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얼굴
제임스 설터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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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얼굴>의 책날개 사진을 통해 처음으로 제임스 설터의 얼굴을 봤다. 잘 생긴 미국인이었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방탕하고, 허무한 남자 주인공들의 얼굴과 은근히 겹쳐지면서, 또 묘하게 다른 점이 있었다. 제임스 설터는 그 남자들보다는 좀 더 남성적이었다. 티모시 살라메가 아니라 브래드 피트에 가까웠다.


1925년 뉴욕에서 태어난 제임스 설터는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전투기 조종사로 복무했다. 비행 중대장까지 지냈다. 그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이때의 경험을 살려 데뷔 장편 <사냥꾼들>을 내놓는다. 평은 시원찮았다. 나는 좋았다. 이후의 소설들은 완전히 달랐다.


제임스 설터를 제임스 설터로 만든 건 <사냥꾼들>이 아니었다. <고독한 얼굴>은 <사냥꾼들>에 더 가까운 소설이다. 원래 이 소설은 영화 시나리오로 집필됐다. 영화화되지 못하자 소설로 다시 썼다. 화면으로 봤다면 굉장히 지루했을 것이다. 강렬한 사건은 없다. 이 정도 이야기를 맡을만한 감독이 누가 있을지 생각해 본다. <디 아워스>의 스티븐 달드리. <디 아워스>는 마이클 커닝햄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원작 소설이 얼마나 지루한지를 알고 나면 스티븐 달드리가 신처럼 느껴질 것이다. <Running on Empty>의 시드니 루멧도 떠오른다. 고독을 주제로 결을 맞춘다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토마스 알프레드슨도 맡길만하다.


<고독한 얼굴>은 산악인의 이야기다. 별 직업도 없이 이 여자 저 여자를 떠돌아다니며 산을 오르는 남자. 배경은 몽블랑. 설산과 거대한 빙벽. 인간의 나약함을 가장 철저하게 알려주는 장소. 주인공 랜드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경로를 찾아 몸을 던진다. 때론 친구들과 함께, 주로는 혼자서. 친구들 중 둘이 떨어졌다.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크게 다쳤다. 랜드는 살아남았고, 홀로 남았다.


산을 오르는 이유가 뭘까? 산은, 오를 때만큼 내려올 때도 용기가 필요하다. 실패했다는 자괴감을 떨쳐낼 수 있어야 한다. 중간에 내려왔다면, 차라리 아무도 모르는 것이 낫다. 하지만 기자들은 실패에도 플래시를 터뜨린다. 실패의 이유를 묻는다. 대답할 마음이 들지 않지만 해야 한다. 그들은 실패를 먹지만, 성공은 더 잘 먹기 때문이다.


소설은 몽블랑에서 불어오는 바람만큼 서늘하고 간결하다. 잡내가 없다. 해야 할 말만 하고, 아무것도 덧붙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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