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에 이어 2권을 읽어줬다. 2권이 마지막이 아니라 향후 시리즈로 계속 나올것 같다. 교보에서 1권으로 홍보차원에서 거의 무료로 지급을 한건 매우 잘했다는 생각이다. 1권을 읽게 된다면 2권을 읽을 확률이 비교적 높아보인다. 그만큼 책이 괜찮다는 얘기다.작가가 나름 로마사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감수자도 있고 로마의 역사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편이라 읽기도 수월하고 만화체도 나쁘지 않아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스타일이다. 계속 이런 스타일로 책을 낸다면 베스트셀러의 예감이 든다. 나만 하더라도 당장 종이책을 사서 애들에게 읽히려는 마음이다.1권은 로마의 탄생부터 일곱 왕의 시대를 거쳐 새로운 정치 체제가 들어서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진다. 로마라는 체제가 결코 저절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실용 정신과 개방성을 바탕으로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희생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알게 된다.2권은 1권 다음으로 왕정이 무너지고 공화정이 자리잡는 시기를 그린다. 쫓겨난 왕은 군대를 이끌고 왕위 회북을 위한 마지막 역습을 감행하고 갈리아 족은 강력한 군대를 이끌고 로마로 진격해 로마를 유린하고 로마는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다시 일어선다.그 시기 귀족들의 폭정을 견디지 못하고 들고일어난 로마의 평민들은 로마를 나와 모스사케르 산으로 들어가 버린다. 군대에 싸울 병사가 한 명도 남아 있지 상황. 허망하게 무너질 위기를 맞은 로마의 운명이 시시각각으로 급박하게 굴러가는 모습을 세밀하게 그렸다.3권은 한니발이 등장할 것 같은데, 기다려진다. 오랜만에 좋은 역사관련 만화가 나왔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책 말미에 나오는 텍스트들도 통독을 하게되면 로마의 역사지식 함양에 많은 도움이 될것이다.
노벨상 작가들의 소설들은 정작 잘 읽게 되지 않는다. 이유가 딱히 없지만, 아무래도 흥미도가 떨어져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도리스 레싱도 십여년전 노벨상을 수상한건 알았지만, 관심이 가지 않았다. 나름 철학적이고 어려운 소설이겠거니 했는데 책을 보고 나서 그런 생각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훨훨 날라갔다.이렇게 흥미롭고 재미있게 쓰시는 할머니라니, 매우 깜놀했다. 사실적이면서 건조한 문체도 무척 마음에 들었고 소재를 다루는 작가의 솜씨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흡입력이 매우 강한 소설이었다.200 페이지 남짓한 짧은 분량도 그렇지만 지루하지 않고, 어려운 편의 소설도 아니라 하루 반나절이면 너끈히 읽어낼만한 소설이다. 그저 평범한 두 남녀가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꿈꾸고 많은 아이들을 낳게 되면서 겪는 어려움, 그리고 남들과 전혀 다른 다섯째 아이 벤을 낳는 부분에서 오멘의 데미안이 떠오르는 오컬트적인 분위기도 느꼈다.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결말을 뚜렷하게 정한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는 특이한 아이들이 있을 수 있고, 장차 이런 아이들이 어쩌면 사이코패스 내지 소시오패스로 성장할 개연성이 있다는 언급도 흥미로웠다.스웨덴 한림원에서는 ˝ 다섯째 아이는 가족을 향한 억압되고 부정된 여성의 공격성을 이어받은 괴물 같은 어린 소년의 이야기를 완성도 있게 그린 심리 스릴러이다˝라고 밝혔는데 짧은 문장에 이 소설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것 같다.일단 재미있는 소설이고, 글을 쓰고자 결혼 생활을 포기했을 정도로 문학을 사랑하는 작가이니 만큼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완성도 높은 소설을 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리스 레싱의 다른 소설들도 몹시 궁금해진다.
제목 그대로이다. 과학적으로 입증도 못 할거면서 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걸까? 주된 이유는 단 한 가지로 보인다. 아직 자기만의 주체적인 사고가 불분명한 아이들에게 지적설계론을 학습과정으로 도입하려고 하는 종교인들의 어처구니 없는 시도에 기인한거다.지적설계론은 종교적인 근본주의자들이 창조론을 지지하기 위해 그들이 만들어낸 이론이다. 예를 들어 눈 같이 정말 복잡 미묘한 신체의 일부분은 누군가 절대자가 만들지 않았다면 절대 진화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리처드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에서 논리적으로 날려버린 이론인데,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시계를 발견한다면 이 복잡한 시계는 누군가 만든거고, 따라서 사람은 결국 하느님이 만들었다 이런 말이다.입증할 수 없기 때문에 절대자가 존재한다는게 믿겨지는가? 놀랍게도 서구사회 그리고 유난히 기독교인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도 창조론이 대중에게 먹혀들어가는 이론이다. 종교를 비난하고 싶거나 그렇지는 않지만 종교가 과학이라는건 도대체 납득할 수 없다.알 수 없는 모든 일들이 신의 섭리로 이뤄졌다면, 그렇게 무수히 많은 부조리한 일들도 모두 신의 섭리라는 말인가? 내세를 꿈꾸며 천당에서 호위호식 하고자 폭탄을 두르고 남을 해치는 이슬람도 결국 신의 뜻이라는 이야기인가 말이다.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종교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많은건 그렇다고 쳐도 종교가 모든 생활의 규범이 되서는 정말 곤란하다. 중세 암흑의 시절과 이슬람이 뭔 차이가 있단 말인가? 이제야 암흑의 터널을 벗어나 인간답게 살아보고자 하는 이 상황에서도 종교 근본주의를 내세우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라니....그저 안구에 습기가 찰 노릇이다.이 책은 지적설계론을 교과과정에 도입하고자 하는 일련의 흐름에 대응해서 왜 인간 심성의 영역을 넘어선 과학이 되려하는지, 숨겨진 의도가 무엇인지, 어떻게 과학이 될 수 없는지에 대해 16명의 대표적인 진화론자들의 칼럼을 모아서 출간한 모음집이다.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거등 이 시대의 지성들이 명쾌한 논리로 조목 조목 그들의 말도 안되는 주장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을 읽게되면 일종의 청량감과 통렴함도 느낄 수 있는 시원한 책이다.
채사장이라는 작가는 책으로 만나기 전에 지대넓얕이라는 팟캐스트에서 접해봤다. 아주 넓은 주제에 대해서 토론하는 형식으로 방송은 진행되는데 채사장은 사회자 및 토론의 정리를 아울러서 담당하고 있다.사실 방송에서의 목소리는 조금 가볍기도 하고 살짝 깐족거리는 스타일이지만 하나의 토픽에 대해 깔끔하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꽤 능력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그가 책을 냈고 작년에 지대넓얕 현실편을 보며 그의 능력에 감탄했다.이렇게 심오한 주제를 깔끔하고 알기 쉽게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작가는 살짝 그의 방대한 독서량에 대해 언급을 하는데 책을 읽는것과 정리하는건 또 다른 문제이기에 그는 상당히 논리적이로 소위 말하는 문과적인 재능을 타고 난 부분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당연히 서점가의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2편격인 현실너머는 1년이 지나 지금 읽게됐다. 총 5개의 주제를 다룬다.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라는 꼭지인데 철학이라는 주제의 니체 한명만 다뤄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텐데 단 몇 장으로 깔끔하게 압축을 했다. 물론 깊이있게 연구하시는 분들은 뭐라할 수 있겠지만 그건 깊이 있는 연구자들이 노력하면 될 일이고....역시나 정리 능력에서 발군의 스킬을 보여준다. 절대주의와 상대주의, 회의주의 세 가지 키워드로 모든 주제들을 정리해나가는 솜씨에 혀를 내둘렀다. 솔직히 부럽기도 하고 따라하기도 하고 싶지만 이 정도의 능력은 쉽게 가지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책을 통해 나아가는 또 하나의 길을 발견한 느낌이다. 채사장님의 미래에 큰 기대를 걸며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
문학 작품들중 가장 어프로치하기 쉽지 않고 또 해봤자 잘 모르겠는 분야가 시다. 흔히들 문학중 시에서 단편, 장편소설 순서로 쓰기 쉽다고 한다. 시는 문학인들 사이에서도 문학적인 재능이 있어야지 쓰는 장르라고 하던데 난 잘 모르겠다.아직 시를 읽고 큰 감흥을 느껴보거나 가슴에 와닿는 순간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시인이 시인에 대해 쓴 평전이다. 작가는 안도현 시인으로 이분도 우연치 않게 아는분이다. 물론 연탄재 발로 차지마라 그 시만 알고 있지만, 백석 시인이야 워낙 유명하신분이니 말할것도 없고 지금 책상에 받침판으로 쓰는 고무판에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시가 적혀있다.시인이 썼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사료에 입각해서 상당히 사실적으로 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시중에 백석평전이 여러권 나왔지만 아무래도 이 책이 가장 인정받는 평전이 아닐까 싶다. 안도현 시인은 평생의 시인으로 백석을 흠모해 왔으며 그의 생애를 존경 어린 마음으로 조명했기에 이 책이 가지는 가치는 더 높아보인다.평전 중간 중간에 백석의 시가 지문으로 들어가 있어, 그의 생애와 시를 동시에 맛보는 즐거움도 매력적이다. 백석이 태어난 시기나 유년시기는 별로 다루지 않았고 백석이 어떤 계기로 시를 쓰게 되었는지, 그가 일본에서 유학하며 습작할 때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등 유년의 시절부터 장학생으로 떠난 일본 생활등을 다뤘고, 그의 애정과 사랑도 들어가 있어 한 사람의 생애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특히 삼청각을 운영하고 법정스님에게 길상사를 기부했던 김영한과의 사랑도 매우 잘 기술되어있다. 그녀와 백석의 사랑은 평생 서로 간직한듯 싶다. 함흥에서 만났던 사이었을줄이야... 평전을 읽는 즐거움을 가져다 주기도 하고, 체제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 그리고 백석 시인의 아름다운 시를 즐길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