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와 우연의 역사 (최신 완역판) - 키케로에서 윌슨까지 세계사를 바꾼 순간들 츠바이크 선집 (이화북스) 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광기와 우연의 역사>는 역사의 굵직한 분기점을 개인과 세계의 관점에서 조망한다. 문명의 향방을 가른 사건에서부터 개인의 인생을 뒤바꾼 결정적 순간까지. 이 책은 이런 에피소드 14개를 엮어 만든 선집이다. 여기에 그 몇 개를 소개하니 당신의 구미를 당기는지 확인해 보라.


1. 키케로의 죽음과 로마 공화국의 종말

시저를 강아지 사료의 브랜드로만 알고 있는 사람은 정말 불행하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로마 역사상 가장 유명한 독재자가 '브로콜리 너마저!'(농담임) 라는 말을 남긴 채 절친의 손에 죽고 만다. 혼돈에 빠진 공화국을 구하기 위해 역사는 키케로를 무대 위에 올린다.


2. 동로마 제국의 종말

콘스탄티노플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지금은 이스탄불이라 불리는 터키의 수도가 한때는 동로마 제국의 수도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함락된 적이 없던(같은 편에게 한번 당한 적이 있긴 하지만) 서양 문화의 총아는 야심만만한 투르크 젊은이의 위협에 직면한다.


3. 불멸을 향해 질주하다

오늘날 남미의 정치불안과 가난은 1513년 깡패 발보아가 태평양을 발견하면서 시작된 걸지 모른다. 지극히 보잘것없는 개인의 우연한 모험이 500년이 넘는 역사의 방향을 결정했다면 믿어지는가?


4. 세계사를 결정지은 워털루 전투

유배지에서 탈출한 나폴레옹은 다시 군대를 이끌고 유럽과 맞선다. 그러나 이 마지막 전투의 승부를 가른 건 나폴레옹의 실수도, 적군의 우수함도 아니었다. 우직하고 성실하지만,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는 인간이 난세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는지 알아보자.


5. 괴테의 마지막 사랑

유럽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일흔네 살의 괴테가 열아홉 살 소녀에게 청혼을 한다. 한때 괴테는 그 소녀의 어머니를 사랑하고 흠모했다. 프로이트는 이드의 욕망이 '승화'되면 예술가가, 그렇지 못하면 범죄자가 된다고 말했다.


6. 황금의 땅 엘도라도의 저주

실리콘밸리가 들어산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는 한때 그 전체가 개인의 땅이었다. 미국 최고의 갑부! 그 이름은 록펠러도 카네기도 듀폰도 아니다. 단언컨대 당신은 그 남자의 이름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7. 미국과 유럽을 잇는 해저 케이블

모두가 안된다고 하는 일에 끈질기게 도전하며 비웃음을 사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에서 작은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부침을 거듭한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인간은 최후의 순간 대개 원하는 자리에 우뚝 선다.


8. 봉인 열차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야노프는 스위스 구두공의 다락에 세 들어 살던 러시아 망명자였다. 1915년부터 1918년까지 스위스는 탐정 소설의 주무대였다. 식당 종업원에서 호텔 벨보이, 귀부인, 사업가, 국회의원까지 거의 모든 사람이 하나씩 비밀업무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이 키 작은 사내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난다. 남자는 치외법권으로 인정되는 봉인된 열차를 타고 러시아로 향한다. 기차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는 순간 수만 명의 노동자와 온갖 무기를 든 의장대가 망명지에서 돌아온 혁명가를 위해 인터내셔널가를 노래한다.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야노프. 레닌은 장갑차에 서서 민중을 향해 첫 연설을 한다.


<광기와 우연의 역사>를 읽고 나면 역사의 본질은 역시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테판 츠바이크는 역사적 사실에 문학적 상상력을 덧붙여 시간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다. 역사는 진심으로 재미있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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