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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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몬교라는 종교가 있다. 초기 그리스도의 교회를 부활시킨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이 종교는 몇몇 독특한 생활 신념을 강조한다. 1800년대 후반까지 일부다처제를 고집했다. 비록 정식 교리에서 배제되긴 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수많은 아이를 낳아 대가족을 이루고 산다. 일부 근본주의자들은 일체의 문명을 거부하고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기도 한다.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것은 죄악. 콜라를 마시는 것도 죄악. 발목 위로 살이 드러나는 치마를 입은 여자는 바빌론의 창녀로 간주한다. 공교육은 이교자들이 타락한 지식을 전파하는 뱀의 소굴이다. 이 책의 저자는 바로 그런 가정에서 태어나 인생의 대부분을 살았다.


우리가 이 근본주의자의 행동이 단단히 잘못됐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우리의 머리 속에 이미 다른 세계가 확고히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세계는 언제 어떻게 내 머리에 들어왔을까? 어릴 때부터 우리는 수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배우며 하나의 사고 틀을 형성해 간다. 이 틀은 지극히 배타적이라 자기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른 것들은 최선을 다해 노출을 피하거나 인지 자체를 거부하기도 한다. 그래서 유년 시절의 다양한 경험은 아주 중요하다. 서로 다른 경험들은 내 머릿속의 세계와 다른 세계의 충돌을 일으키는데, 이것이 자주 일어날수록 점점 균열이 생겨 두 세계가 합쳐진 새로운 사고 틀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폐쇄된 가정에서 폐쇄된 지식만을 주입받은 사람들은 그래서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다. 자신의 사고 틀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면 그것을 거대한 음모 또는 이단자의 공격으로 치부하거나 신이 내린 시험으로 받아들인다.


저자의 가족들은 절대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데 그건 천사와 하나님이 그들 가족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가족은 한 차례 큰 차사고를 겪는다. 가족 모두가 죽을 뻔했고 엄마는 심각한 두뇌 손상을 입었다. 당연히 병원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살아났다. 가족은 몇 년 뒤 다시 한번 자동차 여행을 떠난다. 안전벨트는 여전히 매지 않은 채였다. 밖에는 산악 지방의 차가운 돌풍이 불고 있었다. 도로가 얼음으로 뒤덮였다. 작은 눈송이가 차창으로 달려와 부딪혔다. 아버지는 계속해서 속력을 높였다. "좀 더 천천히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엄마가 물었다. 아버지는 씩 웃으며 말했다. "우리 천사들이 날아서 따라오지 못할만큼 빨리 달리는 건 아니야."(p. 154)


아버지의 신앙은 점점 더 피해망상과 편집증으로 변해갔지만 자식들 모두가 그런건 아니었다. 죽음의 위기가 믿음에 균열을 냈고 그들을 다른 세상으로 이끌었다. 처음엔 오빠가, 그리고 그녀가. 타라 웨스트오버는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온다.


<배움의 발견>은 잘못된 신앙으로부터 탈출한 경험을 눈물로 쏟아내는 간증도, 분노에 차 폭로하는 비판서도 아니다. 타라 웨스트오버는 판단을 배제한 채 자신의 인생을 담담히 써 내려간다. 기억은 사실이 아니고, 언제나 미화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그녀의 슬프고도 아픈 기억들은 어딘가 모르게 숭고함이 느껴진다. 이런 책에 자기계발서 같은 제목을 붙인 출판사는 반성을 해야 한다.


인디애나의 산악지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초기 미대륙 개척민들의 수난기나 핵전쟁 이후 살아남은 인간들의 고군분투를 보는 것 같다. 폐차장에서 고물을 모으고, 약초로 오일을 만들고, 아프면 해가 들지 않는 지하실로 내려가 소파에 눕는다. 문장은 차분히 가라앉아 그녀의 기억을 소설처럼 펼쳐 보인다. 하지만 이 야이기들은 모두 소설이 아니다. <배움의 발견>은 진짜 같은 소설이 아니라, 소설 같은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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