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과학책 - 지구 생활자들의 엉뚱한 질문에 대한 과학적 답변 위험한 과학책
랜들 먼로 지음, 이지연 옮김, 이명현 감수 / 시공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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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크리스토퍼 뉴포트 대학에서 물리학 학위를 받은 랜달 패트릭 먼로는 그 해 짧은 기간 미국 우주 항공국에서 계약직 프로그래머이자 로봇 공학자로 일한다. NASA가 그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게 먼로의 의지였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2006년 NASA를 나와 그는 풀타임 웹툰 작가로 살아가게 된다.


땅도 넓고 사람도 많은 나라. 워낙에 기이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많지만 그래도 물리학과 웹툰이라니, 그것도 그냥 물리학과를 졸업한 수준도 아니고 NASA에서 일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 사람이 만화를 그린다니 좀 놀랍기는 하다. 물론 그의 그림체를 보고 나면 납득이 되기도 하지만.


코믹 웹툰 xkcd의 성공으로 이름을 얻는 먼로는 몇 권의 책도 내놨는데 <위험한 과학책>이 그중 하나다. 이 책은 독자들이 보내온 다양한 질문에 먼로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테면 '지구가 자전을 멈추면 어떻게 돼요?'라는 질문에 과학 지식이 동원된 고차원 시뮬레이션 결과를 유머와 섞어 답변하는 식이다. 주로 애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글쎄, 그건 설명이 불가한 어른들의 핑계가 아닐까? 질문이 엉뚱하다고 답변을 못하는 게 무마되는 건 아니다. 먼로처럼 충분한 지식이 있고, 활발한 사고 실험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세상에 설명하지 못할 일이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어리석어 보이는 질문이라도 통계와 수학, 과학을 이용해 하나하나 궁금한 점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일종의 지적 서커스를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


내용은 아주 재미있고 쉽다. 여러 개의 질의응답을 엮은 책이기 때문에 별로 흥미가 생기지 않는 건 건너뛰고 읽어도 무방하다. 읽는 내내 나는 먼로가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했다. 심심할 일이 있을까? 가만히 누워 이런저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하루는 꼬박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왜 그럴까?라는 질문이 수시로 튀어나오는 사람에게 언제나 답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은, 설령 그 과정이 힘들고 복잡하더라도, 시간을 오래 잡아먹더라도, 일종의 초능력으로 느껴진다. 책 내용을 떠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까지 나는 먼로가 부러웠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잡고 씨름하느라 속절없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져서 그런지 모른다. 하는 일에 예전만 한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다. 능력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는 중인데, 먼로같이 척척 답을 내놓는 사람을 보니 더 크게 와닿은 게 있었던 모양이다. 실마리는 아주 기초적인 지식을 사슬처럼 엮어 추론을 반복하는 데 있는 것 같다. 도통 뭘 해야 할지 모른다면, 역시 기본이 부족한 거구나,라고 깨닫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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