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사소한 건강 법칙 - 아픈 사람은 무시하고 건강한 사람은 따르는
김영철 지음 / 가나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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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샘을 이용해 골라서 읽어준 전자책이다. 매월 패키지 포함 세 권의 책을 초이스할 수 있는데 가급적 신간 위주로 선택한다. 분야는 딱히 가리지 않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될 수 있으면 건강에 관련한 책은 가급적 골라보려고 한다. 이 책도 가볍게 읽기 좋을것 같아 선택했는데 딱 예상치에 부합하는 건강교양서였다.


저자는 현직 의사로 서대문에서 23년째 환자들인료하고 있는 삼성제일 클리닉의 대표원장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고혈압, 당뇨 치료 양호 기관 선정된 병원이니만큼 일반적인 증상을 위주로 다양한 사람들을 진단하고 있는 경험을 가진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도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흔하게 볼 수 있는 질병을 중심으로 쉽게 각종 질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보화 시대에 진입함에 따라 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자신의 사소한 건강 이상을 감지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병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검색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보의 과잉화로 인한 부정확한 낭설등 부작용도 낳고 있는데 이 책은 이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대표적인 병증 42가지에 대한 정확한 증세와 원인,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치료 방법과 약물명을 폭 넓게 담고있다.


고지혈증과 고혈압약 처방을 위해 근처 내과를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아울러 감마지티피가 높은편인지라 혈액으로 꾸준히 추적관찰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금주를 먼저해야된다는건 알고 있지만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차선책으로 병원을 자주 찾고 있는편인데 저자도 이 점을 강조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의사 보는 것을 적금을 붓듯 생각해야 합니다. 특별히 아픈 곳도 없다고 해도 정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하고 상태를 진료받고 그에 맞는 약을 처방받아 제때 복용하는 것. 이것은 식이조절이나 운동보다 무조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울러 실제 병원 현장에서는 제때 병원에 와 진료를 받고 약을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질병을 다스리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하지 않아 건강을 악화시키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특히 젊은 나이에 고혈압이나 당뇨 등 기저질환을 판정받는 사람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한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술을 끊지 못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반성하며 나름 열심히 읽어줬다. 일단 몸에 좋다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만으로 완쾌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병원을 자주 찾으라는 저자의 조언에 감사를 드리며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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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스 이코노미 - 아웃풋이 아닌 프로세스를 파는 새로운 가치 전략
오바라 가즈히로 지음, 이정미 옮김, 김용섭 해제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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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며 원론적으로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실제로 노력이나 과정은 거의 알아주지 않고 오로지 결과만으로 평가하는 세상에 살아왔다. 과정을 계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렵기에 그나마 공정하다는 판단하에 결과 중심의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그런 믿음이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다.


이 책은 이제 과정이 가치를 만드는 세상이 왔다고 선언한다. 책의 제목인 '프로세스 이코노미'란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을 고객들과 공유하면서 오리지널 가치를 창출해내는 새로운 프레임을 말한다. 머리말을 통해서 좀더 미시적으로 접근해보자면,


"사람도 물건도 쉽게 묻혀버리는 세상에서는 완성품이 아닌 과정을 판매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프로세스 이코노미다. 프로세스는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다. 고유한 가치관을 끝까지 쫓아가는 모습이나 난관을 극복하여 마침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드라마와 같은 스토리는 오직 그 순간에만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프로세스 이코노미'라는 강력한 무기가 필요하다." - 머리말에서


과거에는 제품의 품질가 가격이 좋다면 많이 팔리는 시대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리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아도 비슷한 품질에 더 저렴한 가격의 후발주자들이 발 빠르게 따라잡는다. 이른바 수 많은 패스트팔로워들이 혁신기업의 가치를 잠식했기 때문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질 좋은 상품을 만들어야된다는 명제는 상당히 곤혹스럽게 만든다.

"유니클로의 3만 원대 청바지와 리바이스의 10만 원대 청바지는 얼마나 다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둘은 질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비슷한 품질의 옷이라 할지라도 제품에 관한 프로세스와 그에 얽힌 스토리가 격차를 벌린다. 아웃풋의 차이가 점차 사라지면서 이제 가치는 프로세스에서 나오는 세상이 온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프로세스 이코노미는 바로 완성품이 아닌 과정(프로세스)을 파는 전략을 뜻한다. 고유한 가치관을 끝까지 쫓는 모습이나 난관을 극복하여 마침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드라마 같은 스토리 등 오직 그 순간에만 마주할 수 있는 과정에서 독창적인 가치와 비즈니스 기회를 지켜나갈 수 있다.


팔리는 물건들의 프로세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많은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하고 있다. 한국어판에서 트랜드 분석 전문가인 김용섭 작가가 다음과 같이 여러가지 한국의 사례를 들어가며 해제를 풀어나간다. 소개글을 통해서 좀더 자세하게 알아보자면,


- 중소기획사 출신의 BTS는 어떻게 세계를 석권하는 글로벌 아이돌이 되었을까? (149~151쪽)
프로세스를 공유하면서 BTS와 팬들은 함께 삶을 걸어가는 동반자가 된다. BTS는 자신의 ‘왜’가 담긴 노랫말들로 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에 스며든다. 팬클럽 아미(ARMY)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전 세계의 주요 도시에 BTS의 광고를 내걸어 아티스트와 그들의 음악을 자발적으로 홍보한다.

- 샤오미는 어떻게 삼성과 애플 사이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을까? (156~159쪽)
샤오미는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스마트폰이 뭔지 고민한 끝에 하드웨어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런 다음, 제작 과정을 자신의 팬들인 ‘미팬(Mi Fan)’의 커뮤니티에 공개하고 사용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품에 반영하여, 발매 전부터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후발주자의 입지를 다졌다.

- 70년 전통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는 어떻게 1020세대의 pick이 되었을까? (237~238쪽)
곰표 밀가루로 유명한 대한제분은 1952년에 설립된 회사이다. 요즘의 1020세대는 70년 전통의 곰표 밀가루를 사본 적은 없어도 곰표 맥주는 자주 마시고, 곰표 캐릭터가 그려진 굿즈들을 앞다투어 구매한다. 곰표 캐릭터를 앞세워 밀가루 브랜드로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구현한 예라고 할 수 있다.

- 트로트는 어떻게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을까? (239~240쪽)
한국에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히트하며 트로트 열풍이 분 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의 팬덤이 비약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구시대의 산물이었던 트로트가 프로세스 이코노미에 힘입어 부활하면서 1020세대 트로트 가수와 1020세대 트로트 팬들도 탄생시켰다.


얼마전 끝난 대선의 과정을 보면 사람들은 프로세스를 공유하면서 자신과는 전혀 다른 정치적 관점이나 사상을 지닌 사람과도 친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과정을 함께하는 동안 서로를 동료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프로세스 이코니노미는 바로 이러한 공감 매커니즘에 기인한다. 이 책을 통해 이제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도 중요함을 깨달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보자.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해드린다. 특히 기업의 마케터들이 읽어본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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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블루 머더 - 레이코 형사 시리즈 06 레이코 형사 시리즈 6
혼다 데쓰야 지음, 이로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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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인 혼다 데쓰야의 레이코 형사 시리즈 여섯번째 이야기다. ​젊은 나이에 살인범 수사계의 경위로 활약하는 미녀 경찰 레이코의 활약이 다뤄진다. 네번째 작품인 [인비저블 레인] 사건 이후, 경시청에서 이케부쿠로 서로 근무지를 옮긴 레이코가 블루 머더라 불리는 연쇄살인범을 쫓게 된다는 내용이다.

다섯번째 작품인 [감염유희]는 레이코 시리즈의 외전격으로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 플롯인데 꽤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시리즈의 여섯번째인 [블루 머더]도 레이코 형사가 완전 중심에 서지 않지만 무간도필이 나는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소설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파란색 가면을 쓰고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일명 블루머더는 공포의 대상이다. 특히 어두운 세계의 인간들에게 두려움의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야쿠자, 폭주족 OB, 중국계 마피아 등 각종 악인들을 살인의 표적으로 삼기 때문이다. 조그만 흉기를 이용해 사람을 그야말로 박살내는 살인범의 범죄 현장은 잔혹하기 그지 없다.


나쁜놈을 죽이는 살인범이라는 소재는 종종 영화나 소설에서 다뤄지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전직 경찰의 이야기가 덮혀져 좀더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각 등장인물들의 시각에서 동시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마지막에 하나로 정리되며 마무리를 짓는다. 무대가 경시청에서 이케부쿠로서로 옮겨졌기 때문에 전작까지의 멤버가 등장하지 않지만 주요 인물인 키쿠타, 간테쓰 등은 여전히 등장한다.

이제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인덱스]를 클리어하면 드라마를 시청할 생각이다. 2010년 가을, 레이코 형사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 [스트로베리 나이트]가 후지TV에서 스페셜 드라마로 방영된 이래, 2012년 봄에는 [소울 케이지], [시머트리], [감염유희]가 연속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평균 15%대의 시청률로 대박을 쳤다고 한다. 윌라오디오북의 완성도도 높은편인지라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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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미술관 - 양정무의 미술 에세이
양정무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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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부터 미술에 관심이 생겨(물론 직접 그리는게 아니라 감상차원으로...) 관련서적들을 이것 저것 찾아서 읽어주고 있다. 작년 하반기때는 조금 뜸했는데 올 상반기에는 그동안 구입했던 책들을 꾸준하게 읽어볼 계획이다. 저자인 양정무 교소의 미술이야기 1권은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나머지 시리즈도 모두 구입해놓은만큼 차근차근 클리어하려고 한다.


이 책은 양정무 교수의 최근작 미술에세이다. 저자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로 재직중이며, 다양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미술사를 풀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어서 지금도 여러 단체와 기관에서 강의 요청이 끊이지 않는 인기 강사다. 아울러 쉽게 미술을 풀어내는 글솜씨도 상당한편인지라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그의 책을 꼭 접해보시길 권해드린다.


저자는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한만큼 인류 문명사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미술사학자로 미술사를 대중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 책은 양정무 교수가 오랫동안 미술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고민해오던 문제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쉽게 풀어냈다.


미술관을 방문할때마다 느끼던 무게감이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이는 초상화의 무표정성에 대해 언젠가는 본격적인 글을 써보겠다는 다짐이 한 편의 책으로 엮여졌다. 이 밖에도 미술관과 시민사회와의 함수관계, 화려한 미술속에 담긴 질병의 그림자 등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묵직한 주제들에 대해 좀더 가벼운 터치의 필치감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소개글을 통해서 각 장의 주요한 내용을 살펴보자면,


"사람들은 흔히 미술이라고 하면 고상하고 우아하며 품위 있는 세계에 속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전미술의 경우 특히 그렇다. 현대미술은 전위적인 성격을 띤 경우가 많아 고전미술처럼 고상한 어떤 것이라고 여기진 않지만 우리 현실이나 일상과는 동떨어진 세계로 인식한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다. 이 책의 저자 양정무는 그러한 우리의 관성적인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1장 고전은 없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고전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사실상 고전은 허상임을 꼬집으며 첫 물꼬를 트는 것이다. 이어서 미술교육 과정에서 흔히 접했던 아그리파 등의 석고상을 언급하면서 고전미술이 교육을 통해 우리의 미감을 형성하게 된 과정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그리고 석고상 그리기(데생)라는 특정한 방식의 훈련이 어째서 미술교육의 기본이 되었는지를 역사적으로 추적하면서 결국 특정 시기(기원전 6~4세기), 특정 지역(그리스)의 미술이 서구에서 수천년 동안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어온 과정을 살핀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고대 그리스 조각을 복제한 로마의 석고상이 그리스의 작품으로 잘못 오해되면서 순백색의 대리석 조각이 이상화되는 과정은 곧 백인종의 우수성에 대한 근거로 작용했고, 이상적 아름다움의 결정체로 여겨지는 그리스 조각은 군국주의적이고 남성중심적인 문화 속에서 탄생한 것이었음이 흥미진진한 서술을 통해 차례로 드러난다.


저자는 아름다운 미술에 어두운 그늘이 있음을 폭로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미의 기준이 구축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이 미에 대해 품고 있는 생각을 재검토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사람들이 미술을 어렵고 심각한 것으로 생각하는 데에는 미술관의 분위기도 한몫한다. 심각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관람객들을 내려다보는 초상화들 앞에 서면 절로 경직되고 위축되기 마련이다. 저자는 왜 초상화에는 웃는 얼굴이 드물까? 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미술과 웃음의 관계에 대해 추적하다가 결국 각 시대와 문명을 대표하는 표정을 탐구하는 작업으로 나아가게 되었고, 이 내용이 2장 문명의 표정에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표정을 통해 문명의 성격을 포착하는 이러한 시도는 굉장히 참신한 한편으로 독자들의 정서에 직관적으로 와닿는다. 이 장에 펼쳐져 있는 다양한 얼굴들과 그 표정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고대-중세-르네상스-근대-현대의 시대정신이 가늠될 정도로 표정이 환기하는 정서와 사유가 풍성하다. 한편 인간은 시대에 포섭된 존재이기도 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어떤 시대를 특정 시대정신으로 규정하고 나면 꼭 그 틈을 미끄러져나가는 존재들이 있고, 이는 미술에서 더욱 선명하게 포착된다. 저자는 신을 중심으로 세계의 의미가 규정되었던 중세에도 인간 본연의 생명력을 뿜어내는 얼굴들이 있었음을 놓치지 않음으로써 ‘예술을 낳는 것이 사회인가, 개인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진지한 재고찰로 독자를 이끈다.

인간은 미술에 자신의 모습을 담는 한편 미술을 위한 집을 만들어주기도 했는데, 바로 미술관과 박물관이다. 3장 반전의 박물관에서는 박물관을 둘러싼 격동의 역사가 펼쳐진다. 오늘날의 박물관은 고상한 지식의 성채 또는 편안한 휴식의 공간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박물관이 걸어온 길에는 제국주의의 침탈의 역사와 통치의 정당성을 마련하려 했던 국가권력의 욕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는 비단 과거의 일만은 아니다. 프랑스, 영국, 미국, 독일 등 많은 나라들이 여전히 박물관을 통해 국가권력의 통치를 정당화하고, 국가권력이 내세우고 싶은 이미지를 시각화하는 데 박물관을 활용한다. 건축을 통해 드러나는 국가 간의 미묘한 경쟁심, 계층 간의 갈등은 박물관 역시 그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점을 선명히 드러낸다. 팬데믹 시대로 인해 해외여행이 거의 불가능해진 요즘,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전세계의 다양한 박물관들을 그 반전의 역사와 함께 생생하게 체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예상보다 훨씬 더 장기화되어가고 있다. 저자는 4장 미술과 팬데믹의 서두를 열면서 예전에 역사책을 읽으며 접한 흑사병, 스페인독감 등은 그리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는데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을 겪으면서 미술 속의 질병과 죽음을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코로나19가 우리 생활을 변화시킨 것처럼 백신 등의 의료기술이 턱없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감염병이 당시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위협하는 일이었고, 그로 인한 변화가 미술 속에서도 당연히 나타났다. 르네상스시대에 발발한 흑사병은 사람들의 일상뿐 아니라 사후세계에 대한 관념을 뒤바꿔놓았고, 종교적 실천의 양상 및 경제활동까지도 새롭게 규정했다.


양정무는 흑사병을 둘러싸고 벌어진 미술의 변화를 당시의 사회경제적 맥락 속에서 파악하는 한편, 사람들의 의식 속에 파고든 질병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어떻게 미술의 존재양식을 바꿔놓았는지 설명함으로써 미술사라는 학문이 시대와 미술을 사유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미술은 부유한 사람들이 시각적 사치를 누리기 위해 만들어낸 것만이 아니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내세의 구원을 빌기 위해 활용한 것이 미술이었고, 필설로 담지 못할 죽음과 질병에 대한 공포를 표현할 수단이 미술이었다. 이처럼 특정 미술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미술을 만들어낸 이뿐만 아니라 그 미술을 사용한 사람들의 심리와 사고방식, 당대의 세계관과 종교적 실천, 사회경제적 조건 등을 두루 살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사를 ‘인문학의 꽃’이라 부르는 것이며, 이 책은 이러한 미술사의 진면목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입체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양정무의 친절한 서술과 풍성한 도판을 따라가다보면 미술의 눈으로 인류와 역사를 바라볼 때 인식과 감성의 지평이 넓어짐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미덕은 어떻게 보면 난해할 수 있는 미술에 관한 주제와 함의를 재미있고 쉽게 풀어낸다는점이다. 초상화의 무표정성부터 코로나 19까지 사소한 궁금증과 팬데믹으로 온 세상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현상황까지 미술과 함께 역사를 알아 볼 수 있는 교양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미술에 별 관심이 없더라도 일독을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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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무덤 - 역사를 뒤집을 고고학 최대의 발견
찰스 펠리그리노 외 지음, 강주헌 옮김 / 예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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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다빈치코드]의 모태가 되는 [잃어버린 성배]라는 책을 읽었다. 사실 상당히 오래전에 구입한 책인데 벽돌책에 가깝기도 하지만 왠지 아껴놓고 싶은 생각에 고이 모셔놨다가 꺼내들었는데 다시금 인간으로서의 예수에 대한 역사적인 고찰에 대한 관심이 샘솟기 시작했다.


이 책도 역시 오래 전 구입했던책인데 순차적으로 읽어줬다. 예수가 위대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가 신의 아들이니 정말 육신이 사라지고 부활해서 하늘로 올라갔더던지 그런 영적인 지점에 대해서는 수긍하기 어렵다. 유대인이지만 인류의 메시아로 그가 신성시된건 이후 기독교가 융성해지며 점차 신성화가 강화되었을것이라는게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합리적인 추정이 아닐까 싶다.


[예수의 무덤]은 바로 인간으로서의 예수가 가족과 함께 묻힌걸로 추정되는 무덤으로 시작해 과학적인 기법을 동원해 추정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막달라 마리아가 그의 아내였다면? 그리고 예수의 아들이 있었다면?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이지만 아직도 서양을 지배하고 있는 주류인 기독교인들에게는 사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울것이다.


이 책은 무덤의 발견과 함께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에 참여해 다큐멘터리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수록했다. 소개글을 통해서 개요를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1980년 예루살렘 탈피오트에서 1세기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이 발견되었다. 발굴에 나선 고고학자들은 무덤에서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 새겨진 유골함을 발굴하였다. '마리아' '마태' '유다' '요셉의 아들, 예수'라는 유골함이 발견되었지만, 어떤 복음서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마리암네'라는 유골함과 '예수의 아들, 유다'라는 유골함으로 인해 고고학자들은 이 무덤이 예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25년이 흐른 뒤, 심차 자코보비치는 골동품 시장에서 나온 '요셉의 아들, 예수의 동생, 야고보'라고 새겨진 유골함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탈피오트의 무덤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다. 이 사건에 매달린 그는「도마복음」「빌립행전」「마리아복음」등의 외전에서 언급한 '마리암네'가 막달라 마리아라는 사실을 밝혀 내었다. 그리고 탈피오트의 무덤이 예수와 그 가족의 무덤이라는 것을 입증하였다.

<예수의 무덤>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제작하여 전 세계적으로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예수에 관련된 고고학적 유물을 발굴하는 3년 동안의 과정을 치밀하게 기록하고, 다큐멘터리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깊이 있는 내용을 제공한다. 저자들은 2,000년 가까이 은폐되고 훼손된 기독교 역사의 조각과 파편들을 고고학과 과학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복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1세기경 초기 기독교의 모습은 물론, 성서의 유령으로 떠돌 수밖에 없었던 유대-기독교인의 삶도 그 윤곽을 드러내었다. 로마의 잔혹한 직계 후손 사냥에 대한 조치로 숨겨졌던, 그리고 예수의 신성성에 집착하던 교부들에 의해 위조되었던 예수의 인간적인 삶을 재조명하고 있다."


결과론적으로 다큐 제작진이 예수의 무덤으로 추정한 유물은 고고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설령 무덤에 예수가 묻히지 않았을지라도 이런 시도는 상당히 흥미롭다고 할것이다. 아쉽게도 아직 한국에서 관련 다큐는 방송된것 같지 않지만, 이어서 다른 관련 서적들도 계속 읽어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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