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1 대교북스캔 클래식 20
찰스 디킨스 지음, 이순주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은 기네스 펠트로와 에단 호크가 출연한 영화 위대한 유산과는 좀 다르다. 물론 영화 위대한 유산이 소설 위대한 유산을 원작으로 한 것은 맞다. 그러나 영화에선 시대가 바뀌었고 결말 또한 소설보다는 장밋빛 해피엔딩에 가까웠다.

영화가 소설과 다른 점을 더 꼽으라면, 분위기다. 찰스 디킨스의 원작 소설은 세태를 꼬집는 은근한 풍자, 그리고 유머러스한 문체가 두드러진 작품이었다. 반면 영화는 미스테리와 멜로가 뒤엉켜 전체적으로 알쏭달쏭 신비스러운 매력을 풍기는 작품이다. 따라서 소설을 먼저 보고 영화를 나중에 보고 하는 등의 고민은 이 위대한 유산에는 통하지 않는다. 둘 중에 무엇을 먼저 보더라도 각각의 감상에 방해가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주인공 핍은 포악한 누나 밑에서 '손수' 길러진 아이다. 어릴 적에 부모를 여의었다. 어릴 적에 부모를 여읜 대다수의 소년들이 그렇듯 핍은 천덕꾸러기로 자라났다. 핍을 칭찬하거나 사랑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핍의 누나 가저리 부인은, 핍같은 말썽 꾸러기를 '손수' 기르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리고 핍 자신은 그것에 대해 얼마나 깊이 감사해야 하는지를 아낌없는 매와 구박으로 알려주는 것을 하루의 중요한 일과로 생각할 정도였다. 이런 핍이 그나마 크게 비뚤어지지 않고 자랄 수 있었던 이유는 대장장이 조 가저리 덕분이었다. 조 가저리는 누나의 남편이었다.

그런데 도저히 나아질 것처럼 보이지 않던 핍의 인생에도 일대 전환기가 찾아온다. 상류 계급에 속하는 미스 해비샴과 에스텔라를(영화에선 기네스 팰트로) 만나게 된 것이다.

미스 해비샴은 결혼식 날 남자에게 버림 받은 후 오랜 시간 세상을 등진채 살아온 늙은 여자였다. 남자를 향한 끝모를 복수심은 평생동안 그녀의 삶을 이끌어온 유일한 에너지였다. 미스 해비샴은 이 세상 모든 남자들을 향해 복수를 꿈꿨다. 그리고 그녀의 양녀 에스텔라는 이 복수극의 주인공이었다.

에스텔라는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소녀였다. 그러나 미스 해비샴은 그녀의 가슴에서 뜨거운 사랑을 꺼내 차가운 심장과 바꿔치기 했다. 핍은 에스텔라를 보는 순간 평생 그녀를 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직감을 하지만 에스텔라에겐 사랑이 없었다. 그녀의 눈은 오만했고 하층민으로 자란 소년의 태생을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핍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세상의 부조리를 경험한다. 그는 자신의 집과 대장간, 안개에 싸인 고향 마을과 마을 사람들, 심지어 언제나 자신의 친구가 되어 줬던 매형 조 가저리마저 싫어졌다. 핍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자신의 태생을 저주하고 원망했다.








이후로도 핍은 몇번 미스 해비샴의 저택을 방문해 그녀 앞에서 에스텔라와 카드 놀이를 하고 그녀에게 무시당하고 그녀가 마당 위에 내어 주는 음식을 먹었지만, 에스텔라가 외국으로 떠나버리는 바람에 두 사람의 짧은 
만남은 그걸로 끝이었다. 

후에 핍도 정체 모를 은인에게 막대한 유산을 물려 받아 런던으로 떠나게 된다. 그는 지긋지긋한 대장간의 일상과 안개낀 늪지대와 자신을 괴롭히던 마을 사람들로 부터 떠난다는 생각에 행복해 했다. 
그러나 에스텔라와의 추억, 그 아련하고 가슴시린 기억은 끝내 앙금으로 남아 가슴에 쌓여 있었다.

400쪽이 넘는 양장본 2권으로 이뤄진 소설 '위대한 유산'은 바로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신사 수업을 위해 런던으로 건너간 핍은 그곳에서 상류 계급과 어울리면서 자신의 출신과 처지를 완전히 잊고 지낸다. 그는 어린 시절 유일한 친구가 되어줬던 매형 조가 자신의 런던 집을 찾아오는 것을 달가워 하지 않았다. 핍은 식탁 위에서 보여준 조의 매너가 창피했고 그의 촌스러운 정장을 싫어했다. 얼마전 까지만해도 조의 도제로서 하루 종일 망치질을 했던 대장장이 소년은, 이제 배은망덕한 속물이 되어 자신의 뿌리를 부정하고 있었다.

달라진 것은 핍만이 아니었다. 핍이 막대한 유산을 물려 받았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마을로 퍼졌다. 핍은 더이상 마을의 천덕꾸러기가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지나갈 수 있도록 알아서 길을 비켜 주었고 핍에게 어울리지 않는 존칭을 썼다. 심지어 핍의 어린 시절을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해쳐 놓곤 하던 펌블추크 마저 완전히 태도를 바꿔 자신이 핍의 절친한 친구이자 그의 성공을 위해 아낌없는 희생을 보여준 위대한 후원자로서 행세하기 시작했다. 핍은, 고향이 싫어졌다.



 
<출처: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minju8230&logNo=10106439011>


핍이 조 가저리의 대장간을 다시 찾은건 그로부터 십 수년이 지난 다음이었다. 그는 빈털터리가 되어 고향 마을의 호텔 블루 보어에 도착했다. 그가 빈털터리가 됐다는 소문은 그보다 먼저 마을에 도착해 있었다. 블루 보어의 
주인은 더 이상 핍에게 좋은 방을 내주지 않았다. 핍은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번화가를 가로 질러 고향집으로 향했다. 그는 자신이 진 빚, 결코 적지 않은 액수를 조 가저리가 갚아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이 변하던 시절에도 조건없는 사랑을 전해줬던 조. 무식하고 촌스럽지만 흔들리지 않는 우정을 보여줬던 진정한 친구. 핍은 오랜 시간을 헤맨 끝에, 비로소 '위대한 유산'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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