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예측 - 세계 석학 8인에게 인류의 미래를 묻다
유발 하라리 외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정현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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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그나마 의미있는 평가는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의 괜찮은 요약본' 일 것이다. 책에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석학들과의 대담이 담겨 있지만 유발 하라리에게 배정된 분량이 제일 많다. '초예측'이라는 거시적 명제에 가장 어울리는 대담을 보여준 것도 그가 거의 유일하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출판사의 의도된 책략때문에 발생한 오류다. 애초에 이 책은 편집자에 의해 끼워 맞춰진 책이다. 일본의 한 저널리스트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식인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초예측'이라는 의도에 짜집기 했으니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저널리스트는 인류의 미래나 한국의 미래가 아니라 일본의 안녕을 위해 인터뷰를 기획했다. 그의 의도로 보면 유발 하라리나 제러드 다이아몬드 같은 거시적 질문에서 시작해 윌리엄 페리 같은 정치, 지정학적 문제로(북핵 문제가 일본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흐르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역시 '초예측'이란 관점에선 뭔가 어색한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한국과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출판사가 이 대범한 기획을 엄두나 낼 수 있었을까? 아무튼 유발 하라리의 책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한 건 유익했으나 그 이후로는 영 별로였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건 역시 이런 문제점이 있다. 꼼꼼히 따지기 보단 매대에 놓인 책의 위치와 겉모양의 번지르르함에 눈을 뺏기게 된다.


그건 그렇고 사람들은 왜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할까? 예측 하면 대비를 할 수 있고 대비 하면 이득을 얻거나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뿐만아니라 '나만 알고 있는 비밀'이란 어딘지 모르게 심리적, 지적 우월감을 자아낸다. 음모설 광신자들이 거기에 빠져드는 이유도 비슷하다. 예측에는 아이러니가 있어서 모든 사람이 그 내용을 100% 신뢰하고 대비하면 오히려 예측이 어긋나는 결과가 발생한다. 예컨대 내일 갑작스런 비가 내려 전국민이 젖을 것이라는 예언이 공개되면 많은 사람들이 우산을 챙길 것이고 따라서 '전국민이 젖을 것' 이라는 예언은 틀린 것이 되버리고 만다. 그래서 예측은 소수만 알고 있어야 의미가 있다. 독서라는, 이제는 매우 희귀한 행위를 통해 '초예측' 을 읽는데에는 아마도 이런 이유도 얽혀 있을 것이다.


기획 의도에 맞게 꽉 짜인 책은 아니지만 등장하는 면면이 나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사상가를 소개받는다는 측면에선 나름 유익한 면이 있고, 특히 그들의 책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선 의미있는 확장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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