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 송태섭을 볼까요? 그는 정대만과의 싸움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하는 것으로 처음 등장 합니다. 강백호가 있군요. 더 말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는 확실히 문제아였습니다. 

채치수? 밤낮 '전국제패'를 외쳤지만 글쎄요 그렇게 전국제패를 하고 싶으면 '해남'이나 '능남'에 갔으면 될 일 아닙니까? 그저 덩치만 큰 센터였기에 채치수도 북산 입학할 수 밖에 없었던 것 입니다. 

서태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천재지요. 이 놈은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하지만 서태웅은 가장 만화적인 캐릭터 입니다. 강백호의 라이벌로서 그와는 정반대인 완벽함을 유지해야 했을테니까요. 그러니 논외로 합시다.  

나머지는 안경 선배나 달재정도가 있겠지만 더이상 설명할 것이 없는 평범한 인물들이니다. 이렇게 보면 북산 고교에서 '천재'라 불릴만한 인물은 무석 중학 MVP 출신인 정대만 정도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도 건달이 되어 2년 넘게 방황했습니다. 촉망받는 스포츠맨에서 망가진 고교생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현대의 교육 시스템에서 이들은 배제 대상입니다. 이런 학생들을 훈계하는데 시간을 쓰기 보단 잘하는 애들을 한 명이라도 더 좋은 대학으로 보내는 것이 여러모로 '효율적'입니다. 교사는 담당한 반의 CEO가 되야하고 냉혹한 사무라이가 되어 포기할 애들의 명단을 싹둑 싹둑 잘라내야 합니다. 아이들을 온전한 인간으로 길러내야한다는 숭고한 가치는 자신을 사립학교에서 쫓아내고 능력없는 교사로 낙인찍게 만드는 십자가일 뿐 입니다.

하지만 안 선생님은 능력있는 아이들을 찾아 다니지 않았습니다. 저절로 모인 평범한 학생들에게 땀의 가치를 일깨워 주고 그들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찾아줬습니다.  

정대만에게는 디펜스의 달인 김낙수가 마크맨으로 나왔다는 것을 언급하며 '최강 산왕도 정대만은 두려웠던 모양이죠?'라고 말합니다.  

송태섭에게는 빠르고 작은 가드에 대한 존재감을, 강백호에게는 새로운 기술 개발의 천재성을 인정해 줍니다. 채치수나 안경 선배에게 한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이 3년 동안 힘써 이룩해 놓은 곳에 이토록 훌륭한 재능들이 모였다며 눈물날 정도로 모두를 격려했습니다. 

안 선생님은 학생들을 Management하는 CEO가 아니라 갯벌에서 진주를 캐는 어부였습니다. 가슴 한 구석 켜켜이 쌓인 진흙을 털어내고 재능을 찾아내 앞으로 펼쳐질 인생의 무대에 당당히 서게 만드는 것. 이런 선생님 밑에서 자신을 찾았던 북산고교 농구부였기에 그들은 비로소 최강 산왕공고에게 승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세상에 세워진 현실의 벽은 만화에서 그려진 것보다는 훨씬 복잡하고 단단할 것입니다. 우리가 평생 부딪혀 본다 한들 산왕공고를 꺽는 기적 따위, 꿈에서조차 이뤄지지 않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타케히코 이노우에가, 무려 7년 동안 24권의 단행본을 연재하면서 그 대단원의 막을 북산의 승리로 장식했던 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에게는 - 당신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 '반짝 반짝 빛나는 재능'이 숨겨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요? 

그러니 슬램덩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만화를 즐겁고 행복하게 본 사람이라면. 나와 내가 가진 능력을 믿고 살아갑시다.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맙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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