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계승자 - 김정은 평전
애나 파이필드 지음, 이기동 옮김 / 프리뷰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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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계승자>는 우리의 친구이자 적, '김정은'을 다룬다. 삼대째 권력 세습을 성공시킨 유일무이한 독재국가. 북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 존엄. 초고도비만으로 고생중인 삼십대 중반 남자의 이야기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김정은의 새로운 면모를 알게된다. 지금은 그토록 비대한 뚱보에 불과하지만 한때 이 사람은 열렬한 농구팬이었다. 보는것뿐만 아니라 하는 것도 즐겼던 행동파 덕후였다. 한때 Steam 유저들 사이에선 북조선에 찍혀 있는 유일한 빛(유저들의 지역 통계를 지도 위에 점으로 찍어 표시한다)이 우리의 김정은 동지라는 루머가 떠돌았다. 완전 낭설도 아닌게, 이 사람은 아주 어릴 때부터 플레이 스테이션을 가지고 놀며 수많은 게임 타이틀을 섭렵했다. 남조선의 30대 남자들이 향유했을 문화의 세례를 오히려 더, 강렬하게 받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전 세계는 기만과 과장으로 넘쳐나는 북조선발 메세지를 우습게 보거나 희화화한다. 인터넷에선 쌍안경을 거꾸로 들고 현장을 시찰하는 최고 위엄의 모습이 온갖 패러디로 유통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북조선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해왔다. 그들이 처음 핵탄두를 만들었을 때 전문가들은 탄두를 만드는 것과 그걸 미사일에 실어 대기권을 통과해 목표물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건 전적으로 다른 일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북조선이 미사일 발사에 실패할 때마다 자기 말을 되풀이하며 조롱하기 바빴다. 지금 북조선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끝마쳤다. 그것도 고정 발사대가 아닌 이동형 발사대에서.


북조선은 칼을 들고 광장을 배회하는 굶주리고 냄새나는 정신이상자가 아니다. 그들은 자기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갖고 올지 정확하게 계산하고 이용하는 플레이어다. 평화의 분위기를 즐기다가도 종종 미사일 발사로 분위기를 깨는 것도 조울증 환자의 감정기복이 아니라 우리에게 협상할 패가 완벽히 갖춰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쳐다. 서구의 협상가들은 항상 그들을 과소평가해왔기 때문에 테이블에 앉은 김정은의 말과 행동이 모두 블러핑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이 뚱보가 열심히 판돈을 키울 때 '레이스' 를 외치며 따라간다. 스트레이트 플러시라고 우기는 오픈 카드가 사실은 똥패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김정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카드를 한 장 더 오픈해 상대방을 혼돈과 공포로 몰아넣는 것이다.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선 상대방의 역량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마지막 계승자>는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이 이 삼십대 뚱보의 삶을 객관적으로 분석한다. 남조선 사람들에겐 아직 논란이 많은 사건을 단정짓는 대목은 몇군데 있지만 북한의 사정을 가장 오랫동안,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라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그 어떤 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북한 권력층 내부의 사정이 낱낱히 드러난다.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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