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우의 세 자매
천쓰홍 지음, 김태성 옮김 / 민음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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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만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타이완은 첫 번째 여행지였던지라 수도인 타이베이 지역을 중심으로 3박 4일의 일정을 보냈는데 시간이 짧아 충분히 즐기지는 못했다. 대만은 오랫동안 계엄령이 발효되고 권위적인 정부 그리고 반공이 국시였던점이 한국과 비슷한 요소가 많은 나라인건 알고 있었다.

아울러 일본 식민 통치까지 겪었던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본성인과 외성인 그리고 원주민까지 좀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건 여행을 다녀오며 어렴풋이 알게됐다. 최근 타이완 출신 작가들의 책과 영화를 접하며 그들의 미묘한 정서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봤는데, 이 책으로 인해 다양한 타이완 문화에 다가가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귀신들의 땅]으로 타이완 문학의 붐을 일으켰던, 젊은 거장 천쓰홍의 최신작이다. 소설은 작가의 고향 장화현을 무대로 한 ‘장화현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셔터우라는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환상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셔터우는 찾아보니 대만의 중부인 타이중 인근의 조그만 소도시다.

젊은 나이에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 천쓰홍 작가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자면,

"타이완 소설가이자 영화배우, 번역가. 현재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다. 1976년 타이완 용징향(永靖鄕)에서 한 농가의 아홉 번째 아이로 태어났다. 푸런(輔仁) 대학 영문과와 국립 타이완대학 연극학과를 졸업했다.

독자와 평론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현재 타이완 문단의 중심에 떠오른 작가로, 임영상(林榮三) 단편소설상과 구가(九歌) 출판사 연도소설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귀신들의 땅』으로 타이완 최고의 양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금정상(金鼎獎) 문학부문상과 금전상(金典賞) 연도백만대상을 수상했다.

산문집 『반역의 베를린』 『베를린은 계속 반역중이다』 『아홉 번째 몸』과 소설 『손톱에 꽃이 피는 세대』 『영화귀도(營火鬼道)』 『태도』 『변신의 플로리다』 『67번째 천산갑』 등을 출간했다. 대표작 『귀신들의 땅』은 15개 언어로 출간되었고,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소설의 시놉시스를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이야기는 장화현에 속해 있는 바닷가 마을 셔터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곳은 구아버 농장이 많고, 양말 공장과 양말 공장 사장님들이 많고, 무엇보다 샤오(蕭) 씨 성을 지닌 사람들이 많은 일종의 집성촌이다. 한때 전 세계로 팔려 나가던 양말의 수출이 시들해지고 공장들이 대거 문을 닫으면서, 마을은 점차 활기와 동력을 잃게 된다.

셔터우의 샤오 씨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점을 봐주는 삼합원 건물의 샤오 씨 세 자매다. 같은 아버지, 각기 다른 세 어머니에게서 한날한시에 태어난 세 자매는 각각 1호, 2호, 3호라고 불린다. 이들에겐 타이완의 무당과도 같은 존재인 ‘계동’인 할아버지가 있었고, 아버지 역시 계동으로 함께 활약했다.

하지만 진정한 영력을 지닌 건 할아버지뿐이었고, 여자는 전통적으로 계동이 될 수 없던지라 할아버지의 뒤를 계승할 수 없는 세 자매는 늘 찬밥 신세였다.

소설은 세 자매가 태어나고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 이들이 노년에 접어들 무렵 시작된다. 사실 세 자매에겐 각각 초능력이 있다. 1호는 타인의 미래를 어느 정도 점칠 수 있는 동시에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예견할 수 있는 눈이 있다. 또한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이 시야에서 자동적으로 가려져 버리는 현상을 시시때때로 겪기도 한다.

2호에겐 인간의 몸속 깊숙한 곳에서 풍기는 냄새를 통해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도 단숨에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마지막으로 3호에겐 누구도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 청각이 있고, 그녀는 이를 통해 사람들의 숨기고 싶은 마음의 소리까지 모두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세 자매에겐 공통된 괴로움이 있으니, 이 같은 능력을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없다는 점이다. 거친 성격과 남자 같은 외모를 지닌 1호는 누군가의 죽음을 예견해도 그것이 누구인지,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빼어난 미모를 지닌 2호는 후각을 통해 타인의 욕망을 알아차리고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 만난 남편들은 기이하게도 줄줄이 죽어 나간다.

강한 개성을 지닌 언니들에 비해 존재감이 희미한 3호는 성폭행 당할 뻔한 사건 이후로 남자들을 두려워하고 멀리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라는 콤플렉스가 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그녀는 게이들이 몰려드는 리조트의 사장이 되고 그들의 애정을 받는 ‘마마’가 된다."

각기 다른 초능력을 지닌 샤오 씨 세 자매의 인생을 따라가며 민간 신앙, 가족사, 성소수자의 현실이 교차하며 환상문학의 갈래로 다양하게 펼쳐진다. 한국작가 천명관의 [고래]가 얼핏 연상되며, 천쓰홍이라는 대만작가도 뛰어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의 대표작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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