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상고사 - 대한민국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우리 역사
신채호 지음, 김종성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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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15년 전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를(비봉 출판사) 처음 읽었을 때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당시 나는 치우천왕에 상당히 빠져있었고, 조선의 역사 배경이 원래는 중국 대륙이었으나 일제강점기와 쑨원의 역사 조작으로 한반도에 이식됐다는 이론을, 꽤나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니 민족사학자 신채호가 해주는 말들이 얼마나 쏙쏙 가슴에 박혔겠는가!


비판의 눈을 제거하고 보면 <조선상고사>는 정말로 대단해 보인다. 특히 신채호의 이두 해석 능력이 그렇다. 지금이야 우리글이 공기처럼 느껴지는 시대니 그 존재감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지만 '이두'라는 걸 보고 나면 아, 우리 민족에겐 우리글이 없었구나!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이두는 대단히 어렵다. 어떨 때는 한자의 음을, 어떨 때는 한자의 뜻을 취해 우리'말'을 표현한 한자가 바로 이두다. 그런데 이 이두라는 건 쓰는 지역마다, 또 사람마다 달라 일관된 해석이 어렵다. 당시에 살았던 역사가들 조차 이두를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 이두를 아예 한자로 번역해 버리는 경우도 있어 지명과 관직의 이름, 심지어 인명까지 하나의 말을 여러 단어로 기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례로 한반도 남쪽 귀퉁이에 자리했던 소국 마한, 진한, 변한이 말조선, 신조선, 불조선을 한자로 번역한 국가명이라는 걸 알고 있는가? 한반도의 삼한은 만주에 살던 신, 불, 말 삼조선의 유민들이 정착하여 만든 나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대사 연구에는 늘 혼란과 논쟁이 도사리고 있다. 저 단어를 이두의 한자 번역으로 보아야 하나 이두로 봐야 하나, 이두로 본다면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 신채호는 고민 없이 이 일을 해나가며 자기보다 선대의 역사가들, 그러니까 그 시대에 살며 실제 이두를 사용했던 선배들의 오류까지 척척 짚어낸다. 당시에는 이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였는데, 지금 와서 다시 읽어보면 더듬어 추론할 수밖에 없는 신채호가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보다 어떻게 더 정확하지?라는 의문이 든다.


물론 역사란 늘 객관적 인척 하지만 실상은 역사가의 주관적 기록에 불과하니 여러 기록을 비교 연구하는 자가 훨씬 더 정확할 수 있다. 신채호는 여기에 답사를 더해 자신의 생각을 보강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두 해석에 관한 한 <조선상고사>는 그 추론 과정을 상세히 기술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잘 따져봐야 한다. 도대체 무슨 수로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역사서의 기술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어떤 것을 날조라 주장하는지도 곰곰이 따져볼 부분이다. 여기서만큼은 신채호가 여러 역사서를 비교 대조하며 진위를 날카롭게 가르는 것이 맞다. 그러나 믿을 수 없다고 했던 역사서에서 어떨 때는 또 사실을 취하고, 역사서의 기술보다는 그 지역에 오래 살았던 사람의 말, 혹은 풍문을 더 신뢰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 역시 읽는 이가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조선상고사>를 받아들이는 내 마음이 지난 15년 간 대단히 달라져버렸다는 사실에 나 조차도 당혹감을 느낀다. 단점이 없는 책은 아니나  그래도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선상고사>는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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