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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날의 기술 - 고전 표지 속 미술가의 생각법
최혜진 지음 / 민음사 / 2026년 6월
평점 :
얼마 전 여의도에서 약속이 있던 날, 시간이 남아 서점 겸 카페 복합공간을 천천히 둘러봤다. 지하철과 연결된 여의도 TP타워의 아크앤북스라는곳인데, 책이 많지는 않지만 눈에 잘 들어오게 전시를 해놨다. 그중 세계문학섹션에서 민음사 출간본을 살펴봤는데 책 표지가 확실히 차별되는 느낌이었다.
고전소설과 내용에 맞는 화가들의 작품조합은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읽어본 책들을 위주로 표지와 내용의 상관관계를 유추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책은 그런 관점으로 읽어볼 수 있는 『에디토리얼 씽킹』의 저자이자 에디토리얼 디렉터, 작가, 번역가등 다양한 경력을 보유한 최혜진 작가의 에세이다.
민음사 60주년을 맞아 출간된 이 책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열두 권과 열두 점의 표지 그림을 연결하며 문학의 서사와 미술 작품 사이에 놓인 특별한 대화를 펼쳐 보인다.
저자는 미술 애호가로 유럽에서 다수의 미술관을 직접 발로 둘러본 경험이 있다. 에디터이지만 그림책에 관한 리뷰책의 저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고전소설을 읽으며 책 표지의 그림을 같이 아우르는 이 책을 쓰게 된다. 『인간의 굴레에서』와 마티스의 「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등 책과 명화가 이어지는 관계를 유추해보며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또한 독자들에게 많은 양서를 소개한 출판사인 민음사 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에 출간한지라 그 의미를 더해준다. 최혜진 작가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열두 권과 열두 점의 표지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작가만의 시선으로 연결하여 문학의 서사와 표지 그림 사이에 놓인 관계를 살펴본다.
작가는 이 책의 출간 제의를 받고 인터넷 서점에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수백 권의 서지 정보를 차례대로 읽었다.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날의 기술을 알려 줄 것 같다는 느낌이 오는 책들을 수십 권 골라 직관의 끌림대로 읽어 내려간다. 소설이 와닿지만 표지 그림이 침묵할 때도 있었고, 그림이 먼저 말을 걸어 소설에 빠지기도 했다. 그렇게 남은 열두 권의 고전과 열두 점의 그림을 통해 글을 쓰다 보니 이 책이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몸이 아프며 전신 마취를 통한 수술을 겪으며 삶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고, 고전을 읽고 그림을 감상하며 이런 위기를 겪어낸다. 어떻게 보면 서평집으로 볼 수도 있고, 명화에 대한 해설집인 일거양득의 읽는 재미를 가져다주는 에세이로 일독을 권해드린다. 마지막으로 책에 소개된 고전과 그림을 올려본다.
『인간의 굴레에서』(서머싯 몸, 송무 옮김) - 앙리 마티스, 「춤」(1909)
『너새니얼 호손 단편선』(너새니얼 호손, 천승걸 옮김) - 윈즐로 호머, 「여름 밤」(1890)
『마담 보바리』(귀스타브 플로베르, 김화영 옮김) -조셉 데지레 쿠르, 「일에 몰두한 리골레트」(1844)
『모래의 여자』(아베 코보, 김난주 옮김) - 니콜라 드 스탈, 「누워 있는 여자」(1954)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프리드리히 니체, 장희창 옮김) -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1889)
『그물을 헤치고』(아이리스 머독, 유종호 옮김) - 에블린 윌리엄스, 「나는 사랑의 정원에 갔다네」(2000)
『브람스를 좋아하세요...』(프랑수아즈 사강, 김남주 옮김) - 마르크 샤갈, 「생일」(1915)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이재룡 옮김) - 프랑시스 피카비아, 「열대」(1924)
『페스트』(알베르 카뮈, 김화영 옮김) - 에드바르 뭉크, 「죽음의 침대」(1895)
『운명』(임레 케르테스, 유진일 옮김) - 빌헬름 함메르쇠이, 「안뜰, 스트란드가 30번지」(1899년경)
『방랑자들』(올가 토카르추크, 최성은 옮김) - 에블린 윌리엄스 「바다 위 1」(1993)
『이반 일리치의 죽음』(레프 톨스토이, 김연경 옮김) - 에곤 실레, 「네 그루의 나무」(1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