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대해 아무거나 생각해 보자. 누군가는 우주에 먼지처럼 박혀 있는 지구에 무좀처럼 돋아나 있는 인간의 7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얼굴 모양에 대한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혹은 먼지처럼 박혀 있는 지구에 무좀처럼 돋아나 있는 인간의 취향과 미각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심지어 사람따위는 관심 밖. 그대신 이 우주 어딘가에 살고 있을, 갈기 대신 도넛을 달고 다니며 꼬리에선 고압축 플라즈마를 발사, 입에선 냉면 육수를 뿜어내는 목도리 도마뱀 한 마리를 상상할지도 모른다.

말해 두지만 정해진건 없다. 생각 하나하나에 우열을 매겨 점수를 줄 생각도 없다. 그저 살랑살랑 봄바람이 얼굴을 간지르는 이 밤, 입을 헤 벌리고 하늘을 쳐다보며 어떤 말을 하더라도 아무에게도 타박받지 않을 그런 시간을 가져보자는 거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이런 얘기를 꺼낼 수도 있다.

잘생긴 개미핥기와 못생긴 사람 중에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니?

못생긴 사람.

그리고는 '못생긴 사람은 성형 수술로 바뀔 수 있으니까'라고 덧붙인다. 합리적 사고에 미국식 개척정신까지 단단히 갖춘, 그래서 때때로 멍청하다 싶을 정도로 단순한 친구가 한 말이다. 가슴이 답답해질 정도로 재미없는 대답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성공할 요건을 두루두루 갖췄다. 친구여, 신의 축복이 영원하기를.

트위터의 글자 수 제한이 140자라는걸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럴수가!

예전엔 나도 몰랐다! 세상 사람 모두가 한 때는 뭘 모르던 멍청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뭔가 자기보다 모른다고 생각하는 인간을 만나면 가차없이 잔인해 진다.

화려한 삶과 평온한 죽음 중에 무엇이 더 나을까?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라는 소문을 도대체 누가 퍼뜨리고 다니는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만나게 되면 죽어본 적이 있느냐고 묻고 싶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 말을 하고 다닌거라면, 진짜 용서하지 않겠어.

자살은 인간의 실존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가?

아니다. 인간의 실존을 증명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아무런 설명 없이, 아무런 반론 없이 실존을 증명할 수 있는건 오로지 돈 뿐이다.

침묵은 긍정인가?

누군가는 대답할 가치가 없거나 아무리 말해도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할 때 침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것을 긍정이라고 여긴다. 그렇게 마음대로 생각해 놓고는 자기 혼자 들떠 신나게 떠든다. 누군가는 끝까지 침묵으로 응대해 보지만 천박한 사람들의 세계에서 그것은 조롱을 위한 명분 밖에 되지 않는다.

물냉면은 냉면의 왕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시간의 끝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나요?

고민하지 말자. 안달복달 해봐야 인간은 결국 똥으로 변신한다.
언젠가 내 소설에 쓰일 대사다.

이 글은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가 없다. 일관된 논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촌철의 맛도 없다. 이런 글을 쓰느니 그냥 이불 속으로 들어가 일찍 잠 드는게 어떨까? 지금 이 순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쳇, 그러거나 말거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