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고백하자. 내가 어느 순간부터 '~합니다', '~였습니다' 등의 구어체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모두 이중톈 때문이다. 나는 이 사람의 책들을 읽으면서 내가 글보다 '말'에 능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고 리뷰를 쓰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던 이유도 말이 아니라 글을 쓰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문체를 바꿔 보았다. 그러고 나자 나는 글을 쓴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가벼운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중톈은 나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안겨준 위대한 스승이었다. 그러나 내가 얻은 것은 작법에 대한 것만이 아니었다. 미학강의. 이중톈 저작의 최고봉이라 부를 수 있는 이 책을 접한 뒤로 난 미학을 향해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가 앨리스를 이상한 나라로 인도한 '백토끼' 같았다면 미학강의는 파랑새. 그 어떤 미학서도 따라올 수 없는 절대적 황홀함의 임팩트가 바로 그 이 한 권의 책에 있었다. 이중톈은 중국 CCTV의 백가강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삼국지를 강의한 후로 슈퍼 스타가 된 교수님이시다. 그래서 그런지 강의란 이름으로 많은 책을 출간하는데 이 강의들은 모두 구어체로 씌여져 있다. 미학강의도 마찬가지다. 사실 미학강의를 최고로 치는데는 미학에 대한 통찰, 그 깊이에 대한 탄성에 있기도 하지만, 이같은 구어체 설명을 통해 어떤 어려운 개념이라도 마법처럼 풀려버리고 마는 설명의 묘를 경험 할 수 있다는데 더 큰 이유가 있다. 어디어디 유명한 출신의 선생이라던가 학자라던가 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기 조차 무슨 말인지 모를 정도의 현학적인 글과 강의를 해대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학문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그저 자기가 보고 들은 어려운 강의와 책들을 되풀이 하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중톈은 다르다. 이토록 쉽고 깊이 있는 미학 입문서를 나는 여지껏 읽어 본 적이 없다. *이 책은 '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서 출발하여 칸트와 헤겔의 근대미학을 반환점으로 돈 뒤 마지막으로 예술과 미학의 상관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최초의 질문에 묵직한 답을 제시한다. 마지막 장인 '미학과 미학사의 흐름'은 일종의 부록같은 성격의 챕터로 동서양 철학사의 대략적인 설명이 담겨있다. 그러나 다뤄야할 내용이 워낙 많아 간략한 설명에 그치고 만다. 미학사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읽기 어려운 부분이다. 특히 동양 미학사(중국 고전 미학사) 부분은 사상 자체의 심오함에 생소함기까지 한 내용이라 나의 경우 대부분을 건너 뛰어야 했다. 하지만 많은 분량이 아니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앞 장의 내용들을 섭렵하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상당한 미학적 진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