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혐오주의자 - 왜 우리는 서로에게 혐오 꼬리표를 붙이는가
함규진 지음 / 온더페이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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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십여년전에 박가분 작가의 [혐오의 미러링]이라는 책을 인상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이후로 여성혐오와 이에 대한 반사의 성격인 미러링으로 인해 남녀 대립이 극심했던 시기에 출간된 책이다. 이후 저자가 서로가 서로를 혐오하는 미러링 현상이 추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것이라는 예상이 실현되어가고있다.

이 책은 저자인 함규진 교수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빈번하게 쓰이는 혐오 표현 12가지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영포티’부터 ‘틀딱’ ‘문신충’ ‘캣맘’ ‘비건충’ ‘맘충’ ‘꼴페미’ ‘똥꼬충’ ‘급식충’ ‘수시충/지균층/기균충’ ‘애자’ ‘원종단/화짱조’까지, 익숙한 단어부터 다소 생소한 신조어까지 한국 사회의 저변에 깔린 혐오 현상을 파혜친다.

저자인 함규진 교수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자면,

"서울교육대학교 윤리학과 교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보수와 진보 등 서로 대립되는 듯한 입장 사이에 길을 내고 함께 살아갈 집을 짓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이토록 다정한 개인주의자』, 『개와 늑대들의 정치학』, 『정약용: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다』, 『조약으로 보는 세계사 강의』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피터 싱어), 『빈곤 해방』(피터 싱어)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읽었던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의 역자이기도한 저자는 책에서 일상 속 멸칭 이면에 도사린 대중의 심리와 사회적 균열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틀딱’에 담긴 노인 혐오는 단순히 노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맞이할 ‘나의 미래’에 대한 공포일 수 있음을 통해 혐오의 기저에 깔린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본다.

아울러 저자는 타인을 증오하는 극단주의자가 아니라, 스스로 선량하고 상식적이라 믿는 보통의 시민들이 행하는 교묘하고 점잖은 배제에 주목한다. 이를 책의 제목인 무해한 혐오주의자라고 명명하며, 우리가 무심코 쓰는 단어들이 타인을 배제하고 조롱하는 도구로 전락했음을 경고한다.

책에서 분석하는 12가지의 혐오적인 멸칭을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 틀딱 : 노인에 대한 혐오는 누구나 맞이하게 될 나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의 투영

- 맘충 : 엄마의 헌신을 민폐로 취급하는 현상으로, 돌봄과 배려 자체를 평가절하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

- 영포티 : 젊어 보이려는 기성세대에 대한 조롱 뒤에는 젊은 세대의 불안과 시기심이 얽혀 있다

- 급식충.수시충 : 교육이 사라지고 무한 경쟁만 남은 입시 제도가 낳은 안타까우 자화상

- 똥꼬충 : 성소수자 자체에 대한 혐오 이전에, 여성화되고 수동적인 남성이 되는 것에 대한 대중적 공포

- 기타 분석 표현 : 문신충, 캣맘, 비건충, 꼴페미, 애자, 원종단/화짱조

현재 우리 사회를 가로지르고 있는 세대와 젠더 갈등은 이제 선거 결과를 가르는 변수를 넘어, 일상의 언어 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 ‘틀딱’ ‘맘충’ ‘급식충’ ‘꼴페미’ 등의 말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고, 어쩌면 무심코 입에 올려본 적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멸칭들이 친구 사이의 가벼운 농담처럼 일상에서 개인의 복잡한 맥락을 하나의 단어로 압축해 버리는 습관에 대한 경고를 던진다. 물론 단순히 혐오 표현을 쓰는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규정하고 다시 혐오하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저자의 관점에 깊은 공감을 가졌다.

이 책은혐오 표현을 쓰는 사람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혐오를 혐오한다고 해서 혐오가 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신 그러한 혐오가 어디서 왔는지를 묻는 다정한 질문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혐오의 생태계를 벗어날 수 있음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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