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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75일, 집으로 가는 먼 길 - 일산 파밀리에 아파트 단지 입주민 15년 투쟁사
이종수 지음 / 바틀비 / 2026년 5월
평점 :
제목만 놓고 볼때는 부동산 재테크에 관한 개인의 긴 여정을 기록한 책으로 보이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게 진행된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상당히 높은편이다. 아울러 신축 아파트는 먼저 분양을 하고 나서 시공을 하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보통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과정을 거쳐 시행사와 시공사가 다른 법인이기 때문에 자금난이 발생하거나 시공 그리고 분양시 허위광고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분양자가 거의 분양 사기에 준하는 황망한 경우가 발생하면 개인의 재산에 큰 손해를 끼치게 된다.
이 책은 과대 광고에 따른 준분양사기에 맞서 싸운 평범한 직장인이 무려 15년 동안 소송을 펼치며 자신과 같이 행동한 입주민들의 재산을 지켜낸 파란만장한 투쟁이 역사다. 시행사의 허위 광고, 시공사의 부실공사, 지자체의 수수방관, 사기업과 야합한 국세청의 부당 징세등 총 5,475일에 걸친 투쟁의 순간들이 기록됐다.
저자인 이종수 작가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자면
"성동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다. 대한민국 IT 산업 격변기에 금융기관, 공공기관의 대형 프로젝트 현장을 누볐던 영업 마케팅 전문가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올 정도로 대한민국 IT 기술의 최전선에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국내 최초 바코드 시스템 구현, 증권거래소의 시스템 선진화, 5개 대형 증권사에 모바일 주식 거래 시스템 도입, 전국 병무행정시스템에 국내 최초 Java 기반 EJB 시스템 도입 등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앞서 걸어왔다.
월급쟁이 시절, 모두가 고개를 젓던 어렵고 까다로운 프로젝트를 늘 맡았다.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를 성공시키고 그 가치를 누군가 알아봐 줄 때 느끼는 희열을 즐겼다. 이토록 격렬하게 살았지만 스스로를 ‘늘 뒤에 서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갈등보다는 침묵이 편했다. 때로는 적당히 비겁하게 불의를 외면할 줄 아는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기를 자처했다. 문제의 아파트를 분양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분양 사기를 당한 이후 2~3년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입주자협의회 회장직을 수락했지만 직책의 부담을 내려놓기까지는 자그마치 15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으나 가족의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시민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자존심을 굽히지 않기 위해 싸움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승리했다. 대한민국에서 비슷한 분쟁에 휩쓸린 또 다른 ‘이종수’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5475일, 집으로 가는 먼 길>을 썼다."
먼저 타임 라인에 맞춰 15년에 걸친 과정은 다음과 같다.
2008년 4월 : 시행사의 허위 광고에 속아 분양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파악
2008년 11월 : 입주자협의회 회장으로 선출
2011년 3월 : 시공사의 부실공사에 항의하여 고양시청 앞에서 촛불시위 개최
2011년 7월 : 시행사를 상대로 채무 부존재 소송, 잔금 상계 소송을 제기
2012년 2월 : 시행사, 입주자협의회의 요구를 수용한 합의서를 작성
2014년 7월 : 시행사 파산
2015년 1월 : 시행사의 세금 미납액을 입주민에게서 받으려는 국세청의 회유와 압박
2018년 10월 : 파산관재인이 입주합의 세대 전원에게 잔금 청구 소소을 제기
2019년 8월 : 분양 계약 해제 확인 소송에서 승소
2023년 11월 : 파산관재인, 입주자협의회, 시공사의 최종 협의 체결
2024년 4월 : 15년 만에 아파트 소유권 등기 마무리
저자는 입주자협의회장으로서 주민들을 이꿀며, 무려 1,000억 원이 넘는 잔금을 지불하지 않고 소유권 등기를 쟁취했다. 아파트 분양사기 투쟁 역사상 유례없는 대승리를 기록한 이후 분양사기에 휘말린 소시민에게 필요한 법률 지식, 행동 수칙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아냈다.
아파트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고양시 일산서구의 덕이지구 파밀리에 아파트의 입주민들이 겪은 실화를 요약했다. 적게는 수천 만 원, 많게는 수십 억 원의 피해 금액이 발생하는 분양사기 실태가 낱낱이 고발된다.
저자는 무려 5,475일이라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입주자협의회를 이끌며 소송 전쟁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기업들의 고소·고발에 시달리고 폐암과 사투를 벌이기도 했지만 굴복하지 않았다 시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시청과 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었으며, 정치인을 끌어들여 사안을 공론화하는 둥 온갖 방법을 동원해 싸움을 이어갔다.
저자의 집요하고 처절한 노력 덕분에 2024년 4월 30일 입주자협의회 소속 380세대는 1,000억 원이 넘는 잔금을 지불하지 않고 아파트 소유권 등기를 확보하였다.
파란만장한 투쟁을 마무리한 저자는 인고의 시간을 회상하며 이 책을 집필했다. 아파트 분양 시장 최초로 입주민들이 겪은 승리의 기록이라서 더욱 가치가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비슷한 위기에 봉착한 시민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유사한 분쟁을 겪고 있는 수분양들을 위해 15년의 경험을 한 권으로 정리했다.
평범한 서민은 일생 동안 모은 거금을 투자해서 간신히 아파트를, 삶의 보금자리를 구입한다. 그러나 아파트를 세우는 건설사, 아파트 건설을 승인한 지자체, 아파트 분양을 홍보하는 시행사, 국민의 주권을 보호해야 할 법원 가운데 어느 하나도 저자와 피해 가정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내집 마련의 꿈을 가지고 있는 일반 서민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아파트가 분양되고 사기를 당할 수 있게 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아파트 분양에 관심이 많은분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만한 책으로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