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한국에는 재미를 쫓아 기업을 만든 사람이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 알토스의 가젯 덕후 두 명은 창고에 모여 잡다한 기계를 만드는 것이 취미였다. 필요한 부품이 있으면 HP에 전화를 걸어 공짜로 달라고 졸랐다. 이들은 시외 전화를 공짜로 쓸 수 있는 불법 기계를 만들어 용돈을 벌었는데 스스로 만족할 만한 좀 더 아름다운 제품을 만드길 원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가지고 있던 가장 소중한 물건들을 팔아1300달러에 창업을 했고 30년 뒤 iPhone을 만들었다.

한편 UCLA의 컴퓨터공학과 졸업생 세 명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면 좋을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세 사람은 모두 컴퓨터 게임 매니아였는데 고민 끝에 
'게임을 좋아하는 우리가 게임을 만들어야 사람들이 정말로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1991년, 그들은 가지고 있던 돈 10,000 달러씩을 모아 결국 실리콘&시냅스라는 컴퓨터 게임 제작 회사를 창업했다. 그리고 3년 뒤 회사 이름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로'로 바꿨다.

블리자드와 애플의 창업주들은 모두 그 분야의 심각한 매니아였다. 그들은 제품에 대한 꿈과 철학이 확실했고 지식이 풍부했다. 또 좋고 나쁜 제품을 가르는 기준이 엄격해 제품의 완성도를 최우선으로 여겼다. 창업주들은 결코 제품의 완성도 앞에서 주판알을 튕기지 않았기 때문에 직원들은 그들을 존경했고 마음놓고 목표를 추구할 수 있었으며 그 누구도 자신의 꿈을 돈으로 바꾸려 하지 않았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전부 부잣집 도련님들이 만든 금지옥엽이다. 수 백년간 물려받은 전답을 팔아 사업을 시작했으니 이윤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들이 이미 검증된 일, 크기가 큰 일만 쫓는 이유도 이제나 저제나 혹시 가산을 까먹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부들부들 손이 떨리고 정신이 아득해 지기 때문이다. 

전문 경영인이라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전자과를 나왔든 경영학과를 나왔든 그들은 한국 교육에 적응을 잘한 규격품에 불과하다. 공부를 매우 잘했고 수학능력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진로를 선택해야 할 때가 오자 각각 컷트라인이 가장 높은 전자과와 경영학과를 선택했을 뿐이다. 최고 경영인이 됐을 때는 이미 자신이 무엇을 사랑했는지 조차 잊었고 임기 또한 2년이 넘지 않기 때문에 당장의 성과를 쫓아 기업을 운영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의 뿌리를 튼튼히 하고 긴 목표를 세우는 사람이 씨가 마른다. 한국의 인재들이 이런 기업에 몰리지만 곧 자신이 원하는 일보다 시키는 일을 해야하고, 먼 미래를 대비하기 보단 목전에 닥친 일을 해야만하는 현실을 깨닫게 된다. 기업에 대한 존경은 자연스레 사라지고 스스로도 사랑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하루에 12시간을 투자하니 애정 결핍으로 병든 제품들이 창고를 가득 채운다.


이것이 한국에 애플이 없는 두 번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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