, 앉자 마자 잠에 드는 한심함과, DMB로 야구나 시청하면 그만인 별볼일 없는 퇴근길이다. 





우리는 세상이 단 하나의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음을 여전히 모른다. 우리는 하늘을 타고 내려오는 처마 끝의 봉긋함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걸어가며 볼 때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걸어가며 볼 때 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걸 눈치 채지 못하는 이상 우리의 일상은 여전히 혐오스럽고 지리멸렬한 썩은 생선이다. 그러나 이 세계가 더 이상 익숙한 하나의 모습이 아님을 깨달을 때, 호기심의 톱니바퀴는 다시 구르기 시작하고, 탐구욕에 불타올라 일상을 따뜻한 애정으로 채우기 시작한다. 이것이 '일상에서 철학하기'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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