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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의 힘 - 복잡한 세상을 푸는 단순하고 강력한 도구
스티븐 스트로가츠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1년 9월
평점 :
이 책은 내게 '극한'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남긴 채 끝난다. 나는 극한을 설명하는, 15페이지가량을 두 시간 넘는 시간 동안 여러 차례 읽었으나 결국엔 이해하지 못했다. 수학적으로 전혀 모순일 수 없는 이 현상이 나에게는 완벽한 미지로 남아있다. 지금부터 이 혼란을 몇 가지 공유해 보겠다.
1을 3으로 나누면 0.333... 과 같이 3이 무한히 계속되는 소수가 된다. 이 자체로는 놀라울 것이 전혀 없다. 공포를 드러내는 건 각 항에 3을 곱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1 / 3 X 3 = 0.333... X 3
1 = 0.999...
식은땀이 흐르는가? 0 다음 9가 무한히 계속되는 소수는 1에 무한히 가까워질 수는 있어도 절대 1이 될 수는 없다. 그것이 나같이 평범한 인간들의 직관이다. 우리의 수학 체계는 이 사실을 간단히 무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대수학으로도 증명할 수 있다.
x = 0.999... 일 때,
10x - x = 9.999... - 0.999...
9x = 9
x = 1
그러므로 1 = 0.999...
문제는 이것이 무한히 작아졌을 때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0.000...1은 결코 0과 같지 않다. 10cm 길이의 자에 눈금을 새긴다고 가정해 보자. 자를 10 등분하면 눈금 사이의 간격은 1cm, 100 등분하면 0.1cm, 1000 등분하면 0.01cm... 이렇게 무한히 작은 조각으로 나눈다 해도 눈금 사이의 간격은 무한히 0에 가까워질 뿐 절대 0이 되지 않는다. 만약 무한히 작게 나뉜 눈금 하나의 간격이 0이라면 이 0에 눈금의 개수를 곱했을 때 10cm가 된다는 모순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맞다면 10cm = 20cm = 30cm...라는 대혼란의 세계가 우리를 집어삼킨다.
우리의 세상을 무한히 작은 것으로 나눌 수 있다는 가정, 그래도 이 세상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확신, 바로 여기서 미분이 탄생했다. 미분은 아주 복잡한 것들을 아주 작은 단위로 나눠 계산을 단순화한다. 그런 다음 그 조각들을 더해 처음에 존재했던 대상을 복원한다. 나누는 것은 미분, 더하는 것은 적분, 우리는 이 둘을 합해 미적분이라 부른다.
책에 수식이 등장할 때마다 판매 부수가 절반으로 감소한다는 속설이 있다. 이 책에도 다수의 수식이 등장하지만 사실 그렇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미적분의 힘>은 미적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쓰인 책이다. 미적분이 탄생하기까지 창발 한 사고의 역사를 훑으며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다량 소개한다.
시작은 곡선의 넓이를 구하는 것이었다. 혹자는 왜 이렇게 쓸데없는 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아마 당시 사람들은 아주 실용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했을 것이다. 그 주인공 중 하나가 '아르키메데스'라는 사실이 이 가설에 힘을 실어준다. 그는 순수 수학자라기보다는 발명가에 가까웠다. 아르키메데스는 자신이 만든 각종 기계의 실현 가능성과 성능을 측정하기 위해 이 수학들을 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찾기 위해 미적분을 선택했다. 이 책의 저자도 비슷한 관점을 취하는 것 같다.
응용수학자가 되려면, 바깥의 현실 세계를 바라보아야 하고, 지적으로 문란해야 한다. 응용수학자의 눈에는 수학이 순수하고 불가사의하게 봉인된 정리와 증명의 세계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철학, 정치, 과학, 역사, 의학을 비롯해 온갖 종류의 주제를 다룬다. 내가 이 책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바로 그것으로, 곧 미적분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계를 보여준다. (p.16)
지적으로 '문란'해져야 한다니, 근 10년 간 이렇게 멋진 문장은 읽어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