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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옥
양영환 지음 / 북트리 / 2026년 5월
평점 :
괴테의 명저 [파우스트]가 연상되는 소설로 인간의 욕망과 죄책감, 그리고 구원의 본질을 다룬 입체적인 종교·신화적 서사 소설이다.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과 선택에 대한 치밀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플롯으로 인상적인 삽화와 함께 읽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저자는 '신을 배반한 자도 다시 돌아갈 수 있는가', '이미 늦어버린 선택에도 구원의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책의 서두는 고대 비잔티움을 배경으로 하여 낯설고도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기독교적 세계관이 바탕이 되지만 그리스·로마 신화 속 아프로디테, 인안나 등 다양한 신적 존재들과 사탄(루시퍼)이 교차하여 등장하는 방대한 스케일을 보여준다. 주인공 '테오필루스'가 욕망 앞에서 흔들리고, 자신의 죄를 합리화하다가 점차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저자인 영영환 작가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자면,
31년간 교도관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인간 군상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세계사·종교·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오늘의 삶과 인간의 선택, 그리고 선과 악의 문제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스토리텔링 작업을 하고 있다.
소설의 주요한 내러티브는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비잔티움의 성직자이자 서기였던 테오필루스는 부당하게 직위를 박탈당하자 깊은 좌절과 분노에 빠진다. 억울함과 명예욕에 눈이 먼 그는 마술사의 중재를 받아 사탄(루시퍼)을 만나게 된다. 그는 자신의 피로 서약서를 작성하고, 예수와 성모 마리아를 부인하는 대가로 교회의 높은 지위와 권력을 얻기로 계약한다.
"악마와의 계약 덕분에 테오필루스는 주교(또는 영주)의 자리에 오르며 막강한 권력과 명예를 거머쥔다. 그러나 성공의 기쁨도 잠시, 그의 내면은 신을 배반했다는 극심한 죄책감과 두려움으로 피폐해지기 시작한다.이 과정에서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 수메르의 인안나등 욕망을 상징하는 신적 존재들이 교차하며 그의 영혼을 뒤흔다.
테오필루스는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려 애쓰지만, 권력의 덧없음과 영원한 파멸에 대한 공포는 더 커져가고, 영혼이 완전히 붕괴하기 직전, 그는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온전히 깨닫고 깊은 절망 속에서 참회하기 시작한다. 그는 40일 동안 금식하며 성모 마리아에게 눈물로 자비를 구하는 기도를 올린다.
진심 어린 참회에 감동한 성모 마리아가 사탄으로부터 그의 피로 물든 서약서를 빼앗아 돌려주고, 테오필루스는 마침내 죄 사함을 받고 영혼의 자유를 얻은 채, 며칠 뒤 평온하게 숨을 거두며 진정한 구원에 이르게 된다"
욕망은 인간을 어디까지 타락시킬 수 있으며, 구원은 과연 누구에게 허락되는가에 대해 주인공인 성직자 테오필루스를 중심으로, 신앙과 권력, 죄와 용서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테오필루스는 더 높은 자리와 명예를 향한 갈망 끝에 스스로의 신념을 배반하고, 결국 자신의 영혼을 대가로 사탄과 계약하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은 듯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내면은 점차 무너져 내린다.
반복되는 악몽과 죄책감, 자신을 집어삼키는 불안 속에서 그는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는지를 깨닫는다. 작품은 단순히 선과 악의 대립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이 욕망 앞에서 어떻게 흔들리고, 또 자신의 죄를 어떻게 외면하고 합리화하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단순한 선악의 대립을 넘어 책장을 덮은 뒤에도 "나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며, 특정 시대나 종교에 국한되지 않고, 오늘날 인간이 품고 있는 어두운 욕망과 죄책감을 거울처럼 비추어 주는 장대한 서사가 담긴 작품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