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가소성 - 일생에 걸쳐 변하는 뇌와 신경계의 능력 DEEP & BASIC 시리즈 3
모헤브 코스탄디 지음, 조은영 옮김, 김경진 해제 / 김영사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체의 마지막 신비로 남아있는 뇌는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고작 몇 킬로그램에 불과한 주름 투성이 해면체에서 초정밀 반도체의 설계도부터 가슴을 두드리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는 사실은, 생각할수록 놀랍고 오묘하다. 지금 원고지 위에 쓰이는 이 글은 도대체 어디서 온 걸까? 뇌는 어떤 작용을 거쳐 생각을 만들고, 생각은 어떻게 말과 글로 표현되는 걸까?


<신경가소성>은 이 모든 활동이 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 그들의 콜레보로 인한 이온의 이동으로 생긴 전기 신호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 단순한 화학물질의 결합과 전기 신호가 어떻게 글, 그림, 언어 등으로 출력되는지는 아직까지 미스터리긴 하지만.


많은 사람이 우뇌형 인간과 좌뇌형 인간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좌뇌형은 수리, 추론, 언어에 능한 분석형 인간이고 우뇌형은 미술, 음악 등 예체능에 능한 감성적 인간이다. 이 이론은 우리가 특정 활동을 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가 다르다는 것을 알려준다. 신경전달물질과 전기 신호는 특정한 경로를 따라 뇌의 정해진 부분을 자극한다.


그런데 이런 동작 방식은 영원불변인걸까?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그러한 사실에 의심을 품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가 거듭될수록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유연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신경가소성'이란 신경의 변할 수 있는 성질을 의미한다. 특정 자극에 대한 신경전달 경로는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일체유심조라는 말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개념이 아주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마음을 달리 먹는 순간 만물을 통제할 수도 있다는 생각. 과학자들이 들으면 기가찰 말이지만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기엔 더할 나위 없이 파격적이다. 그래서 신경가소성은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외치는 성공을 향한 자기 암시나 생각의 힘을 양자물리학과 연결하는 온갖 의사 과학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신경가소성>은 이러한 생각을 경계한다. 이 책은 딱 증명된 만큼의 가소성을 설명한다. 뇌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에게 벌어지는 신경의 변화는 대격변이라 부를 정도로 놀라운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오른팔을 못 쓰게 된 사람이 갑자기 테니스를 친다거나 하는 정도로 유연한 건 아니라는 한계를 명백히 한다. 이 책은 조심스러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이토록 많은 발전을 이뤘음에도 여전히 우리가 뇌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이 책은 신경 과학의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글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다 분량도 적당하다. 뇌의 작동 방식과 가소성의 원리를 설명하는 개론서로는 더없이 훌륭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