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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지금껏 내가 봐온 글쓰기 지침서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그리고 이 책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이 세 권이 전부다.
'유혹하는 글쓰기'가 창작법 강의를 가장한 스티븐 킹의 성장기라면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는 글을 쓰려고 마음 먹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봐야 할 교과서 중의 교과서라 부를 만한 책이었다. 그리고 이 책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가 있다. 그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근원적 욕망과 마음가짐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좀 더 자세한 비교를 위해 세 책의 목차를 살펴보자. 서문 등을 제외하면 뼛속의 첫째 장이라 부를만한 것은 '초심자의 마음, 종이와 연필'이라는 챕터다. '글쓰기 만보'의 첫째 장은 '단어에서 단락까지'다. '유혹하는 글쓰기'는 '이력서'라는 챕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서막을 올린다. 어떤 차이가 느껴지는가?
앞에서 말했듯이 '글쓰기 만보'는 교과서 중의 교과서다. 그러다 보니 좀 더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내용으로 시작한다. 처음 글을 쓰는 사람이든 장편 수십권을 출간한 베테랑 작가든 그들이 다루는 것은 결국 백지 위에 줄줄이 늘어선 단어다. 그리고 그 단어가 모여 단락을 이룬다. 그러니 선생님 안정효가 처음으로 가르쳐야 할 게 '단어와 단락'말고 무엇이겠는가.
반면 '뼛속'은 초심자의 '마음'으로 시작한다. 이게 바로 두 책의 큰 차이다. 오랜기간 선(禪)수련과 명상을 해왔던 작가 답게 그의 시작은 '마음'이다. 마음이 갖춰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된다. 좋은 단어를 고르고 올바른 문장을 만드는 법? 그건 글을 쓰려는 마음만 확실하면 결국 갖춰지게 되있다. 문제는 역시 글쓰기의 고통을 견디고 그 욕망을 평생토록 유지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다지는 것이다. 물론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써보라거나 이야기 모임을 만들어 보라거나 '그냥 꽃이 아니라 그꽃의 이름을 불러 주라'는 등 실천적 글쓰기로서의 충고도 다수 등장하지만 역시 '부사를 빼라'(스티븐 킹)거나 '있을 수 있는 것을 삭제하라'(안정효)는 말 보다는 덜 구체적인 것이 사실이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와 보자. 이 책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뼛 속'은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오랜시간 동안 글쓰기와 씨름해온 작가의 소소한 고백이 담백하게 울려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나탈리 골드버그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소설가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대단한 필모그래피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 오히려 우리에겐 큰 공감이 된다. 그는 우리와 같은 연약한 인간으로서 오늘도 어김없이 글쓰기의 고통과 욕망을 통제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가 해낼 수 있었다면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이 책이 왜 좋은지 하나만 더 말해보라면, 나는 이 책이 '어떻게 쓰는가'라는 질문 밑에 '왜 쓰는가'에 대한 대답을 깔아두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세상은 이미 'How'에 대한 지침서로 가득차 있지 않은가? 어떤 일에 목숨을 걸고 정진하는 사람들은 문제가 '어떻게'가 아니라 '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을 읽는 다는 것은, 그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내 마음을 다부잡는, 그런 일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