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라면 어떻게 할까의 세트에서 두번째 책이다. 첫권은 니체라면 어떻게 했을까 였는데, 니체와 큰 상관성이 없는 책이었다. 둘째권 마르크스도 비슷했다. 마르크스가 나오기는 하지만 책의 성격을 좌우하는 캐릭터라고 보기는 어려웠다.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당면하는 문제들을 제시하고 그런 경우에 닥쳤다면 철학자들은 어떻게 대처했을까에 대해 다룬 내용이다. 이 책에서 다뤘던 주제들은 다음과 같다.Chapter 1: 자유 차를 도난당했어요! 그런데 도둑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친구가 내게 그만 뚱뚱해지라고 하네요. 하지만 자기가 상관할 일이 아니지 않나요?/트위터에 글을 쓸 때 조심해야 하나요?/페이스북 중독이어도 괜찮나요?/자전거 헬멧을 안 썼다고 경찰에게 걸렸어요. 자전거 헬멧을 꼭 써야 하나요?/육식이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해야 하지 않나요?/더 큰 집을 바라는 게 잘못인가요?/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겼어요. 어떻게 해야 하죠? Chapter 2: 평등 우리 지역의 골프 클럽은 공정한가요?/굳이 투표를 해야 하나요?/가족들이 보고 싶은 게 전부 달라요. TV에서 무엇을 볼지 어떻게 결정해야 하나요?/이제 곧 아기가 태어날 텐데요. 우리 중 누가 아기를 돌봐야 하죠?/경기가 잘 안 보여요. 항의해야 할까요?/내 아이들이 내가 거둔 성공의 혜택을 누려야 할까요?/나는 충분히 벌고 있나요?/운이 나쁘고 싶어서 나쁜 게 아닌데 국가가 나의 불운을 보상해주었으면 좋겠어요. Chapter 3: 권력과 권위 내게 햄스터 먹이를 주어야 할 의무가 있나요?/걱정이 되지만 아이들한테 집을 맡기고 휴가를 가도 될까요?/인터넷에 내 생활을 올려야 할까요?/뉴스를 믿을 수 있을까요?/십대 아들이 나한테 ‘파시스트’라고 그러네요. 정말 그럴까요?/새로 맡은 부서의 직원들이 옛 상사를 그리워합니다. 부원들을 다 해고해야 할까요?/나무 몇 그루 때문에 감옥에 가야 하나요?/결혼을 해야 하나요? Chapter 4: 권리 비행기가 무인도에 추락했어요. 구조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그동안 나와 다른 생존자들은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방금 UFO를 봤어요! 정부는 왜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죠?/화성으로 이민을 가야 하나요?/로봇을 해고할 수 있나요?/또 말도 안 되는 사람이 뽑혔습니다. IQ에 따라 투표권을 주어야 할까요?/어딘가에 폭탄이 있어요. 그걸 찾아내기 위해 어떤 일까지 해야 할까요?/교사인데 부업으로 누드모델을 하고 있어요. 이게 문제가 되나요?/직업과 신념이 충돌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Chapter 5: 정의 공정무역 커피를 마셔야 하나요?/우리나라가 전쟁에 나가려 합니다. 지지해야 하나요?/적대적 관계에 있는 이웃 나라에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선제공격을 하려 합니다. 지지해야 하나요?/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의 국내 문제에 개입하려 한다면 나는 그 결정을 지지해야 하나요?/새로 생긴 정당이 ‘진보적 변화’를 약속합니다. 그들이 뭔가 새로운 걸 제시해줄 거라고 믿어도 될까요?/아이를 가져야 하나요?/자선단체에 꼭 기부해야 하나요?/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왜 그렇게 미래를 어둡게 그릴까요?그중 흥미로운 주제 하나만 꼽아보자면, 어딘가에 폭탄이 있어요. 그걸 찾아내기 위해 어떤 일까지 해야 할까요라는 파트였다. 언급된 철학자들은 칸트, 벤담, 헴프셔, 마키아벨리, 긴바르등이다.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들이나 스릴러 소설가들이 즐겨서 차용하는 익숙한 딜레마로 테러리스트가 폭탄을 숨겨놨는데 우리는 이 테러리스트를 어떻게 다뤄야되는가에 대한 주제다. 드라마 24시의 결정적인 딜레마이기도 한데 고문은 옳지 못한 행위이지만 수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때로는 다른 시도를 해야될 필요도 있는법이다.정언명령을 따르라고 말하는 칸트는 역시나 고문은 옳지 못하다고 말하며, 공리주의의 거두 밴덤과 마카아밸리는 고문이라는 행동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다. 아무튼 이런것까지 다뤄야 되나 하는 소소한 일상의 일들을 철학적으로 풀어내는 재미가 있다. 아주 어려운 책은 아니지만 쉽게 읽기는 조금 힘든 책이다. 책을 읽고나면 언급된 철학자들의 책을 읽어보고 싶은 의지가 샘솟는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아가사 크리스티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그녀는 86세의 나이에 별세하기까지 생애동안 장편 66권과 단편집 22권을 남겨 왠만한 도서관이라면 그녀의 전집을 장서로 보유하고 있는 위대한 추리소설계의 여왕이다. 그녀가 만들어낸 캐릭터중 미스 마플과 푸아로 경감이 가장 많이 알려졌는데 오리엔트에는 푸아로가 등장한다.오리엔트 특급살인은 크리스티 여사의 작품중 세 손가락에 들어갈만큼 작품성과 재미를 인정받은 소설이기도 하다. 영화로도 몇 번 만들어졌었는데 작년 2017년도에 케네스 브레너가 연출을 맡고 직접 푸아로 경감으로 분해서 북치고 장구를 쳤는데 페넬로페 크루즈, 윌렘 데포, 주디 덴치, 조니 뎁까자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등장해서 나름 흥행을 한걸로 알고 있다.당시 영화를 보고 오랜만에 오리엔트 특급을 타러 도서관으로 갔지만 아쉽게 자리에 없어서 읽지 못했는데 오디오클립에서 이 작품을 제공하길래 들어주게됐다. 7시간에 걸쳐 전편을 녹음한 클립이었고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개정판으로 출간한 따끈따끈한 작품이었다. 원작 소설도 좋지만 성우들의 연기가 훌륭해서 몰입감이 높았던 오디오북이었다.사실 범인이 누군지 알고 보는 추리소설은 흥미도가 떨어지는게 사실이지만 오리엔트 특급살인 같은 경우에 아가사 크리스티가 마지막 반전을 위해 떡밥을 어떻게 던지시는지 찾는것만으로도 소설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한번쯤 읽은 사람이라도 범인이 밝혀지기까지 어떤 장치들이 효과적으로 뿌려졌는지 살펴본느것만으로 충분한 만족감을 준다.오디오북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들어볼것을 강추드린다.
외국회사에 잠시 몸을 담았던적이 있었다. 외국계 회사에 입사한게 아니라 국내회사가 매각된 케이스였는데 당시 우리 부장으로 프랑스인이 왔고 통역이 있기는 했지만 주요한 업무적인 의사소통을 하려면 이게 제대로 전달이 되는건지 아리까리했다. 마침 회사에서 토익에 대한 기준점수를 설정한후 수당을 준다고 하길래 시험을 위한 공부를 열심히 해서 기준점을 넘겨 돈은 받았지만 의사소통에는 여전히 한참 부족함을 느꼈다.결국 한계점을 느껴 회사를 옮겼지만 영어에 대한 갈증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학창시절에 주로 문법과 독해에 집중된 수업을 받았고 성문종합영어, 맨투맨, 그리고 영어순해, 바퀴벌레로 통하는 단어공부에 집중했던 세대인지라 대화는 커녕 리스닝도 한심한 수준이다. 영화를 보며 직접 알아듣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하며 언젠가는 영어공부를 다시 하리라 생각하고 있다.마침 기회가 닿아 이 책을 읽고(들어보게) 됐다. 본격적으로 영어공부를 하기에는 다른 목표도 있고 여러가지 문제가 있어서 전반적으로 책을 통독하고 연설문중 몇 개는 뽑아서 들어봤다.책은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연설문 10개를 추려서 수록하고 QR코드를 이용해 해당 연설을 들을 수 있게 만들었다. 각 장마다 연설문의 주인공 스토리를 간략하게 정리했고 아울러 연설문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의미도 기술되어있다. 다음장에는 중요한 단어를 뽑아서 미리 프리뷰하게 구성했고 본문에는 해당 연설의 전문을 수록한 후, 옆장에 예전 영어순해 스타일의 직독직해 번역문이 실려있다.각장마다 밀도있게 리스닝을 하면서 딕테이션으로 반복훈련을 한다면 영어실력이 크게 증가할것 같다는 느낌이다.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책을 새까맣게 줄쳐가며 공부하고 싶다. 수록된 연설문 자체를 흡수하는것도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마지막으로 목차를 통해 어떤 연설문이 실려있는지 알아보자.TOP 1: 20 에이브러햄 링컨: 게티스버그 연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 TOP 2: 32 찰리 채플린: ‘위대한 독재자’의 마지막 연설 우리는 너무 많이 생각하고, 너무 적게 느낀다. TOP 3: 48 존 F. 케네디: 대통령 취임 연설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어라. TOP 4: 78 버락 오바마: 대통령 선거 승리 연설 그렇다, 우리는 할 수 있다. TOP 5: 118 브라이언 트레이시: 유튜브 연설 당신은 당신이 가장 많은 시간동안 생각한 무엇이 된다. TOP 6: 140 스티브 잡스: 스탠퍼드 대학 졸업 축사 (만족하지 말고) 배고프게 있어라, 어리석게 있어라. TOP 7: 182 로버트 드 니로: 뉴욕 티쉬 예술대 졸업 축사 거절(의 이유) ― ‘개인적으로 (싫어서가) 아니라.’ 당신의 전투에서 외치는 소리 ― ‘(너말고) 다음! TOP 8: 226 스티븐 스필버그: 하버드 대학교 졸업 연설 당신 안의 속삭임(직관)에 귀를 기울여라. TOP 9: 276 마하트마 간디: 신에 관한 연설 믿음은 이성을 초월한다. TOP 10: 294 예수 그리스도: 산상수훈 네가 그들이었다면 너에게 할 행동을 그들에게 해라.
작년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의 영화인 분노를 우연히 관람하고 영화의 원작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악인이라는 작품을 인상적으로 읽고 그의 다른 소설들도 몇 권 읽어본 기억이 있는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이었다. 영화도 생각보다 재미있게 봤던지라 바로 소설을 구입했는데 거의 일년이 지나서 읽게됐다.책을 보면서 영화의 장면이 거의 기억날 정도로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었던것 같다.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일치하는 느낌이었다. 다만, 아이코 역의 미야자키 아오이는 소설에서 그린 캐릭터와 다소 차이가 난다. 히로세 스즈나 츠마부키 사토시는 싱크로율이 상당히 높을 정도로 배역이 적절했던것 같다.소설은 살인 장면으로 시작한다. 신원이 불분명한 어떤 남자에게 살인을 당하고 그는 피해자의 피로 벽에 분노라는 섬뜻한 글자를 적고 사라진다. 범인은 야마가미 가즈야라는 사람으로 밝혀지지만 종적을 감추고 경찰들은 그를 추적한다. 이후 소설은 세가지 축으로 진행된다.바닷가 어촌계에서 일하는 마키 요헤이와 아이코 부녀는 과거를 알 수 없는 청년 다시로, 도쿄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동생애자 후지타 유마 앞에는 게이 사우나에서 우연히 만난 나오토, 엄마와 오키나와의 외딴섬으로 이사해 민박 일을 돕게 된 고미야마 이즈미 앞에는 다나카라는 남자들이 각각 나타난다.티비 방송으로 살인자의 몽타쥬가 알려지며 이들은 각기 주변인들에게 의혹을 안겨준다. 과연 누가 범인일까? 추리소설의 형식을 띠지만 이 소설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고 있다. 다른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처럼 가독성 좋게 매우 잘 읽히는 작품이다. 영화를 다시 한 번 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