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죽음은 결국 야당의 승리로 귀결됐다. 이 말은 가난한 사람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당이 힘을 얻었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어쨌든 이 땅에 신자유주의를 이식한 것은 김대중, 노무현의 정권이었고 지금의 민주당은 이 두 사람의 후광으로 버티고 있는 정당이니까.  

한나라당이 노골적으로 부자와 힘 있는 자를 위한 정치를 펼쳤다면 민주당은 저항과 진보의 이미지로 보수 성향을 감춘 사기 정치를 펼쳤달까? 그러니 아무리 현 정권이 심판을 받아도 그 주역이 민주당이라면 대다수의 서민들을 위한 정치는 아직도 요원한 셈이다.

이번만큼 공약이 부재하고 선전만이 판을 친 선거도 없었을 것이다. 서울시 교육감으로 출마한 어느 여자 후보는 현수막의 선전 구호가 '전교조는 안됩니다' 달랑 하나였다. 사람들은 아직도 진보, 노동이라고 하면 '북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떠올리는 모양이다. 강남의 빨갱이 공포증으로부터 표를 얻을 수작이었겠지만 선거 결과를 보니 그럴듯한 경쟁도 못 펼친 듯 하다.  

아무래도 사람들은 경제에서의 불평등보다 교육에서의 불평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사교육이 무너지고 공교육이 정상화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명문대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선호가 여전하고 공교육 정상화라는 것이 결국 명문대 진학에 대한 욕망에 근거한 것이라면 진보든 보수든, 전교조든 아니든 우리 교육에는 희망이 없다. 

한편 절대군주 오세훈에게 대항하는 한명숙조차 사람특별시라는 노골적인 노무현표 슬로건만으로 무장했다. 여기에는 진보와 보수 좌, 우익 이데올로기의 대립도 없어 보인다. 사실상 이명박, 노무현 대결의 연장선인 셈이다. 그러니 공약이 존재할리 없다. 한명숙은 현 정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이용하려 했지만 결과는 안타까웠다.  

경기도와 서울에서의 패배는 부자들과 엘리트, 기득권자들의 벽이 여전히 높고 강하다는 것을 알려줬다. 동시에 현재의 야당이 양극화와 갈등을 고조시키는 엉망 진창 보수 정당조차 대체할 수 없는, 사실상 대안 정당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전국 곳곳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이유도 진보 혹은 복지사회 건설에 대한 꿈 보다는 단순히 '이명박이 싫어서'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국민이 어떤 오해를 했든 야당은 성공했다. 만약 이것이 단순한 권력 투쟁이 불과한 것이었다면 권력은 언제나 승리하고 국민은 언제나 패배하는 지긋지긋한 역사가 반복될 것이다.  

그러니 아무쪼록 야당은 이번 선거에서 얻은 행운을 이 사회의 약자와 빈자를 위해 좀 더 소중히 사용해주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스스로가 민주주의의 파수꾼으로서 좀 더 성실히 그들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모두가 행복한 나라라는 것은 정치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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