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마크 해던 지음, 유은영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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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주인공은 열다섯 살 자폐 소년 크리스토퍼다. 그는 서번트증후군을 의심케 할 정도로 수학에 탁월하다. 최근엔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웃집 마당에서 그 집주인이 아끼던 푸들이 쇠고랑에 찔려 죽은 걸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크리스토퍼가 개의 죽음을 추적하는 미스터리와 이 소년에게 닥친 고난의 가정사가 두 축을 이룬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본 사람이라면 자폐아가 얼마나 유쾌한 코미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잘 알 것이다. 검프가 보여주는 순진함, 솔직함이 때로는 복잡한 인간사를 꿰뚫는 촌철살인의 유머가 되듯, 크리스토퍼의 행동에도 동일한 원리가 내재되어 있다.


이 소설의 화자가 자폐아로 설정된 이유는 명확하다. 인간의 복잡한 감정, 그러니까 체면, 인사치레, 행동을 변명하는 각종 수사 같은 걸 이해하지 못하는 소년이기에 그는 사태의 본질을 가장 명확히 바라볼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살면서 맞닥뜨리는 각종 문제에 우리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힌트가 된다. 예컨대 크리스토퍼의 아빠가 자신의 아내(크리스토퍼의 엄마)를 미워하는 이유는 그녀가 자식을 돌보는 일에 소홀했기 때문에, 그래서 엄마가 될 자격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이러한 사실을 발설한다. 어떤 장소에서든, 누가 있든,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내면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 설정이 주는 효과는 더 명백하다. 크리스토퍼는 어른들의 만류와 아빠의 강한 반대에서 불구하고 끝까지 강아지 살해범을 찾아나선다. 그 과정에서 오랫동안 감춰졌던 진실들이 밝혀지고 아주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기로에 선다. 자폐아가 보호자의 도움 없이 살던 동네를 떠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 용감한 소년은 최초이자, 최후가 될 수도 있는 발걸음을 내딛는다.


유쾌한 문체와 독창적 구성이 돋보이는 이 소설은 영국의 유명 영화사 워킹타이틀이 만드는 로맨틱 코미디 같기도 하고, 벌어지는 소동의 결로 보면 미국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을 떠올리게 하는데, 주인공이 내면의 성장을 이루고 풍지박산 났던 가족이 재결합한다는 면에서 그렇다. 두 부류의 영화를 감명 깊게 본 사람이라면 이 소설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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