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얘기를 안할 수가 없다. 이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아는가? 난 울었다.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하다니! 그것도 쿵짝쿵짝 정교한 시계가 돌아가듯 한치의 오차 없이 변형되는 빈틈없는 동작이라니! 이건 마치 CG가 아니라 실제 모형처럼 보였다. 비로소 전능하신 오토봇들이 하늘에서 내려오사 저리로서 쌈마이 메카닉과 후루꾸 CG를 심판하러 오셨구나하고 나는 생각했다.
 

 

 

아 물론 스토리 텔링 얘기는 하지 말자. 마이클 베이는 이야기의 개연성을 죄악으로 생각하고 스펙타클의 절제를 수치로 여기는 사람이다. 그는 헐리웃에 배금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강림한 사탄이 분명하다. 베이의 악명 높은 스토리텔링은 잽없는 복서, 찐빵없는 앙꼬, 수 천만의 관객을 추락 직전의 저가 항공기에 태워 이제 막 폭발하기 시작한 화산 위로 몰고 나가는, 참으로 환장하겠는 비행 등으로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마이클 베이를 존경하는 이유는 그가 가진 장점이 너무나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베이는 전 세계 관객들과 영화 관계자 그리고 비평가들을 향해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난 잘하는 건 잘하고 못하는 건 못해. 그런데 내가 못하는 일에 대해 전전긍긍하며 내 영화를 찍어야 할 이유가 뭐지?'

이 천박할 정도로 솔직한 고백은 여지껏 몇 편의 영화를 제외하고는 나를 실망시켜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나는, 내가 이 몇 편의 영화에 트랜스포머3가 포함된다고 말 하더라도 당신이 기어이 이 영화를 볼거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베이에 대한 단상>

1995년 마이클 베이가 '나쁜 녀석들(Bad Boys, 1995)'을 세상에 내놨을 때 1986년 탑 건(Top Gun)을 제작한 이후 줄곧 침체기에 있던 제리 브룩하이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이 영화는 누구도 성공을 예상치
못한 저예산 영화였으나 결과적으로 제리에겐 상층권을 돌파하는 로켓이 되어 버렸다. 나쁜 녀석들의 총 제작비는 약 천만달러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 중 베이에게 지급된 연출료는 고작 십만 달러였다.

마이클 베이는 헐리웃 기준으로는
껌 값도 되지 않을 이 돈을 받고 그해 제리에게 1억 4천만 달러를 벌어다 줬다. 이 후 더 락(The Rock, 1996), 아마게돈(Armageddon, 1998)의 연속 히트는 마이클 베이의 전성기와 함께 제리 브룩하이머 사단이 탄생하는 데 초석이 되었다.  

둘 사이의 화근은 '진주만(Pearl Habor, 2001)'이었다. 항간의 소문으로 무려 3만 킬로미터의 필름을 썼다는 이 영화는 3시간이 넘는 런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막장 영화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아슬아슬하던 관계는 찌릿했던 예전의 추억을 더듬듯 나쁜 녀석들2(Bad Boys 2, 2003)를 낳았지만 결과는 영 신통치 않았다. 두 사람은 이 영화를 계기로 그나마 남아 있던 정까지 털어내고 결국 각자의 길을 향해 간다.

이후 제리는 고어 버번스키를 영입해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대히트, 영화 한편 당 8억 달러를 버는 무적의 제작자가 되고, 마이클 베이는 아일랜드(The Island, 2005)를 만들어 '베이, 제리에게나 돌아가'라는 말을 듣는 수모를 당한다. 그래도 아일랜드를 제작한 드림웍스(Dreamworks)는 베이를 그냥 내치지 않았다. 특히 스티븐 스필버그는 베이의 차기작을 제작하며 베이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나는 이 영화의 제목을 트랜스포머(Transformer, 2007)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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