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VS 80의 사회 - 상위 20퍼센트는 어떻게 불평등을 유지하는가
리처드 리브스 지음, 김승진 옮김 / 민음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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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은 자산, 교육, 조세 제도에서부터 양육, 건강, 일자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격차를 만들어낸다. 당연히 불평등은 고착될 수 밖에 없는데 서로 비슷한 계층끼리 어울리고, 결합하고, 재생산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사회의 불평등이 인생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기에 계급 추락을 막기위한 각종 제도를 만들어낸다. 그들은 그 제도를 창안하고, 실행하고, 유지할 지적, 금전적 능력이 충분한 사람들이다.


이런 불평등의 원인을 대부분 상위 1%의 슈퍼리치들에게서 찾지만 이 책의 저자는 상위 20%, 이른바 중상류층의 책임으로 돌린다. 슬라보예 지젝이 '봉급 부르주아'라고 지칭한 잘 나가는 중산층 말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성과급이 잘 나오는 대기업 맞벌이 부부, 연소득이 1.5억에서 2억 정도 되는(하이닉스에 다니는 지인은 최근 4년간 총 4억원의 저축을 했다고 한다. 내외는 사내 커플이고 역사상 최고의 반도체 호황을 같이 누렸다.), 서울시내에 대출을 낀 6~8억원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쯤 되겠다.


이들은 정치적 올바름에 민감하고 사회에 만연한 불의에 열을 올리지만 조세 상승에 격렬한 거부감을 느끼고 아파트 가격을 잡으려는 정부 정책을 증오하는 모순을 보인다. 이러한 모순이 발생하는 이유는 스스로 평가하는 계급과 객관적 계급 사이에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스스로 힘없는 근로자(서민), 높게 쳐도 중산층 정도로 생각하지만 2018년 기준으로 상위 10%가 훌쩍넘는 고소득자다(물론 자산을 기준으로 하면 다른 해석이 나올 수도 있다).


미디어나 정치권에서도 이 엘리트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유권자 층이 두터운데다 투표율도 높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자들은 격차의 원인을 저소득층의 게으름과 능력에서 찾고 진보주의자는 상위 1%의 탐욕에서 찾는다. 이 영리한 계급은 어디서도 선한 사람들로 남는다.


입시 시장에서 세단을 타고 달리는 금수저 리그를 해체하고, 저소득층 자녀의 급식 문제를 해결하고, 격차가 폭발하는 부동산 시장을 메꾸고 싶다면 우리의 월급에 부과되는 특별세와 늘어나는 소득세율을 감당할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돌아보면 중산층의 지지없는 사회변혁은 사실상 불가했다. 아니, 중산층의 맹렬한 지지만이 유일한 변혁의 열쇠였다.


이 책이 제기하는 다양한 문제들이 한국의 상황과는 다소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희생의 주역을 정의하는 방식에 대해선 적극 공감한다. 문제는 1%가 아니라 20%다. 희생은 그들의 몫이 아니라 우리의 몫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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