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 - 배움의 모든 것을 해부하다
스타니슬라스 드앤 지음, 엄성수 옮김 / 로크미디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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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궁극의 배움 아닐까? 현세 인류를 특이점에 데려다줬다고 평가받는 인공지능 기술의 폭발적 발전은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머신러닝 덕분이었다. 인간의 뇌를 본떠 배움의 기본을 만들었다는 말이다.


과학자들은 오랜 시간 인간의 뇌가 완벽한 백지, 일명 타불라 라사라고 생각했다. 뇌과학이 점점 발전하면서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 수 십만 년에 걸친 진화의 시간은 배우는 법이라는 궁극의 로직을 인간의 뇌신경에 새겨 넣었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너무 오랫동안 몰랐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갓난아이가 언어를 배우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부모가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아이는 어느 순간 자신을 안아 드는 여자를 바라보며 마법의 단어 '엄마'를 내뱉는다. 그건 엄마가 수없이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엄마라고 외쳤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아이는 어떤 대상을 가리키며 동시에 나온 소리가 그 대상을 지칭하는 말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강아지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이 간단한 배움이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알 것이다. 대부분의 동물은 인간이 무언가를 가리켰을 때 그 대상이 아닌 손 자체를 바라본다. 이는 강아지의 지능을 테스트하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 외에도 인간의 뇌는 관성, 중력 같은 물리 법칙에서 심지어 확률처럼 복잡한 개념까지 이미 알고 있다. 배움의 가장 위대한 점은 구체적인 현상으로부터 일반 법칙을 추론해내는 것인데, 이 추상화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우리는 평생 동안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아 죽는 그 순간까지 바보를 면키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어 손에 쥐고 있던 물체를 놔 그것이 땅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나면 아이는 어떤 형체 또는 무게를 가진 사물은 전부 중력에 의해 밑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것이 중력이라는 건 모르지만 어떤 힘의 존재를 추론해내어 그것을 전체 사물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 법칙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 과정이 없으면 우리는 컵도 땅에 떨어지고, 연필도 떨어지고, 사과도 떨어진다는 사실을 개개의 사물 별로 모두 배워야만 한다. 이는 오늘날의 기계학습이 가진 취약점이기도 하다. 단순히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기 위해 기계에게 제공해야 하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이미지의 양을 떠올려보자. 기계는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배움의 법칙을 모사했고 오늘날 강화 학습과 같은 수많은 기계 학습법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합종연횡 중이다.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는 이렇듯 배움 그 자체를 해부하는 책이다. 단순히 뇌과학 얘기만 있는 게 아니라 그것과 밀접하게 연관된 인공지능 기술의 원리도 곁들여 이쪽 개념을 잡고 싶은 사람이라면 오히려 머신러닝 개론서보다는 이쪽을 추천해주고 싶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아이를 기르고 있는 사람 혹은 아이를 낳아 기를 계획이 있는 사람에게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알다시피 어떤 배움은 특정 나이를 벗어나기 전에 익히지 못하면 평생 습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뇌가 어느 시기에 어떤 가소성을 가지는지 안다면 이를 활용해 가장 효율적인 학습 방법을 마련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부모와 선생님들에게 최신 뇌과학 교육을 의무화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내용은 상상 이상으로 흥미진진하며 유용함이라는 측면에서도 진가를 발휘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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