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백건우, 베토벤의 침묵을 듣다
김재철 지음 / 열아홉 / 2026년 2월
평점 :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중 한 분인 백건우의 일종의 기행문이다. 다만, 본인이 직접 쓴 글은 아니고 전 MBC 사장 출신의 김재철 작가가 집필했다. 원래 친분이 있던 두 분이 베토벤을 주제로 4박 5일간 프랑스와 영국을 함께 걸으며 나눈 대화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악성 베토벤 사후 200주년을 1년 앞둔 시점에 기획된 책이다. 두 사람은 4박 5일 동안 많은 거리를 걸으며, 오직 베토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여정을 이어갔다. 여행은 프랑스 파리북역에서 시작해, 로마 유적이 남아 있는 영국의 바스, 그리고 웨일즈의 수도 카디프까지 이어진다.
저자는 백건우·윤정희 부부와의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연평도· 위도·사량도 등에서 순례 연주회 ‘백건우의 섬마을 콘서트’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4년에는 세월호의 아픔을 음악으로 치유하고자 ‘백건우의 영혼을 위한 소나타’를 기획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백두대간 산불 200 일을 맞아 경북 의성 고운사에서 ‘백건우의 영혼을 위한 소나타 2’ 연주회를 열었다.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백건우 피아니스트와의 여행기를 집필하게됐다.
이 책은 작품 해설이나 평전의 형식을 따르지 않는다. 평생 베토벤을 연주해 온 연주자 백건우의 음악적 통찰과, 김재철 전 MBC 사장의 질문과 성찰이 여행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대화로 쌓여간다. 도시의 역사와 풍경 속에서 베토벤의 음악과 삶, 그리고 그가 남긴 침묵의 의미가 그려진다.
올해는 베토벤 사후 200주년이기도 하지만 피아니스트 백건우도 데뷔 70주년을 맞았고, 또한 연주자가 평생 천착해 온 베토벤에 대한 사유를 텍스트로 풀어냈다.
백건우 피아니스트는 열 살의 나이에 데뷔한 대한민국 1세대 피아니스트다. ‘건반 위의 구도자’, ‘사색하는 피아니스트’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그는 한 작곡가를 온전히 ‘살아내는’ 방식으로 세계 유수의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해 온 아티스트다.
백건우는 베토벤의 위대함이 절망의 끝에서 가장 폭발적인 생명력을 가진 작품을 써냈던 데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베토벤을 동시대의 친구로 만나는 이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삶의 절망을 건반 위에서 끊임없이 견뎌온 예술가가 전하는 침묵의 무게’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된다.
베토벤의 음악에 대한 해설이나 그의 인생을 다루지 않고, 평생 베토벤을 연주해 온 연주자 백건우의 음악적 통찰이 담겨있다. 도시의 역사와 풍경 속에서 베토벤의 음악과 삶을 살펴볼 수 있을뿐더러 아울러 멋진 영국 도시의 풍광과 건물들을 훌륭한 사진으로 만날 수 있는건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