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돈의 역사 1
홍춘욱 지음 / 로크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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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역사>는 세상만사가 결국 돈의 문제라는 결론을 지지한다. 인간의 역사는 돈의 역사다. 돈의 흐름에 따라 국가의 흥망성쇠가 정해졌다. 과거 역사책에 국가의 패망 원인으로 단골처럼 등장했던 '무리한 토목공사' 라는 말이 기억나는가? 이는 무리한 노역으로 백성들의 생업이 무너지고 그로 인해 거두어들일 조세가 줄어들었으며 이는 국가 재정에 악영향을 끼쳐 통치력을 상실, 반란 또는 외세의 침략으로 멸망했음을 함축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저자는 돈의 힘이 더 강력해진 근대의 여명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항해시대의 선두주자로 전세계 은 유통량의 상당량을 차지했던 초강대국 스페인은 왜 보잘것 없는 영국에 패권을 넘겨줄 수 밖에 없었을까? 로마 이후 처음으로 유럽을 제패할 것처럼 보였던 나폴레옹의 프랑스는 또 어떻고?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산업혁명을 일으킨 영국은 현대 금융서비스의 선두주자 이기도 하다. 산업과 금융은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이어져 있다. 부국강병의 길은 결국 축재의 길과 같은 것이다. 비록 현대에 이르러 금융에 방점을 찍은 영국이 산업을 등에 업은 독일에 밀리긴 하지만 큰 그림의 측면에서 그냥 넘어가주자.


이후 이야기는 미국 대공황과 플라자 합의 한국의 IMF 구제금융으로 이어가며 국지적 경제 현상을 통해 거시적 경제 원리를 설명하려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금본위제와 스태그플레이션, 그 유명한 일본의 자산 버블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이 단어들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불편했던 사람들이라면 이번 기회를 통해 공부해보기 바란다. 각 장의 끝에는 깨알같이 그 장의 내용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을 담았다. 보통 사람들에게 최대한 쉽게 경제 이야기를 전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가독성이다. 읽기가 쉬울 뿐만 아니라 내용이 잘게 쪼개져 있어 책만 들면 참새 머리처럼 쉴새 없이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사람에겐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은 필연적으로 깊이의 부족과 산만함으로 이어진다. 얼핏보면 거시적 관점에서 돈의 역사를 주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특정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도약하다보니 생각보다 부드럽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각 장이 단편적이고, 가끔은 말을 하다 만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모든 경제 문제를 통화공급의 문제로 환원시킨다는 점이다. 복잡한 인간 세상의 돈 문제가 그처럼 단칼에 설명이 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다양한 이론들이 치열한 갑론을박을 벌이는 각축장이다. 저자는 자신의 이론과 반대에 선 이야기를 절대로 꺼내지 않는다. 특히 1997년 이후의 한국을 설명하는 부분에선 상당히 편파적이다. 이 책이 정말 보통 사람들을 위한 경제 입문서를 지향한다면 이러한 차별은 지양했어야 옳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을 초심자에게 권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무엇보다 균형잡힌 시각을 갖길 원한다면 다른 책들을 대안으로 삼는 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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