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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보다 오래 남는 것들 - 엄마의 치매와 함께한 12년의 기록
유문향.신재경 지음 / 한국NVC출판사 / 2026년 5월
평점 :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직접 집에서 간병하며 느꼈던 감정을 진솔하게 적어내려간 기록이다. 어머니와 딸이 각기 자신의 엄마와 할머니를 돌보는 3대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치매를 앓는 할머니, 이를 돌보는 저자(딸),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손녀(저자의 딸)까지 각자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입체적인 간병담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환자를 근거리에서 케어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간병의 혹독한 현실과 불안장애, 지치는 일상 등 치매 가족이 겪는 아픔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부모의 변화를 지켜보며 위로하는 법을 배우고, 가족 구성원 스스로가 한 단계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엄마와 딸이기도 한 공저자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자면,
"먼저 유문향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상대의 말을 존중과 공감으로 듣는 비폭력대화에 관심을 두고 한국비폭력대화교육원 협력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50대 중반부터 60대 중반까지 ‘치매돌봄가족, 부모의 보호자’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살았다.
긴 터널 같던 12년의 시간 동안 마주한 ‘돌봄과 자기돌봄’, ‘성찰과 치유’, ‘축하와 애도’의 순간들을 모닝페이지에 적었고, 어떤 날은 엄마의 말을 그대로 메모하며 기록했다. 그 기록들의 한 조각을 이 책에 나눈다.
신재경 작가는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느끼며 오늘을 다정하게 살아내려 애쓰는 사람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 자신과 타인을 향한 이해의 폭을 넓혀왔다. 대기업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7년간 일했고, 디자인대학원 패션학과에 진학해 어릴 적부터 관심 있던 패션을 공부했다.
할머니와의 깊은 유대 속에서 누구나 나이와 상관없이 ‘지금의 나’를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 마음을 담아 오래 곁에 둘 수 있는 클래식한 가방을 만드는 브랜드 ‘orae(오래)’를 운영하고 있다."
책은 단순한 간병 수기를 넘어서 치매라는 긴 시간을 통과하며 한 가족이 서로를 어떻게 지탱하고 이해하게 되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치매 엄마의 딸과 손녀딸인 두 저자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상이 얼마나 고되고 복합적인지,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도 관계와 사랑이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세밀하게 풀어낸다.
전직 미용사로 사회생활을 하셨던 어머니가 남편을 먼저 보내고 난 후, 이상 징후를 보이면서 책은 시작된다. 할머니는 돈이 든 가방이 없어졌다고 의심하거나, 남편의 병원 생활을 오해해 불안해하는 장면들은 치매가 의심과 망각, 불안과 혼란이 서서히 삶을 바꾸어 가는 과정임을 드러낸다.
가족은 처음에는 혼란과 당혹감 속에서 한의원, 방문요양, 치매안심센터 등 여러 대응책을 모색하지만, 곧 치매 돌봄이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든지 헤쳐나가야될 상황이라는걸 알게 되고, 직접 집에서 모시기로 결정하며 발생하는 상황을 가감없이 진솔하게 책에 담아낸다.
결국 한계에 도달한 가족들은 환자와의 이별을 준비하게 된다. 몸이 더욱 약해지며 집에서 케어하기는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이르자 요양원과 요양병원에 다다른다. 가족은 엄마를 시설에 모시는 일을 실패로 느끼기보다, 서로의 한계와 필요를 인정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결국 오랫동안 돌봐왔던 할머니가 떠난 뒤에도 저자는 슬픔만이 아니라 감사, 이해, 회복의 감정을 함께 품는다. 이 책은 치매를 겪는 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안내서이자, 돌봄의 시간 속에서 인간관계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성찰의 기록이다.
아울러 이 책은 단순한 투병기나 치매 돌봄의 비극을 자극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상실과 노년,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깊이 사유하게 만드는 따뜻한 안내서로, 현재 치매 가족을 돌보며 지쳐있는 분, 부모님의 노화를 마주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는 분과, 가족의 본질적인 사랑에 대해 깊이 알고 싶은분들에게 일독을 권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