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서노다 - 고구려와 백제를 세운 건국의 여제 나는 누구다
윤선미 지음 / 일송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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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서노는 정말 비범한 인물이다. 우리 고대사에서 무력과 문화로 가장 막강했던 두 나라를 건국한 여자. 기개와 야심, 능력이 대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졸본부여 국왕의 '딸'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녀가 시조인 고대 왕국이 반드시 존재했을 것이다. 이 책은 소서노를 고구려의 실질적 여왕으로, 백제의 초대 국왕으로 여긴다. 꽤 타당한 면이 있다.


소서노의 첫 번째 남편은 우태였다. 동부여의 왕 해부루의 서손이었던 그는 출신 탓에 중용되지 못했고 소문이 자자했던 소서노를 몰래 만나 결혼을 한다. 둘이 낳은 아들이 바로 백제의 비류와 온조다. 서손이긴 했으나 엄연히 한 나라의 왕손과 허락 없이 통혼한 졸본부여는 평화를 위해 우태를 차기 국왕으로 세운다. 이것이 소서노의 첫 번째 양보였다.


우태는 일찍 죽는다. 과부가 된 소서노는 한참이나 어린 망명자를 들여 남편으로 삼는다. 동명성왕 추모. a.k.a 주몽은 소서노의 졸본부여를 토대로 700년을 이어간 동북아 최강국 고구려를 건국한다. 이것이 소서노의 두 번째 양보였다.


소서노의 입장에서 고구려는 배은의 전형이자 망덕의 참상이었다.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망명자를 살려줬더니 결국 집주인이 쫓겨나가는 형국이라니. 대대로 졸본땅을 근거 삼은 소서노에서 내전이라는 선택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두 번의 양보로 미루어 짐작컨대 소서노는 굉장히 실용적이고 쓸데없는 분쟁을 굉장히 싫어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녀에게 상인의 피가 흘렀기 때문일까? 전쟁은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법이다. 그럼에도 세 모자의 남하는 뼈아픈 결과였음이 확실하다. 백제는 소서노의 사당을 지어 그녀를 기렸는가 하면 자신의 뿌리가 부여임을 밝히며 고구려와 명확히 구분한다.


소서노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거의 모두 상상과 추측에 근거한다. 사료가 극도로 부족한 데다, 있는 것도 이후 남성 중심의 유교 사관들에 의해 축소, 왜곡, 삭제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 뿌리의 상당수가 지금은 중국땅에 갇혀 보지도, 듣지도, 기록하지도 못하니 소서노의 활약은 영원히 미궁에 갇혀 있을 것이다.


<나는 소서노다>는 상당히 가벼운 역사책이다. 사료도 부족하고 논란도 많은 고대사를 300페이지도 안 되는 분량에 담았다는 건, 사실상 이 책이 역사라기보다는 소설에 가깝다는 걸 알려준다. 그래도 고대사에 이만한 족적을 남긴 여성을 우리가 잊고 산다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깨우쳐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고대 역사를 꼼꼼히 살피면 남자와 함께 전장에 뛰어든 여자들이 종종 보인다. 그들은 똑같이 갑옷을 입고 칼을 휘둘러 적들을 베고 나라를 구했다.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왜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단 하나도 떠올릴 수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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