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테이프 - 관계의 무게
문재웅 지음 / 부크크(bookk)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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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몰입하며 읽어본 한국소설이다. 주인공은 나와 비슷한 나이에 직장생활을 시작해 오랫동안 금융회사에 근무하다가 퇴직을 하게 되는 인물이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며 연애결혼했던 아내는 난소암 4기로 투병중이고, 아울러 홀어머니는 치매 초기를 겪고 있는 매우 암울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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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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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캐피탈사 여신 부장으로 일하며 가족을 부양해 온 아버지는 회사 대표와의 의견 충돌로 인해 단 20분 33초의 통화로 인해 명예퇴직을 당한다. 삶의 통제권을 잃은 수치심을 술과 거짓말로 숨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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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아내는 4년 동안 고통스러운 암 투병(난소암 4기)을 이어가던 어머니는 연명치료를 포기한다. 대신 스위스의 조력사망 단체인 디그니타스(Dignitas)를 통해 스스로 존엄한 죽음을 고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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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재웅의 어머니는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치매를 앓으며, 위층에서 가스가 새어 들어온다는 망상에 시달린다. 할머니는 그 불안을 막기 위해 천장의 균열을 따라 끊임없이 '푸른 테이프'를 붙여나가는데....."


소설 속 '푸른 테이프'는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의 삶에 생긴 비극과 불안의 틈을 막으려는 행위를 상징한다. 아버지는 술과 거짓말로, 어머니는 조력사망으로, 아들은 자동응답 같은 "괜찮아요"라는 말로 저마다의 틈을 봉인하지만, 소설은 막으려고 애를 쓸수록 틈이 더 벌어지는 비극의 원리를 냉철하게 보여준다.


후반부는 비극적인 부모의 죽음 후, 남겨진 아들 성현은 깊은 정신적 상처를 안고 자라나 심리상담사가 된다. 성현은 같은 좌석, 같은 항로를 통해 어머니의 유골함과 아버지의 유골함을 며칠 간격으로 안고 돌아오는 잔인한 슬픔을 통과하며 아픔을 스스로 치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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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어떻게 보면 무미하고 건조한 문체로 비극적인 상황을 기록하지만, 오히려 이런 냉정함 서술이 독자들로 하여금 눈물짓게 만든다.


소설의 소개글을 보면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고 하는데, 정말 한 인간이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에 대한 고민을 해봤다. 또한 소설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현대 사회 시스템이 가진 구조적 문제와 어두운 단면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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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첫 번째 소설이지만 서늘하고 단단한 문체로, 감정에 치우치기보다 냉철하고 묵직한 필치로 비극을 그려내어 몰입감을 더하는점이 인상적이었다. 외면하고 싶지만 마주해야 하는 사회적 질서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깊은 공감을 느끼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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