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의 미래 - 양자컴퓨터 혁명은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미치오 카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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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가쿠는 정말 훌륭한 과학자다. <초공간>도 그렇고, <양자 컴퓨터의 미래>도 그렇고, 어려운 과학 이야기를 핵심만 골라 쉽게 얘기해 준다. 과학이 진보하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대중과의 거리는 멀어지기 마련인데 이 멋진 과학자는 그 간극을 힘껏 당겨 이어 붙인다. 우리가 관심을 갖든 그렇지 않든 전기 자동차의 배터리는 계속 작고 가벼워질 거고, 반도체의 집적도는 높아질 건데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학과 기술의 발전 속도는 대중의 이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상상력은 이해에서 나온다. 그 분야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야 편견 없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해있는 걸 보면 때로 놀랍기까지 하다. 어린 시절 30년 뒤의 미래를 그리라는 주제가 나오면 아이들은 하나같이 상대방을 보면서 전화하는 영상통화나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그렸다. 지식과 이해가 없는 상상은 천편일률로 흐르기 마련이다.


1970년대에 대중들이 배터리 혁명이 가져올 사회의 변화를 잘 알고 있었다면 세상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의 사람들은 석유의 힘은 알았지만 전기의 힘은 몰랐다. 그 힘을 가둬둘 배터리의 존재가 너무나 미미했기 때문이다.


관심이 없으면 필요가 생기지 않고 필요가 없으면 욕망도 없다. 70년대 사람들에게 TV를 손에 들고 다니고, 걸어 다니면서 전화를 하며, 비싼 석유대신 전기로 충전하는 자동차를 갖기를 강렬히 욕망했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상상해 보자. 자본주의가 좋은 점은 욕망과 탐욕을 진보의 동력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욕망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팔 수 없다. 물론 현대의 자본주의는 욕망 그 자체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진보하긴 했지만.


이제 막 싹을 틔운 기술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특히 더 중요하다. 기술은 어느 시점에 다다라 지수적으로 발전 속도가 증가하는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어내곤 한다. 문제는 거기까지 가는데 한 우주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중의 관심은 그 거리를 수천, 수만 배로 짧게 만들어준다. 핵융합이나 양자 컴퓨터 같은 초 선행 기술의 개발은 대부분 국가적 지원 아래 진행된다. 대중의 관심이 높다면, 정부의 입장에서도 수백, 수천억 원의 세금을 마음 편하게 쓸 수 있지 않겠는가!


<양자 컴퓨터의 미래>는 양자 컴퓨터의 작동 방식과 이론적 원리보다는 그 능력이 몰고 올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철마다 나타나 곧 망할 기술을 혁신이니 미래니 울부짖는 테크 Geek의 장밋빛 미래라고 생각될 만큼 양자 컴퓨터의 미래는 엄마는 외계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뉴욕 치즈 케이크를 7:2:1로 섞어 만든 것처럼 달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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